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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동호회 문화의 참사 ^^

.. 조회수 : 1,531
작성일 : 2007-05-18 09:46:14
제가 아는 동호회에서 퍼온 글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새로운 문화, 바로 닉네임입니다.
이제는 이름만큼 중요한 식별도구로 쓰입니다.
누군가 호칭을 할 때도 닉네임을 부르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내가 자주가는 커뮤니티와 동호회도 마찬가지였지요.


얼마 전, 내가 자주가는 동호회의 회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엔 자주 안 나가지만 조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면식있는 회원에게 연락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영안실을 찾다가 상당히 난처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근데 산꼭대기님 원래 이름이 뭐야?'
'........?'

그렇습니다.
달랑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막상 영안실은 실명으로 표시되어 있어
초상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해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조금은 따로 걷어서 봉투에 담았는데...
안내를 맡은 청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댓명이 와서 머뭇거리다 그냥 가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어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평범하게 이순신.홍길동,변학도 등으로 쓰면
상주인 회윈이 나중에 어떻게 알겠습니까?
늘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누가 다녀갔는지 알겠지요...
그래서, 자신있게 닉네임으로 썼습니다.
'감자양'
뒤에있는 회원도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닉네임을 썼습니다.
'아무개'
이회원의 닉네임은 아무개입니다.
데스크에서 안내를 하던 젊은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다른회원도 닉네임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회원의 닉네임은 거북이 왕자였습니다.
안내를 하던 청년은 이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민망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우리 일행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였습니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뒤에 있는 회원분을 다그쳐, 빨리 쓰라했더니
이 회원은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회원의 닉네임은 '에헤라디야'였습니다.
빨리 쓰라고 다그쳤지만 차마 펜을 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쪽팔려 죽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에헤라디야'라고 쓰겠습니까?
그래도 얼른 가자니까...
결국 에헤라디야 회원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디야'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뛰쳐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
주변이 썰렁해졌습니다.
결국 우리 일행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IP : 210.94.xxx.89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07.5.18 9:57 AM (122.32.xxx.149)

    정말 웃을일이 아닌데 너무 웃기네요. ^^
    저희 부부도 동호회 커플인지라.. 동호회 회원분 모친상에도 가봤고 동호회 사람들 저희 결혼식에도 다 오고 그랬었거든요.
    진짜 저희 동호회분 모친상 당했을때 영안실에서 서로 본명 확인 했었어요. 봉투에 이름 적느라. ㅋ
    동호회 가입하고 2년쯤 되었을땐데요..
    그래도 저희 동호회분들은 그렇게 난감한 닉은 없어서 그나마 다행..
    봉투도 모아서 동호회 이름으로 하고 봉투에는 본명쓰고 닉은 괄호하고 조그맣게썼더랬죠. 방명록엔 그냥 본명 썼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

  • 2. ㅍㅎ
    '07.5.18 9:58 AM (211.109.xxx.9)

    '에헤라디야', '저승사자' 넘 웃겨요. 비오는 아침 혼자 웃다 갑니다.^^

  • 3. ㅋㅋㅋㅋ
    '07.5.18 10:06 AM (211.58.xxx.79)

    날씨 때문에 좀우울했는데.. 너무 웃겨서한참 웃었답니다. 저 이글 퍼가도 될까요? 저 아는 엄마들 까페에 옮기려구요~

  • 4. 미치겠다..
    '07.5.18 10:20 AM (219.254.xxx.122)

    참사라길래 ㅉ또 무슨 사고가 터졋나했는데
    눈물찔끔 흘리며 웃다 갑니다.
    오늘 날씨 꾸리한데
    기분 화창해지네요.

  • 5. ..
    '07.5.18 10:26 AM (211.59.xxx.59)

    아이고 배아퍼.. ㅋㅋㅋ

  • 6. 저도
    '07.5.18 10:29 AM (58.148.xxx.23)

    혼자 키키거리다가 로긴 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한 번씩 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7. 한때
    '07.5.18 10:29 AM (211.112.xxx.121)

    동호회에 폭~빠진 저로서는 제대로 상황 몰입이 되네요.ㅎㅎㅎ

    아침부터 광년이 마냥 웃었습니다.

    저도 퍼갈께요^^

  • 8. 저도
    '07.5.18 10:32 AM (211.216.xxx.15)

    퍼갑니다.
    근데 배가 너무 아파요...ㅋㅋㅋ

  • 9. 호호호
    '07.5.18 11:45 AM (220.117.xxx.86)

    넘 웃겨서 로긴 했네요
    그때는 남감하셨겠지만...
    정말 웃깁니다...

  • 10. 푸하하
    '07.5.18 12:48 PM (218.39.xxx.54)

    웃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11. 너무 웃겨서
    '07.5.18 1:12 PM (219.241.xxx.143)

    돌지난 아기 일어난 것두 모르고 웃고 있었어요. 그냥 웃고 있자니, 남의 일 같지만은 않네요. 2년동안 같은 취미로 쪽지 주고 받는 부산의 그분 이름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 12.
    '07.5.18 1:23 PM (125.186.xxx.151)

    저도 지금도 이러구러 동호회 같은 활동을 하는데 닉으로 부르는게 더 편하죠...
    그래도 1년이상 알고 지내게 되면 본명을 알아두기는 합니다~
    저의 몇년전 처음 닉넴은 일본식 이름이어서 동호회 사람들이 길에서 저를 크게 부르면 일본사람 부르는줄 알았겠죠 뭐~

  • 13. ...
    '07.5.18 1:23 PM (211.108.xxx.9)

    82생활 오래했지만,
    제일 많이 웃게한 글이예요. 최고~
    우하하하

  • 14. ...
    '07.5.18 1:24 PM (211.108.xxx.9)

    저 가는 다른 까페에 옮길래요.
    거기서도 모두들 닉네임만 아니... 호호호

  • 15. 감사
    '07.5.18 3:17 PM (203.254.xxx.80)

    잠깐이나마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16. ^^
    '07.5.18 3:38 PM (124.50.xxx.131)

    너무 재밌어요
    얼마나 웃었는지...턱이 얼얼~~~한데요~
    원글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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