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당신 회사와 친구들 사이에서만 좋은 사람이면 뭐하니?
이틀이 멀다하고 회식이네 뭐네 하면서 술 먹고,
술자리 시작했다 하면 끝날때까지 먼저 일어나는 법 없어, 전화도 안 해, 잘 받지도 않아.
종국엔 새벽 무렵 비인간적인 꼴로 들어오고... 다 좋다 이거지.
그래도 오늘은 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니?
잊었어? 오늘 어머니 수술 하셨잖아.
간병인 구해드린다 해도 ... 낯선 사람 싫다시면서 아버님이 계속 병실에서 주무시고 계시고.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지만 ... 다른 날도 아니다? 내일이 어버이날인 건 알기나 하니?
아버님 어머님이 선물에 용돈에 그런 거 바라시기라도 하니?
마취에서 깨어난 그 고통속에서도 그저 아들 얼굴 한 번이라도 보는 게 기쁘시지 않겠냐고 ...
물론 차 없는 당신이 퇴근하고 지하철로 저 끄트머리역에 있는 병원까지 갔다가
다시 지하철로 서울로 되돌아 오는 것도 힘들긴 할거야. 그래 전화는 드렸니?
그런데 말이다. 남편.
나는 오늘 새벽에 출근해서 외근에 잔업까지 하고 난 저녁에도,
카네이션 바구니 사서 60km를 운전해 병원 가서 부모님 뵙고
다시 60km도 넘게 운전해서 서울로 돌아왔거든?
난 하나도 안 피곤해서 ... 야근 더 하라고 붙잡는 사람이 없어서 ... 그랬는 줄 알아? 아니거든.
당신이 출장 가 있던 지지난주에도 지난주에도 난 계속 저 코스로 돌았어.
생색내려고 꺼내는 얘기 아니야. 사람의 기본 도리라는 게 있지.
당신들만의 세계에선 의리 있고 멋진 남자로 보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
내 입장에선 정말 당신 실망스럽고 우리 아기 보기에 부끄럽다.
어디서 얼마나 더 마시고 돌아올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당신 행여나 돌아올 집을 헷갈리는 것은 아니지?
지금 당신이 와야 할 집은 시부모님 입원하신 동안 우리 아기 돌봐 주시고 계신 당신 장인 장모님 댁이야.
자기 애는 맡겨 놓고 그것도 어버이날에 술 잔뜩 먹고 휘청 휘청 들어 올 사위를
어떻게 생각하시려나 모르겠네 ?
뭐 당신은 생각도 안 하고 있겠지만 ... 우리 어머니,아버지 카네이션은 이미 내가 사 왔어.
오늘의 술자리로 당신이 회사에서 얻는 게 ... 숙취 말고 뭐가 더 있는지 모르겠고 알 바도 아니지만,
양가에서 그리고 우리 가정에서 당신이 잃는게 훨씬 많은 것 같은데 ... 그래도 당신은 변하지 않겠지?
그러고도 당신 자식은 당신 같지 않기를 바랄테고 ?
....................................................................................................................................
행여나 장모댁 현관문 못 열어 복도에 쭈그리고 잘까봐 잠 못들고 기다리면서
남편 흉 늘어 놓다 갑니다. 누워서 침뱉기인 줄 알지만 ... 그래도 오늘은 좀 밉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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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너 진짜 그럴래?
화난마눌 조회수 : 1,460
작성일 : 2007-05-08 00:58:20
IP : 58.142.xxx.8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보내세요..
'07.5.8 7:14 AM (155.212.xxx.49)글 진짜 잘쓰셨네요..
이거 프린트 하셔서 보여주세요.. 회사로 보내시던가..
군더더기 없이 정말 잘쓰셨습니다!!2. 정말
'07.5.8 8:58 AM (210.104.xxx.5)잘 쓰셨네요.
잘못에 대한 질타와 애정이 공존하는 매서운 내용이에요.
꼭 남편께 보여드리세요. 새벽까지 잠 못자고 기다리면서 화가 나서 쓴 거라고.. 느끼시는 바가 있겠지요.3. 정말로
'07.5.8 9:21 AM (124.199.xxx.23)10년이 지나도 안 변하더라고요~저도 그러고 삽니다~이렇게나 힘든데
4. 추천하고싶은글
'07.5.8 10:32 AM (61.38.xxx.69)평소 행동도 군더더기 없으실 것 같아 부러워요.
엉뚱한 리플 죄송합니다.5. 좋은 분...
'07.5.8 11:49 AM (211.196.xxx.253)대개 이런 글 쓰실 때는 시부모님한테 하는 걸 억울해 하시는데 이분은 할 건 하시고
따질 건 따지시니 정말 상쾌합니다.....원글님은 상쾌할 일 아니신데...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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