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 2007-05-04 11:12:49]
“아빠, 내가 게임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지? 절대 그렇지 않아! 엄마 아빠랑 밖에 나가서 뛰어놀고 싶어.”
1923 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첫 행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85회째를 맞는 어린이날(5일). 그동안 엄청난 사회의 변화만큼이나 어린이날의 풍속도 변했다. 자장면 한 그릇에 마냥 행복했던 어린이들에게 이제 부모들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게임기, 휴대전화 등 값비싼 선물을 안겨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TV까지 나오는 DMB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대형 LCD 화면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자녀를 보면서 자장면보다 행복한 어린이날을 안겨줬다고 확신하는 부모들의 생각과 달리 어린이들이 진정 원하는 선물은 ‘엄마 아빠와의 나들이’였다.
어린이날 행사 주관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4월 5일부터 24일까지 어린이 전용 포털사이트 쥬니어 네이버와 함께 76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90.5%가 ‘가족과 함께 나가서 놀기’를 어린이날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꼽았다. 가장 좋아할 것 같았던 TV나 만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다는 응답은 6.8%에 지나지 않았다.
‘TV 나 컴퓨터가 친구’인 요즘 아이들이 이처럼 소박한 어린이날을 꿈꾸게 된 데에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느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미양초등학교 권혁진(10) 군의 스케줄을 보면 하루 종일 부모 얼굴 보기도 힘들다. 오후 2시30분 학교수업이 끝난 후 3시부터 영어수업, 4시30분 태권도, 또다시 공부방까지 다니다보면 오후 9시가 돼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교사 이모(여ㆍ26) 씨는 “부모님은 맞벌이로 바쁘시고 아이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빠 어린이날만이라도 부모와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3학년 박대웅(10) 군도 “아빠는 출장을 자주 가고, 엄마도 밖에 나가 일을 하기 때문에 거의 혼자 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의 꿈은 소박하지만 직장일에 지친 부모는 아이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아 ‘나중에’라는 핑계를 대기 십상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어린이 33.3%(255명)가 부모가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로 ‘지금 말고 나중에 놀러가자’를 1위로 꼽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최모(여ㆍ38) 씨는 “남편도 나도 일을 하기 때문에 평일은 시간이 안 나고 휴일에도 쉬고 싶을 뿐이라 밥하기도 힘들어 시켜 먹는다”며 “놀러갈 엄두는 차마 못낸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어쩌겠느냐”고 전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과거 어린이날의 전통 코스로 여겨졌던 놀이공원 등에도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몰리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1988년 5월 5일 하루 입장객은 33만명. 그러나 최근 몇년간은 10만여명만이 찾고 있다.
초 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주려고 몇십만원짜리 게임기를 사두었던 김영민(42) 씨는 “평소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건 순전히 어른들의 착각이었다”면서 “인파에 밟히더라도 어린이날은 밖으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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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나들이’가 최고 선물
ㄱㄱ 조회수 : 768
작성일 : 2007-05-05 14:26:21
IP : 121.150.xxx.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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