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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사람.. 그리고 센스

혼잣말 조회수 : 818
작성일 : 2007-04-24 16:29:10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에서의 센스는 음식을 준비할때의 센스와 비슷하지 않을까?

혹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를 찾는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감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감자에 기름이 더해지는 요리는 좋아하는 편이다. (비록 한정적이지만)

이걸 사람에 빗대 본다면,

다른면은 다 안좋지만 분명 어느면에선 좋은 것이 있을 것이 바로 사람 인거 같다.

세상에 100% 악한 인간은 거의 없는듯..

대부분은 나와 맞는지 안맞는지를 보는것이고,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재료를 보는것과 비슷한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 재료가 있다면 그걸로 어떤 요리를 해도 좋아할수도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수 있는 일이고,

별로 좋아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한두가지의 요리에선 좋아하는 정도의 사람을 만난다면
그 다양한 즐거움이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어떤 특별한 방식의 요리를 좋아한다 할지라도 그 재료 자체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입에 맞는 요리는 한정될 것이고, 쉽게 물리지 않겠는가?


그러면, 이렇게도 생각할수 있다.

상대에게 요리를 접대할때의 센스.  그것이 비록 간단한 음료 내지는 다과라 할지라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음식을 내가는 것이 바로 센스 이다.

나는 더워 죽겠는데 시원한 보리차를 한잔 준다면 그 맛이 꿀맛일테지만,
느끼하고 뜨거운 음식을 준다면, 아무리 상대가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다고 해도 달갑지 않을것이다.

여기서 가까운 사이라면 준비한 사람의 정성 보다는 본인의 짜증이나 실망감을 먼저 본능적으로
내보일수도 있다.

본인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준다면 비록 내 입엔 맞지 않고 내가 찾는 음식은 아니였지만
마음 속으론 일단 감사함을 지닐수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인간 관계도 그러하다.

나는 지금 상황에서 이런 대응을 원하는데, 상대의 반응이 어떠한가?

청량제 같은 대답을 해줬다면 100% 만족.
마음은 있는데 엉뚱한 대응, 혹은 따뜻한 말 한마디 원하는데 구체적이고 복잡한 설교를 늘여 놓는다면
바로 그건 상황에 적절치 못한 음식을 내놓는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 뭔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해 줬다는 것에 감사할수도 있고,
센스 없이 이따위를 주냐 하면서 화를 낼수도 있다.


우리는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혹은 음식점에서 접대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같이 먹을때 많이 신경을 쓰고 그릇까지 신경 쓰면서 센스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인간 관계는 어떨까?

과연.. 이 만큼이나 본인이 가진 센스를 동원해서 상대를 배려해 주고 있을까?


가끔은 그런 신경쓰임이 거추장 스러워서 혼자 먹고 싶을때가 있다.

이쁜 그릇에 이쁘게 담아서 먹고 싶을때가 있는가 하면,
그냥 밥통채, 냄비채 담아서 게걸스럽게 먹고 싶을때도 있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설겆이도 최소로 나오도록 하고 싶을때가 있다.

인간관계도 역시 그럴때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가까운 부모형제 사이라도,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격식에서 벗어나서 그냥 널부러지고 싶을만큼 편하게 혼자 있고 싶을때가 있다.


더워 죽겠을땐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시판 냉면을 사다가 시원하게 먹는것이 장땡인것처럼
추워 죽겠을땐 따뜻한 전골 하나 끓여서 호호 불면서 같이 먹고,
비가 오고 울적할땐 부침개를 지져 먹으면서 즐거워 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것을 서로 배려하고 맞춰 줄수 있는 센스를 가지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결혼해서 행복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을 내가 좋아하는 재료(배우자)를 찾는것이
중요하고,

그거 만큼이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요리해 낼수 있는 센스도 필요한거 같다.


내 자신의 문제로 돌아와서..

나는 그 사람에게 언제나 좋아하는 재료일까?  아니면 어떤 특별한 음식에서만 발견되는 가치일까?

그 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어떻게도 좋아할 재료일까?
아니면 단지 난 차게 먹고 싶은데 자꾸 뜨거운것만 주고,
뜨거운것이 먹고 싶은데 차가운걸 주고,
국물있는 시원한 국수가 먹고 싶은데 마른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는 센스없는 요리사일까?


언제 어떻게 먹어도 좋을 재료가 아니라도, 충분히 좋아하는 기호에 맞춰서 다양하게 개발할수 있지 않을까?

또, 누구나 다 알듯이 너무나 맛있는 음식은 쉽게 물리는 법.
우리는 자꾸만 우리 자신을 화려하고 너무 맛난 음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는것이 아닐까?


우선, 내 자신부터 센스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거 같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재료인지, 어느 정도의 재료인지도 냉정하게 파악하고 나면...

우리 관계는 조금 더 개선될수 있지 않을까?

IP : 155.212.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잘 읽었어요.
    '07.4.24 5:49 PM (61.38.xxx.69)

    참 좋은 관점이네요.
    저도 노력해야겠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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