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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는거죠

술먹는 아낙 조회수 : 1,433
작성일 : 2007-04-12 01:27:45
남편도 자고 이제 백일 좀 넘긴 아기도 잡니다.
전 아기를 겨우 재워두고는 맥주병을 땄습니다.
딱 한잔만... 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반병을 넘게 마셨네요.
아기가 푹 자고 일어나야 젖을 줄텐데, 그전까지 술이 깰 수 있을가 걱정입니다.

지난 주말에 남편이랑 싸웠드랬죠. 아기 낳고 종종 주말에 싸웁니다. 아니요. 생각해보니 주말에 얼굴 맞대고 있는 날은 거의 싸운 것 같아요.
산후우울증인건지, 정말 남편이 무심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친정도 멀고, 시어머니는 몸도 좀 안좋으시고, 서울 살다가 결혼하면서 여기 내려와서 바로 아기 생기고 하는 통에 친구 하나 못사귀고 있습니다.

감옥에 갇힌 것 같아요. 아기랑 하루 종일 둘이 집안에 있습니다. 남편은 직장에, 대학원에 늘 바쁩니다. 늘 바쁘고... 그나마 시간이 날 때는 피곤해합니다. 대화도 거의 없고... 말을 해도 어딘가 헛디디고 있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남편이 점점더 이기적이고 냉정하게 느껴집니다. 사랑하니까... 속을 다 꺼내놓고 있는 것 뿐인데 나를 바보 취급합니다. 다만 한시간이라도 아기를 맡기고도 안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무심하고 둔한 사람이라 아기랑 둘이 놓아두면 꼭 무슨 사고가 하나씩 생깁니다.

여자 팔자는 친정어머니를 따라간다던데, 저는 어째 시어머니 팔자를 따라 갈 것 같습니다. 나의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해바라기 사랑하다가 매정함에 지쳐서 죽겠다고 약까지 먹었던 분입니다. 고지식한 분이라 죽으면 죽었지 이혼은 못해서 억지로 버티고 계시죠. 친정엄마는 모진 시어미랑 망나니같은 시동생들 때문에 모진 시집살이 30년을 하면서도 남편 하나 믿고 버티고 계신데, 저는 (저에게만은) 다정한 시아비, 친한 언니처럼 마음이 맞는 시어미, 속 깊은 시누이들을 다 두고도 마음 쌀쌀한 남편 하나 때문에 며칠에 한번씩은 지옥을 헤맵니다.

이곳은 요즘 날이 너무 좋아요. 어느날은 내가 살던 서울의 황사먼지가 그리워서 혼자 울기도 했어요. 화창한 낮에 아기를 어르다 보면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더 열심히 아기랑 놀아주기도 하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밥도 잘 챙겨먹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마음 한곳이 허물어지면 술을 마십니다. 맥주 한컵도 마시고 반컵도 마시고 그렇습니다. 그러고선 웃습니다. 그래야 웃을 수 있습니다. 남편은 제가 울면 화를 냅니다. 늘 그렇듯이, 내가 울면 짜증이 난대요.

오늘 밤에는 맥주를 한병이나 마셨는데도, 웃음이 안나고 눈물콧물만 납니다.
IP : 121.149.xxx.20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아낙네
    '07.4.12 1:39 AM (211.246.xxx.23)

    이쁜 애기도 있는데 힘내세요..
    젖먹이면 애기한테 해로워요 되도록이면 드시지말고...
    가까우면 벗이라도 되드리고싶은데...
    백일넘었으면 너무도 예뻐겠어요 애기가...

