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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엄마네요

부족한엄마 조회수 : 1,414
작성일 : 2007-04-27 19:29:43
아이가 ADHD가 의심되었는데 보더라인에 걸렸다네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부모래요.
아이를 너무 야단치고 화내는 일이 일상화 되어 있어서
교육도 일관성이 없고...

정말 하나같이 맞는 말이더군요.

그런데...그 중 아이의 한가지 답변이...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나중에 이쁜 반지를 사주고 싶다고...눈물이 나대요.

남편과 저는 이제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했지만
지난 날이 생각 나서 얼마나 남편에게 화를 냈는지 몰라요.
남편은 정말 아이에게 너무 냉정하고 엄했거든요.
정말 아이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그럼 저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라고 소리지르고...
같이 사는 시어머니는 표정이 굳어버리시구...

어제도 싸웠네요.
어머니랑 좀 떨어져서 살자고 의견을 냈는데(제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니까요)
그러다 또 말싸움나고...
오늘이 아이 소풍날인데 꼭 이렇게 무슨 날이 있으면 전날에 아주 전쟁이네요.

어머니와 남편은 똑같이 저한테 너때문에 아이 버렸다고 누굴 탓하냐고 하시더군요.
정말 답답했어요.
전 솔직히 나만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아이까지 잊어버리고 나만 생각하기도 힘들었거든요.
정말 그런가~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정말 유서까지 쓰고 나같은건 이 세상에 없어도 되는건가 하는 자괴감도 들고...

그런데 오늘 가족들 몰래 신경정신과에 갔어요.
의사선생님이 어떤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비만진료까지 하는 병원같아서 신뢰가 안갔는데
저의 문제점을 아주 잘 봐주시더군요.
전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은 맘이 없는 사람이래요.
그게 병이구요.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얼마전에 여기 고백한다고 써놓으셨던 어느 분이 계셨는데
제가 그래요.
누구한테 착한 소리 들으려고 현실을 망각한채 일만 벌여놓는다네요.
맞는 말이죠.
큰집에서 지내시는 어머니가 계시기 어렵다고 하자 무슨 짓을 해서든지 모시고 갈테니 걱정말라 해놓곤
정말 007작전하듯이 어머니를 모셔왔는데
만만치 않는 생활이 이어지니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어머니를 미워하고...
하지만 시어머니랑 같이 지내는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게다가 평범치 않은 시어머니랑은.

그래서 제가 어른답지 못하고...어른 되려는걸 원하지 않아서 아이까지 문제가 있다고 하니
정말 아이에게 미안하네요.
의사선생님 말씀이...
본인도 고쳐야 하지만 아이를 잘 키우는게 제일 우선 아니겠느냐.
자식 덕을 보려는게 아니라 똑바로 키워야지...본인처럼 커서도 어른답지 않으면 어쩌냐 하는 말씀에
머리가 복잡해지대요.
내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돈만 벌어서 먹고 입히기만 했던 엄마였던거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던거 같아요.
항상 남편과 싸우고...어머니랑 부딪히고...그 화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옮겨갔으니 우리 아이 그동안 얼마나 슬펐을까요.
게다가 그 와중에 동생까지 생기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아이 생각만 하면 눈물만 나는데...난 그 엄마노릇을 잘 못하는 사람이니...미안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소풍가는데 과자를 잔뜩 사놓고는 가방에 한개, 손에 한개 들고 간다고 했는데 잊어버리곤
가방에만 하나 넣었더니 아이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저요...암말도 못하고 있다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다가 화를 내버렸죠.
다행히 아이가 소풍 잘 다녀오고...운동교실도 잘 다녀오고 병원에서 제가 늦게 왔는데도
벌써 다 씻고 과자 챙겨먹고 옷 갈아입고 티비 보고 있더라구요.

그것만 봐도 얼마나 감사한지...
더 이상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의사선생님은 책을 읽어보라고 하시네요.
엄마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이제 부터 어리광은 자신에게 일주일에 한번 상담왔을때 하고
병원밖을 나가면 말투도 어른스럽게 하고 엄마처럼 하라고...

하기야
제 말투가 너무 어려요.
그래서 꼭 전화를 받으면 어른 바꾸라고 하죠. 또 누가 벨을 눌러 나가면 동안은 아니지만 어머니 어디계시니? 하죠.

엄마가 달라지면 아이는 금새 변한대요.
그렇기도 한거 같아요.
이주일 동안 화내는걸 참았더니 아이가 조금 성숙해지고
유치원에서도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거든요.

제가 어른이 되야 겠죠.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해야겠죠.
우리 아이가 얼른 커서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도 버리라는데...
아이는 아이지 엄마친구가 아니라고...친구만들려고 애낳은게 아니라구...맞는 말 같아요.
의사선생님이 맘편해지는 약이라고 처방해주셨는데 먹으니 조금 좋아진거 같기도 하고...
내 얘기를 하고 그걸 이해해주는 의사선생님을 만나서 좋았구요(한번 정말 유명한 정신과에 가서 상담한적도 있었는데 이해하냐고 돈 다 버리구....쩝)
게다가 제가 살이 많이 쪘으니 입맛이 조금 떨어지는 약으로 처방해주신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기분이 전화되어서 입맛도 없어지겠죠.


