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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불꽃같이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
직장생활 십년, 껄렁껄렁 털털 빈티지를 즐기고 스포츠매니아이며 애연가인, 도무지 참한것과 거리 멀었던 나는
결혼 생활 이후 살림과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 -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1)
연애전 가장 친한 부류는 역시 주변 골드미스들이었다. 사실 이런 사람들만 널려있다.
30 넘은지 한참인데, 고등학교 친구 여덟중 나 포함 셋만 결혼했고, 대학 친구 다섯중 나만 결혼했다.
직장이나 동호회등 사회에서 만난 사람중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에 결혼한 사람 역시 없다. 전혀...
그리고 나머지는 다 나의 male friends.
사람마다 코드가 있으니까, 내 피가 반응하는 사람들은 죄다 골드미스 취향인 것인가보다.
그리고 나이가 먹어서 만난 사람일 수록 더 내 취향과 비슷하여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 같다.
여자친구들과의 화제는 대개 이런것들 - 직장생활, 다채로운 문화생활 향유, 식도락, 여행, 정치, 경제, 밤 문화.. 등등이 가장 대부분의 화제여서 정말로 재밌게 지냈는데, 문제는 내가 연애를 하게 되면서, 저 관심사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그 보다 더 중요한 나의 가장 생활의 중심은 남자친구였고 그 후엔 남편으로 변했다는 것이고 또 주요 관심사는 가정살림과 시댁이라는 것이다.
내 주변 골드미스들 - 너무 괜찮은 사람들이지만 연애를 참 못한다. 1999년 이후로 연애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실은 연애를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매우 갈망하는데 잘 안된다. 해가 갈수록 안된다. 그래서 이들에게 남자친구 얘기를 하지 못했고, 결혼 해서도 남편 얘기를 잘 하지 못하게 된다. 결혼은 커녕 연애라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참으로 좋을텐데.
조금 다른 얘긴데, 나의 경우, 아이 있는 사람 미니홈피 가보면 참 막막함을 느낀다.
'*** 라는 사람은 없어졌고 ***의 딸/아들만 있네.'
별다른지 모르겠는 아가들 사진에 재미가 없어져서 휙 하고 나와버린다.
내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는 생각이 내가 애 엄마 지인들 바라보는 생각과 비슷할까봐 두려워 입을 닫는다. 내 블로그에도 살림 얘기나 요리 얘기엔 리플이 하나도 없다가, 가끔 음악 얘기를 적으면 댓글이 대여섯개씩 달린다. 바로 그게 관심사의 차이겠지...
2)
그럼 몇 안되는 연애하는 or 결혼한 친구를 볼까. 사실 달랑 넷이다.
결혼한 녀석 중 하나는 된장녀다. 결혼 전부터 남자는 시부모 재산이 30억 이상 - 그때는 집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던 시절이라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 , 학벌은 SKY 인기과, 전문직 아니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결혼때 캐럿 반지 안사준다고 울며불며 이 결혼 해야 돼? 하고 나에게 물었던 친구였다. 학교때 친구 그룹 중에 같이 있는 친구여서 지금까지 보는거지, 아마 대학 이후에 만난 친구였다면 친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친구랑 얘기만 하면 속이 뒤집힌다. 그래서 친구들 우르르 만날 때 아니면 가급적 안만날려고 노력 중이다.
나랑 그나마 뜻 맞는 친구는 둘째를 낳더니 행방불명이다. 애 둘이니 오죽이나 힘들까. 둘째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 쯤에야 만날 수 있는 걸까. 전화를 한다고 해도 이미 유치원생 학부모인 이 친구는 우리와 수다 떨기를 포기한듯 하다. 내가 골드 미스 친구들이 내 얘기 지루해할까봐 주눅들어있듯, 이 친구는 '말해도 모를꺼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랑 또 뜻 맞는 친구이자 연애하는 친구 둘. 둘다 유학 가더니 미국에서 일자리를 잡아버렸다. 영주권 신청 한다니 안올 것 같다. 요즘은 MSN 시간대도 안맞고, 점점 공통 화제도 없어져 가서 메신저 대화도 줄어버렸다. ㅠ.ㅜ
3) male friends.
참으로 이상하지. 연애전에는 그렇게 친하게 지냈었고 결혼 전에도 스스럼이 없었는데.
우리 부부는 둘다 개방적이라서 둘다 이성친구랑 친하게 지내는것에 서로 전혀 터치 안한다.
그런데 male friends들이 오히려 뺀다. 특히 2명이 거의 베스트 프렌드 급으로 친했는데
한 놈은 내 연애 이후 잘 안나타나고 - 처음엔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그러니까 오해가 든다 -
한 놈은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 잘 안나타난다. 여자친구가 단속하나.