  • 2. 힘내세요
    '07.4.12 1:45 AM (222.101.xxx.18)

    힘내세요..옛날의 저를 보는거 같네요.
    저도 친구하나없는 동네에서 외롭고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서
    우울증에 걸릴것만 같았거든요.
    저는 경제적으로도 좀 여유가 없어서 마트도 제대로 못다녔어요
    바람쐴일도 없고 외식도 꿈도 못꾸구요..
    이제 아이가 커서 4살인데요. 얼마나 이쁜지 꼭 친구같아요.
    아이가 누워서 바둥거릴때 울남편 나랑 아기만 남겨두고 바깥으로 휑하니
    나가버릴때 너무 원망스러웠는데요...
    지금은 남편이 나가기 싫어해요.
    애기가 말하면서 재롱이 장난이 아닌데 넌 좋겠다 벌어다 주는 돈으로
    하루종일 애기랑 집에서 편하게 놀고(편한것만은 아니지만요)
    밖에 나가서도 아이가 눈에 밟혀서 집에서 애랑 놀고만 싶다고해요
    저는 이제 애가 혼자서 옷입고 혼자 밥먹고 이것저것 다 하니까
    몸도 편해지고 여유도 생겨서 스스로 관리도 하고 살도 좀 뺐고요
    남편? 필요없어요(원망이 섞인말임)
    애랑 둘이 마트가서 이거살까? 하고 대화나누고
    마트 푸드코너에서 애랑 마주보고 앉아서 밥도 먹고요
    같이 거리도 거닐고 오뎅도 사먹고
    옛날엔 저도 밤에 혼자 치킨시켜서 맥주먹으면서 지냈던 생각이나네요
    힘내세요 아이 금방 크구요
    남편도 애가 아빠아빠 거리면서 신통방통한 말들하면 애붙잡고 같이 놀고싶어해요
    조금만 참아보세요..

  • 3. 산후우울증
    '07.4.12 5:46 AM (125.132.xxx.253)

    이신것 같아요..
    몸은 아가를 보느라 마음은 휘몰아치는 호르몬에 만신창이일 시기입니다. 다들 그래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 버티시면, 좋은 날 옵니다.. 힘내세요

  • 4. 조금만
    '07.4.12 8:10 AM (222.98.xxx.191)

    저랑 처지가 비슷하시네요. 지금은 4살, 3살 연년생 키우면서 정신없이 살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그맘때 애는 어리지 어찌해야할를지 정말 갈피를 잡을수 없었어요.
    중매결혼한 남편은 무뚝뚝하고 아기를 무서워해서 잠시 슬쩍 안았다고 내려놓고 가버리고...ㅠ.ㅠ(나중에 물어보니 꼭 떨어트리거나 꽉 안아서 애가 다칠것 같아서 무서웠다고 합니다.)
    백일 지나서 애도 좀 크니 저도 좀 제정신이 들더군요.

    언제 기회를 봐서 남편에게 애를 맡기고 반나절이라도 외출하세요.(전 친정아버지 병문안으로 서울에 다녀왔지요. 일요일마다 4번, 총5시간 가량 걸린것 같아요.)
    잠시나마 혼자 있는게 꽤나 기분전환이 되고, 남편도 잠깐이나마 아이를 봐주고 있으면 이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실거에요.(A4용지 한장가득 해야할 순서대로 차근차근 적어 놓았건만 애들이랑 티비앞에 앉아 있더군요.)
    기운내세요. 시간은 흘러가고 애는 크고 님도 옛날처럼 활기차지실거에요.
    그리고 한말씀 더드리자면...혼자서 술 드시지 마세요.
    저 아는분 밤마다 잠이 안와 소주1잔씩 마시다가 알콜중독 되신분 계세요. 이젠 술 없이는 잘수가 없어요. 차라리 폭식을 하는게 낫지 않나요? 살이야 뺄수 있지만 알콜중독은 고칠수 없잖아요.
    그리고 애기가 젖이 아니라 술을 먹는다는 생각도 좀 해보세요...ㅠ.ㅠ

  • 5. 토닥토닥
    '07.4.12 9:18 AM (74.97.xxx.205)

    예전의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천사같은 아이얼굴 보면서 힘내세요.