여기서 우울하다 하시는 분들 고민하지 마시고 병원가세요.
우울한건 정말 미친게 아니라...정신과 가는건 미쳐서 가는게 아니라
머리에 걸린 감기를 낫게 하려고 간다는게 맞는거 같아요.
감기도 일주일 내내 알약을 몇알씩 먹으며 앓아도 잘 안나을때도 있잖아요.
머리는 더 복잡해서 혼자 약먹고 기다려도 잘 낫지 않거든요.

IP : 61.98.xxx.19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럼그럼요..
    '07.4.27 7:39 PM (84.42.xxx.132)

    제가 감히 이러이러하는게 좋겠다 조언은 못드리겠구요..

    원글님께서 이렇게 글 쓰시면서 혹은 병원 다니시면서
    마음속 정리가 많이 되셔서 무거운 마음 떨쳐버리고...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원글님... 봄이잖아요... 햇볕 많이 보시구요.. 아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응원합니다~~~

  • 2. 기운내세요!
    '07.4.27 7:49 PM (155.212.xxx.49)

    기운내세요!

    한걸음 내디신것이 중요한데 벌써 하셨네요. 차차 좋아질꺼에요..

    전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은 맘이 없는 병 이 있다는걸 다시 깨달았네요.
    제 남편이 그렇다고 의심했거든요. 병원엔 못가봐서 정확한 병명은 모르지만..
    남편은 절대 병원에 안간대요. 자기가 정신병이 맞다고 하더라도 안가겠다네요.

    원글님은 참 훌륭하십니다! 앞으로 잘 될꺼에요..

  • 3. 잘할수 있을거예요.
    '07.4.27 7:56 PM (122.100.xxx.21)

    이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어요.
    완벽해보여도 그 자식은 엄마의 또다른 문제점을 제기할거예요.
    저도 사실 요즘 아들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고민하고 갈등되고
    자꾸 대립이 되어서 미치겠지만
    이렇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해결 실마리가 있다는거예요.
    님은 이미 병원까지 찾아가보는 적극성도 있고...
    그리고 이미 어머니,다른데 가실곳이 없고 함께 있어야만 한다면
    님과 아이를 위해서도 님이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는건 어때요?
    저도 겪어보지 않고 쉽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님과 아이가 진정으로 편해야 하니까요.
    아무쪼록 힘내시고 빠른 시일안에 님과 아이의 행복한 웃을을 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할수있다!!!'아자아자!!!!

  • 4. 감사합니다.
    '07.4.27 11:17 PM (219.255.xxx.104)

    제가 오히려 이 글을 읽고 힘을 얻었어요.
    저도 화를 정말 많이 내요.
    그래서 아이와 서로 함께 화를 내지 않기로 약속을 햇는데 오늘도 제가 먼저 화를 냈네요.
    제 스트레스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서 그게 작은일에도 화로 나타나는거 같아요.
    함께 노력해 봐요.
    저도 아이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주려고요.

  • 5.
    '07.4.28 1:10 PM (125.178.xxx.143)

    발달장애 경계선에 둔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님의 사정은 참 안타까운데 아이 입장에서 말하면
    엄마가 변하면 아이도 변하는게 맞답니다.
    아무리 좋은 치료, 좋은 교육을 시켜줘도 엄마가 달라지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지요.
    육아의 책임을 엄마가 다 져야하냐~ 부모가 함께 져야하지 않냐고 하신다면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른이 해결해야할 문제이지
    아이에게 젤 큰건 엄마랍니다.
    엄마의 감정에 따라 아이의 감정도 똑같이 움직여요.

    저도 처음에 아이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무너지는 마음때문에
    남편과 이야기하다 싸우는게 일이였어요.
    아이에게 어쩜 그렇게 무관심할 수 있냐.. 아빠가 달라져야 아이도 바뀐다..
    아이에게 아빠의 역활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면서 결국 상처받고 초초해하고 불안해하는건 아이랍니다.
    부모의 다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라는걸 알앗어요.
    우리 부부가 싸우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해요..
    1만큼 좋아지는데는 몇달의 시간이 걸리지만
    가정에서의 불안감이 -1로 만드는데는 순식간이랍니다.

    엄마 치료도 꾸준히 받으시구요.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취미생활꺼리도 한가지쯤 가지시구요.
    남편의 도움이 적절치 못하다면 우선은 엄마부터 아이와 함께 밀착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이가 잘한다면 이러저러해서 참 좋다는 칭찬도 아끼시지 마시구요.
    (무조건 잘했다~ 좋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칭찬해주세요.
    그림 잘 그렸다~가 아니라.. 나무색을 이렇게 칠하니 정말 싱싱해보인다.라는 식으로.
    잘했다고만 하시면 잘했다는 표현을 안해줄때는 못한걸로 간주해버린답니다.)

    아이가 속상했을텐데도 잘 하고 간식 잘 먹고 있다면
    그것도 이야기 해주세요.
    엄마가 이러저러해서 미안하고 화낸게 마음에 걸렸는데 니가 이렇게 하니까 엄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구..

    엄마가 바뀌면 아이가 바뀌고..
    그럼 그게 곧 엄마의 행복으로 이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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