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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도 암이셨습니다..

조회수 : 1,455
작성일 : 2007-05-17 11:28:52
친정 부모님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픕니다.
82에도 여러번 올렸던 친정엄마 이야기.
찢어지게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서 시부모. 줄줄이 시동생들
키우다 싶이하며 살아온 세월.
쌀독에 쌀 한톨 없어서 반 이상이 감자 일때도 많았고
그 가난에서 살아내기 위해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남의 집  일을 다니며 쌀이라도 벌어와야 했습니다.

친정 아버지가 친정엄마와 좀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시어머니의 지독한 시집살이는 하지 않으셨다는 것뿐...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 모시고 부인과 어린 자식.
그리고도 줄줄이 밑에 동생들까지 보살펴야 하는 일은
땅 한뙤기 없이 가난으로 똘똘뭉친 농사꾼 집의 장남이
짊어지기엔 참 벅찬 일이었을 겁니다.

내 땅을 가지고 농사짓는 집은 농사철 열심히 일하면
겨울엔 잠시 쉬기라도 할테지만
남의 집 일을 해가며 근근히 생활했던 부모님은 겨울에도
항상 바쁘셨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어디 먼 도시로 나가서
공사장에서 일도 하시고 무슨 공장에서 일하시면서 한푼이라도
벌어서 생활비라도 만드시려고 고생 하셨습니다.


농사라도 지어보려고 밭을 빌리고  소 한마리 살 돈 먼 친척에게
빌려 꿈만같은 소 한마리 사서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게 농사를
시작하셨던 아버지는  몇개월만에 빌린돈을 당장 갚으라는 매정한
친척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원래 갚기로 했던 기간은 많이 남았었는데 무조건 갚아라.
매달리고 부탁해도 소용없는 일... 그때가 초겨울이라 눈발도 제법
날릴때였지요.    

꿈만 같던 소.  정이란 정을 다 들인 소.  
다음날 새벽 맛있는 여물 맘 껏 먹이고 아버지는 새벽동이 트기도 전에
눈발 날리는 첩첩 산골을 소와 함께 걸어 내려가셨습니다.
그당시 제 나이 2-3살 정도 였을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어스름한 새벽 간간히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아버지가 눈물 보이지 않으시려 애쓰시며 소와 함께 걸어 내려가던
그 깊은 산골 길 아버지의 뒷모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그 세월만큼 아버지는 곱절로 고생을 하시면서
그나마 집안 환경이 조금씩 나아지고  제법 넓은 집으로 이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행복해 하시던 그 표정도 여전히 기억합니다.
일년 내내 농사를 하시고 초겨울이면 마루에서 곶감을 빚으시고
또 때때로 멀리 서울 공사장에 일도 나가시던 아버지.


제가 고등학교때 외지에 나와 혼자 자취하면서 가끔 주말마다 시골집을
갔었는데  그때도 겨울에 아버지는 어디 공사장에 일이 있으면 꼭 가셔서 일을
하셨어요.
언젠가 집에 내려갔더니 아직 식사를 하시기도 전인데 자꾸 어깨에서 가슴부위가
답답하다고 ...체한것처럼 답답하다고 하시더군요.
약도 드리고 등도 두들겨 드리고... 그리고서는 또 저는 자취집으로 돌아왔지요.


고등학교 졸업했던 그 해 겨울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일하시다 사고가 나셔서 다리를 좀 다치셨습니다.
아주 크게 다치신건 아니었으나 병원은 몇번 다니셔야 할 상황이셨지요.
그리고 그 후 큰 오빠에게서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말기암...그냥 서러웠습니다.   마냥 서러웠습니다.
참..하늘도 무심하시지.  뭐 그리 급하셔서 평생 고생만 하신 울 아버지를 .
이제 좀 자식들 하나씩 출가 시키고  평생 고생한 만큼은 못되더라도
반에 반만큼이라도 효도 받으시면서 살아보셔야 하는 분을.  뭐 그리 질투날 일이 있어서
하늘은 이런분을 ... 억울하고 서러웠습니다.


당장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도 그 누구도 아버지께 암이라는 소릴 못했습니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요.
처음엔 담석암이라는 판정이었는데 나중엔 간암말기란 판정을 받으셨지요.
아버지는 별 것도 아닌데 입원이라며 당장 집에 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때 간암말기로 3개월도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판정이 났었습니다.


참 희안하더군요.  그 전엔 아무렇지 않아 보이시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부터
하루가 다르게 마르시고 배는 부어오르시고  
물 한모금 넘기시기도 벅찬 그런 날이 왔습니다.
별 일 아닌 줄 알았는데 멀리 살던 친척들이 다녀가고 형제들이 다녀가고
수시로 자식들이 병원을 오니 아버지는 뭔가 불안 하셨나봅니다.