  • 6. 힘내세요.
    '07.4.12 10:00 AM (59.30.xxx.224)

    힘내요. 참 남자들이란..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존재죠. 시아버지를 보고 커서 그대로 하는듯.
    진짜 가까이 있으면 친구해주고 싶네요.
    힘내고.. 여기서 위로 받으세요. 혼자서 술마시는거 나중에 후회해요. 애가 아파서 혹시 내가 그래서?라는 생각에 애한테 더 미안해져요.
    술 드시지 마시고 수다로 푸세요. 전화통 붙들고 말수다, 여기에 글 올리는 거 처럼 글수다.. 일기를 쓰셔도 되구요. 나중에 읽어보거나 나중에 남편보여주세요 . 내가 그때 이랬었다하구요.
    절대 술은 안돼요. ..(경험담^^) 정말 후회해요. 아이한테 죄책감들고..
    아이 조금 크면 들쳐업고 여기저기 다니세요. 제주변 어떤 이는 애기 유모차에 태워 버스타고 산에도 다녔었데요. 기운내시고 더 씩씩하게 ~ ^^

  • 7. ...
    '07.4.12 12:26 PM (211.59.xxx.242)

    저도 조금이나마 그기분을 알아서...
    전 그래도 직장을 다녔어요...
    낮동안은 이런저런 생각할틈이 없었으니까...
    저도 멀리 시집와 친구하나 없었거든요...
    첫애을 낳고...출근을 하면서...퇴근하고 오면 늘 종종종종...어찌나 바쁜지...
    첫애라 마니 어설프고 서툴러서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아이빨래하나 어른빨래에 닿기만 해도 다시 빨아야하는줄알았어요...것도 꼭 삶아서 손빨래도...
    저희 남편 청소도 잘 도와주고 나름 자상한편이었는데도...
    어쩌다 친구 한번 만나러 간다하면 저는 히스테리 엄청 부렸어요...

    모든것은 마음에서 나온다하는데...쉽지는 않겟지만 노력해보세요...
    그냥 있는 자체만으로 남편은 차라리 없는 사람이다!! 생각하구요...
    요즘 날씨 좋으니까...낮에는 아기랑 밖에 나가서 시간 많이 보내세요...
    아기를 업던지...유모차를 밀던지...아이쇼핑이라도 자주 나가시구요...
    그러다보면 동네에 친구분도 생기실지 몰라요^^;;
    그리고 가령 남편이 퇴근할시간인데도 아기랑 놀고 들어오지마세요...
    마트에 가셔도 좋고 어디 레스토랑에 아기랑 가셔셔 식사도 하시구요...

    어차피 그시간은 금방 지나갈거에요...
    제가 둘째를 낳고 여전히 똑같은 상황인데도...남편이 없으면 저녁안해 좋다...
    뒷치닥거리? 안해 좋다...
    아이들이랑 놀아야지...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니 내 맘도 편해지고...
    남편도 제 눈치를 좀 덜보는거같구요...

    시간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요...

    아 그리고 지방이라도 아기데리고 갈만한 문화센타 같은곳이 있을거에요...
    버스 타고서 조금 큰도시로 나가서라도(물론 멀지않은^^;;)
    주중에 며칠이라도 외출해보세요...
    사람들도 만나고 시장에 가서 시장풍경도 보고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실거에요...

    기운내세요~~!! ^^

  • 8. --
    '07.4.12 1:30 PM (61.251.xxx.53)

    어느 동네 사시는 진 모르겠지만,
    동네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요가학원이나 문화센터를 알아보고 등록하세요.
    백일된 아이 들쳐없고 요가학원가서 마루 바닥이니 잠시 뉘여놓고
    그 옆에서 요가 따라하면서 강사랑도 말씀나누고 좀 놀다오시고 하세요.
    몇 개월만 지나면 아기 걸어다니고 그러면 그나마도 시작 못합니다.
    백일 정도면 적당하네요. 정기적인 외출과 사람 만나는 일이 우을증 치료에 도움이 될겁니다.
    남편에 대한 원망은...지금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감정소모입니다.
    그 일은 원글님 원기회복하시고 다시 생각한다 접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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