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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마음을 풀어드려야 할까요?

맏며눌 조회수 : 737
작성일 : 2007-04-23 18:28:23
둘째 임신중인 직장맘이고 맏며느리입니다.
입주아주머니가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서
지방에 사시는 시어머니께 아주머니 구하는 동안 계셔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시어머니가 아주머니 정하는 건 저보고 하라고 하시면서
막상 오시는 아주머니마다 뭐가 마음에 안들다, 돈이 비싸다, 손빨래 하라고 해도 안한다, 일 못하게 생겼다 등등 트집을 잡으시고
저 역시 그동안 몇차례 바뀌는 아주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고
곧 동생 볼 큰아이(두돌)가 힘들어할까봐 두달간 시어머니가 계시는 걸로 하고
그 이후 애기낳고 제가 아주머니 구하기로 했어요.
저희 친정은 먼데다가 이혼한 친정어머니와 너무 안맞아 도움받기 어려운 형편이고
친정엄마가 아이낳기 전후에 한두달은 도와주신다고 했어요.

시어머니가 장손이라고 저희 아이 끔찍이 아끼시고
저 역시 그동안 사소한 갈등이나 이런 것들은 있었지만
(우리 시어머니 남들 다 천사표라 하시고, 각종 먹거리에 저희를 살뜰히 잘 챙겨주시는데
저한테 한번씩 심한 말씀 하시는 거 때문에 상처받은 적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제가 아쉬운 입장이고 도움받는 처지라 잘 지내보려고 했지만
한달 지내는 동안 우리 시어머니 역시 평범한 시어머니일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어요.

물론 시아버지 혼자 지방에 계셔서 주말에 한두번씩 왔다갔다 하셔서
두분 다 힘드셨겠지만
큰애가 어린이집 가서 점심 먹고 오고 와서 낮잠 2-3시간 자고
일주일에 두번 파출부 아주머니 오셔서 청소, 빨래 하게 했고
저도 거의 칼퇴근을 해서 저녁에는 아이를 돌봤어요.

임신 8개월에 직장생활하느라 힘들고, 빨리 퇴근해야 하는 마음에
직장에서도 정신없이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시어머니가 따라다니시면서 잔소리 하십니다.
남편이 의산데 아이 감기며 아토피며 이런거 정작 아들한테는 얘기도 안하시고
저를 비난하는 듯한 말투며 온갖 육아에 관한 참견, 간섭에
냉장고에 뭐가 썩었다, 이건 얼마냐, 이건 왜 사왔냐, 외식하지 마라
똑같이 맞벌이하고 사회 생활하는데 남편하고 은근히 차별하면서
남편은 신경쓸까봐 일절 그런 얘기도 안하시면서
저한테는 이런 건 여자가 해야 한다, 내가 찬장정리 싹 해놨다
남편이 늦으면 힘들어서 어떡하냐, 제가 늦으면 우리 손주 엄마 못봐 불쌍하다
하루는 남편이 늦게와서 저녁을 라면 끓여줬더니 우리아들 밥도 못 얻어먹고 원통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제가 데리고 와야 할 날이 있었는데 유모차를 가지고 나가려니
왜 유모차를 가져가냐 니가 업고 오면 될 것을(임신 8개월인 며느리한테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해 감기 걸렸는데
아침에는 감기라 보내지 말자, 오후에 데리러 가셔서는 아이가 집에 가기 싫어한다고 제게 전화해서는 어떡하냐, 퇴근하고 나면 다 종일반 하는데 얘만 일찍 집에와서 손해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에, 했던 말 또 하시고 또 하시고

처음에 맞춰드리다가 저도 일일이 대답하기 피곤하고, 원하는 대답 안나오면 뭐라 하셔서
별로 대답도 안하고, 마주치면 또 붙들고 얘기하실까봐 눈도 피하고 그랬는데
(사실 퇴근하면 녹초가 돼서 집에 가면 말할 기운도 없어요)
하루는 남편 앞에서 너 뭐가 불만이라 그리 툴툴대냐, 내가 너 결혼시킬때부터 하도 주위에서 대단한 며느리 얻는다고 했더니 정말 그렇구나, 내가 와서 우리 아들이 중간에 에미눈치, 각시 눈치 봐서 더 못있겠다 등등 한바탕 하셔서
암튼 한달정도 계시다 아주머니 구했고 며칠전 내려가셨는데
저도 사실 웃는 낯으로 잘 해드린 건 아니라 맘이 편치는 않아요.

근데 시어머니가 내려가신 이후로 제 전화도 안받으시고,
싸늘하고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되네요.
남편은 어머니 가실 시점에 해외에 나가 있어서 이 상황을 잘 모르구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맘 같아서는 그냥 모른척하고 못된 며느리될까 싶기도 한데
한편 가족인데 이렇게 불편한 채로 지내도 되나 걱정도 되네요.
시어머니가 신랑한테 뭐라고 하실지 걱정도 되구요
출산이 한달도 안남았고 저도 직장에 육아에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시어머니가 그리 모질게 말씀하시나 서운하기도 해요
IP : 125.131.xxx.3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다가
    '07.4.23 9:44 PM (220.72.xxx.198)

    에구 여러면에서 힘드셨겠내요.
    그 어머님도 손주 사랑이 가득하신 분인가 봅니다.
    영감님 지방에 두고 오셨으니 말입니다.
    우리 어머님 작은애 병원에 입원해 큰 애 봐주러 3일도 안 계시고 당신 남편(시아버님) 불편해 한다고 가십니다.

    애 봐준 공 없다고 노인분이 애 보면서 힘들고 맞벌이 하는 며느리 옛날 당신 생각만 우선해서 만족스럽지 못해 불만도 있었을거에요.
    그래도 지혜롭게 며느리가 먼저 풀어 드리세요.
    전화 안 받으면 간단한 편지 전해 보세요.

    어버이날도 얼마 안 남았고 그냥 잘 못한것 없어 잘못했다 소리 안 나오면 그저 어머님 덕분에 위기 면했다고 감사했다고 얼마나 지치셨나고 인사하고 보약이라도 드시라고 선물 하세요.

    때로는 한 발 물러 나는게 이기는 경우가 많아요.
    어른하고 특히 시어머님하고 부딪혀서 좋을게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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