어느날 정말...그 맑은 눈빛으로  그 여린 눈빛으로 절 보시면서 하신 말씀.
" 00야 아빠가 죽으려나보다.." 하시면서 농담인것 마냥 웃으시던 그때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눈이 퉁퉁 부어 벌겋던 엄마의 얼굴.
정말 서럽고 속상하고 슬펐습니다.
공사장에서 일하고 받은 돈 얼마.. 아버지는 집에 가시면 그 돈으로 소 외양간도
새로 짓고 뭣도 해야겠다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차마..그런 아버지에게 살 날이 얼마 안남으셨다고...암이시라고..말씀드릴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새벽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엠블런스 차 안에서 돌아가셨다는.
외지에 나와있던 저와 형제들이 새벽길을 달려 시골집에 도착했을때는
아버지는 이미 아무 말씀도 없으신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병원에서 집에 가고 싶다고 자꾸 재촉을 하셨다는.
가서 외양간도 좀 보고 해야 한다며 집에 가자고 하셨다는 아버지.

내 기억에 존재되어 있던 사람이 사라지는 일은 그 누구든지 간에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늘 고생만 하시다 아프게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처럼
마음아픈 일이 없습니다.

어제 안녕 아빠라는 방송을 보고 싶었지만 못 보았습니다.
오늘  그때문인지 자꾸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유독 윷놀이를 좋아시던...

아버지 생각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IP : 211.226.xxx.17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미
    '07.5.17 11:35 AM (211.58.xxx.60)

    님의글을읽고 맘이 짠하네요

  • 2. 저도...
    '07.5.17 11:41 AM (222.121.xxx.87)

    제가 11살때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분의 모습이 이젠 정말 기억도 안 납니다..
    그래서 MBC에 서 하는 아빠 안녕을 보고 어쩌면 우리 아빠랑 똑같은
    증세를 보이던지 우느라고 눈이 퉁퉁붓고..숨이 끊어 질때까지 살려고 발버둥치시던 아빠
    모습에 조금씩 기억이 납니다..
    님! 분명 님의 아버지도 좋은 곳으로 갔셨으리라 믿어요..
    님의 맘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아실걸요?

  • 3. 저두요
    '07.5.17 11:42 AM (220.117.xxx.11)

    어젯 밤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 4. 가슴이...
    '07.5.17 1:36 PM (206.75.xxx.131)

    많이 아픕니다...저도...
    2월초에 저희 아빠도 돌아가셨거든요...갑자기 길에서 쓰러지셔서...그길로 그냥 그렇게..
    그때는 정신이 없구...그래서 별로 눈물도 나질 않았더랬습니다...
    요즘엔 하루도 아빠생각이 나지않는 날이 없습니다..
    그럴때마다 한번도 눈물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가슴이 저립니다...너무 보고싶어서...
    너무 미워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너무나 많이 사랑했었나 봅니다...
    다음생에서도 다시 꼭 아빠와 딸로 만나 그때는 서로 많이 사랑해주며
    행복하게 살게해달라고 매일 기도합니다....
    부모란 그저 살아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식에게는 든든한것인가 봅니다...

  • 5. ㅠ.ㅠ
    '07.5.17 2:14 PM (123.143.xxx.197)

    슬퍼요.. 저두 가끔 저희 아버지 생각하면서 눈물 짓곤하는데... 직장에서 뚝뚝 흘릴수도 없고... 자식들 손한번만 잡아보고 가시지..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속상하네요..
    모든 사람들이 그런가봐요.. 부무님 생각하면 다들 가슴이 짠하지고..
    윗분 말씀처럼 담생에도 꼭 다시 아빠와 딸로 만나고 싶습니다..

  • 6. 말랑이
    '07.5.17 3:53 PM (210.221.xxx.163)

    5월5일날 피 토하고 응급실 실려가신 아빠가 그 다음날 새벽에 돌아가셨습니다. 죽음을 눈치채셨는지 안가겠다고 버티는 분을 장정들이 들려서 병원에 갔는데 말이죠. 엄마가 고막수술때문에 입원해 계신동안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뼈만 앙상하게 말라가며 병원비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는다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공사장에서 줄을 타고 페인트 발라가며 일 하신 분이세요. 5월 8일 발인하면서 더 서럽게 울었습니다.
    어떻게 어버이날 이럴 수 있는지.. 장녀로써 아빠의 죽음은 말 할 수 없는 충격이었는가 봅니다. 응급실에 누워계시던 아빠 손을 잡아드린게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차가운 시신을 어찌나 많이 만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겠어요. 죄송하다고 죄송하고 얼마나 아빠 귀에 속삭였는지..
    돌아가신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감정조절이 안되네요.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 치료받고 있지만 대인기피증까지 생겨서 너무너무 힘들어요. 님 이야기 들으니까 더더욱 슬퍼지네요.

  • 7. tkfkd
    '07.5.17 10:36 PM (58.143.xxx.48)

    정말 안타까운 일들이네요 잇을때 잘해라는 말 잇는대 다들 잊고 살지요 부모님 살아계실때 전화라도 자주 드리세요 좀 여유 잇으시면 건강해 지시라고 입맛없으실때 드시라고 위에 부담없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저도 그럴꺼구요 아직 여유가 .... 네이버 검색창에 큐티허브 눌러봐요 글구 효도할수 잇을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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