그래서 둘다 역시 메신저 친구로 남아버렸다. 통화도 잘 못하고.
4) 직장동료들
회사에서 나이에 비해 직책이 있는 편이다.
직책이라는게 참 우습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팀원급들은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내가 직책이 있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직책이 생기니까 약간 벽이 생긴 것 같다.
다른 팀장님들은 보통 40대. 애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뭔가 벽이 있는 듯 하다.
그나마 나를 팀장이라고 어려워하지 않던 유일하게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대리 하나는 출산휴가 중.
5) 살림이나 요리동호회에 들어갈까 했었다.
사실 82cook 자게에서도 벽을 느낀다.
가끔 한두분씩 비슷한 분도 계시지만 그래도 태반은 나와는 많이 다른 분들이다.
아무래도 세대차이도 있고 살아온 배경도, 관심사도 취향도 다 다르니까 그렇겠지만..
인테리어 동호회나 요리 동호회도 알아봤는데.. 역시 82cook과 비슷하다..
하긴 심지어 인테리어나 그릇 취향조차 나는 이런 동호회들에서 마이너니 오죽할까.
6) 이럴 때는 자매랑 우애가 깊어진다는데...
모든지 천지차이인 우리 자매. 단 한가지의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
얘기를 듣던 남편이 "하긴 얼굴도 안닮았지." 라더군.
7) 그래서 이것저것 조잘거릴 수 있는 친구라곤 남편 밖에 안남았다.
그나마 세계관 가치관 배경 성격 취향 등등이 비슷한 남편이 정말 내 유일한 친구...
그러나 이 남편에게도, 이 얘길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 라고 하니.
바둑이나 배워보지? 라고 한다. ㅠ.ㅜ
인간아, 내가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ㅠ.ㅜ
아.. 아마도 나는 경계인인듯..... ㅠ.ㅜ
1. 쓰신글..
'07.3.28 4:20 AM (136.159.xxx.103)잘 읽었어요.
단락도 잘 나누시고... 단편소설 읽는 기분으로요..^^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든..
다 어느정도는그런 생각하며 사나봐요.
자신과 정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없죠.
아마 친한 친구분들이 다 결혼을 하셨어도
비슷한 조건으로 결혼한 사람은 없기에
또다른 이질감을 느낄거고요.
하지만 그래도 많이 부럽습니다.
아직 올드미스인 저에겐..
많은것이 비슷한 남편이 있다는것..
주변에 친구분들도 여전히 한번 시간들여 소집하면 상당히 많을듯하고...
제가 가장 좋아해서가 아니고
하루에도 몇번씩 떠올릴수박에 없는 소설이...
까뮈의 "이방인"입니다..
경계인도 아닌...^^
세상에 속해 살지만(물리적으로)
결코 아무의 공감도 얻지 못하며
뚝 혼자만 내던져져서 지내는것 같은...
전 그래서 올해들어 결혼을 결심했답니다.
지난 10년간 아무 생각없었는데요.
이유는...
삶은 더 힘들어지더라도
지구에 정착하고 싶은 욕망때문이라고 할까요?2. ....
'07.3.28 9:48 AM (210.223.xxx.19)와 글을 엄청 잘 쓰시네요.
직장에서 빠른 나이에 팀장님이 된게 이해가 되네요.
근데요.
남편분하고만이라도 감정 교류에 만족하신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30대는 대부분 그럴거예요.
조금 안정이 되는 40대는 다시 뭉친답니다(물론 맘의 평정을 찾은 사람들만).3. 꼼꼬미
'07.3.28 3:41 PM (125.128.xxx.191)저도 결혼안했는데 제 나이 31살인데요...부모님이고 친지들이고 스트레스 너무 줍니다.
저도 슬슬 결혼이 생각이 납니다..
주방용품에 욕심도 생기고...ㅡ.ㅡ;;;
늦은나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전..
우리 회사엔 결혼안한 동갑 친구도있고 팀장도 33에 싱글이고...친구들도 그렇고..
결혼 스트레스 없는 곳에 살고싶다..4. 몽중인
'07.3.29 11:48 AM (211.41.xxx.26)글을 읽고나니 되려 님이 부럽습니다.
어느덧 정신차려보니 30이란 숫자를 넘어있었고, 일도,사랑도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한
지금의 제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네요~
그래서 도피처로 결혼이란것도 생각하게되는데,인연이라는게 쉽지않네요~
골드미스...는 점점 멀어져가고 피오나미스에 가까워져가요~ 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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