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제가 부자도 아니고
쓰고 싶은 거 쓸만큼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맞벌이 주부.. 아이를 미루면서까지 조금이라도
벌어보려고 애쓰고 있는 현실.
내 집 없이 전세로 살고 어찌됐든 내집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한발 나아가 보려고 얼마 안돼는 월급 쪼개고 쪼개서
먹고 싶은 거나 사고 싶은 것도 매번 뒤로 미루고 또 참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그런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럼에도 돈 모으기가 어려운 것이 수입이 워낙 작으니
모아도 쉽게 부풀리지 못하네요.
그래서 더 아끼고 아끼고...
저희 부부는 자주 다툽니다. 다툼의 원인이 참 사소한 것들이라
잘 생각도 안날 정도지만 잊을만 하면 또 다투고 또 다툽니다.
지겹도록 다툽니다.
한참 신혼때는 많이들 다투며 지낸다고 하시더군요.
결혼하고 만 2년이 아직 안됐으니 신혼이면 신혼이겠죠?^^;
늘상 아무것도 아닌일에 다투었다가 또 후회했다가 그럼에도
또 잊어버리고 금새 다투기도 하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가슴이 철렁하게 만든 아주 사소한
사건(?)이 있은 후로 이래선 안돼겠다..싶은 마음이 확 드는거에요.
남편이 서울쪽으로 출퇴근한지 일주일이 채 안됩니다.
근무지가 바뀌어서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터라 많이 힘들거에요.
평소엔 차를 가지고 다니니까요. 운전까지 하려면...
전 집 근처가 회사라 시간이 참 괜찮아서 아침에도 많이 잤었는데
남편이 근무지 바뀌고부터는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준비하고
꼭 아침을 같이 먹고 그러고 남편 출근하는 모습을 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아침은 꼭 챙겨 먹었지만 남편이랑 저랑 같이 천천히
일어나서 챙겨먹고 그랬거든요.
그땐 남편도 회사가 가까워서 남편이나 저나 8시에 일어나서 후다닥
챙기고 아침먹고 출근했는데
이젠 제가 6시에 일어나서 후다닥 아침 준비하면서 남편을 깨우고
남편씻고 출근준비 하고 같이 6시 30분쯤 아침 먹고 남편은 7시쯤
출근을 한답니다.
오늘은 사정이 생겨 차를 놓고 출근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서울로 나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거랑 이것저것 알려주고 꼭 버스타면 전화하라고 부탁했어요.
남편이 버스나 지하철을 전혀 이용해 보지 않았던터라 걱정도 되고 또 시간에
잘 도착했나 싶어서 전화하라고 한거거든요.
그런데...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안오는거에요. 이미 버스를 탔어도 여러대
탔을 시간이고...기다려도 전화가 안오는데다 전화를 해도 안받는 거에요.
30분이 지나도 연락두절...
1시간이 지나도 연락두절... 보통 전화하는 거 깜빡했다 하더라도 전화를 걸면
받기라도 해야 하는데 1시간 내내 전화를 해도 안받지 뭐에요.
별별 생각이 다 드는거에요. 게다가 하필 그때쯤 싸이렌 소리가 심하게 나면서
응급차가 지나가는 소리들이 나질 않나...
혹시 사고라도 났나..싶고. 전화는 계속 안받고..정말 그 순간 별별 생각 다 드는거 있죠.
지겹도록 싸우면서 지내는 남편이라도 남편 없으면 안돼는데..
사고 싶은 거 하나 제대로 못사주면서 아끼면서 살고 있었는데 정말 사고라도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
정말 별거 아닌것 같고 투덜대면서 말했던 지난 날들이 기억나서 후회도 되고..
너무 너무 걱정되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거 있죠.
그러다 겨우 1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전화를 받는거에요.
평소같았으면 아주 단단히 화를 냈을거에요. 머하느라 전화도 안하고 안받느냐고.
근데 오늘은 정말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서였는지 무사히 연락이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너무 감사한거 있죠.. 너무 걱정했다고. 무슨 일 있는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줄 아냐고..
남편은 핸폰이 꺼져있는걸 모르고 이제서야 켰다고 하데요.
아침에 버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전화할 생각도 못했다고. 할 상황도 못됐다고 하데요.
그래도 얼마나 감사하던지..
정말 다시 생각했어요. 요즘같은 세상에 돈 없음 살기 힘들지만
사고 싶은 거 못사고 먹고 싶은거 못 먹으면서 아낀 들 그게 정말 행복인가 싶은 생각이
다시들고... 생각없이 버는 것보다 쓰는게 많아서는 안돼겠으나 살면서 그래도 사고 싶은거
하고 싶은건 하면서 좀 살아줘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막 들었어요.
남편 필요하다는 것.. 가방 필요하다고 했는데 사자..하면서 막상 보고 다니지 못했는데
오늘이라도 당장 찾아보고 사줘야겠어요.
오늘 아침 작은 사건이 정말 또다른 생각으로 가득차게 만드네요. ^^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이젠 좀 쓰고 살렵니다.! ...^^;
다짐 조회수 : 1,783
작성일 : 2007-04-24 09:41:17
IP : 211.226.xxx.17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good~
'07.4.24 9:52 AM (218.235.xxx.19)큰 깨달음을 얻으셨군요.
사실 무조건 아끼고 안쓰면서 모으는 것은 쉬워요.
자기수입에서 적절히 쓰면서 사는게 어렵죠.
계속 흔들리지 마시고 행복하세요.2. ^^
'07.4.24 9:57 AM (165.243.xxx.20)미래를 위해서만 살면 너무 공허할 때가 있지요..
가끔은 현재도 누리며 살아야 해요3. 짝짝짝~
'07.4.24 10:08 AM (165.244.xxx.160)맞아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너무 혹사하고 살다보면
그 미래 역시 그닥 행복하진 않을것 같아요~^^
저도 늘 아둥바둥 살고는 있지만 가끔은 여유를 부리려고 노력 중입니다~^^4. 원글녀
'07.4.24 10:17 AM (211.226.xxx.174)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렇다고 너무 안쓰고 그런건 아닌데 일단 필요하거나 먹고 싶은 거 생길때
꼭 한두번 생각하면서 하루 하루 미루다 미루다..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정말 아침엔 눈물날뻔 했어요. 지레 겁먹어서..^^;5. 님과 같은
'07.4.24 11:50 AM (211.216.xxx.194)생각을 저두 자주 하는편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뿐입니다.. 맨날 쪼들리는 생활 언제 풀리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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