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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남편

오후 조회수 : 1,576
작성일 : 2007-03-10 16:21:08
남편은 성미 급하고 무슨 일을 맞딱뜨리면 소리부터 질러댔어요.
남들하고 걸핏하면 싫은 소리는 얼마나 해대는지 소심한 저는 인간관계하기 참 어려웠답니다.
예전에는 그 게 너무 싫고 상처가 되어 부부관계 유지할 수 있을까조차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때마다 아이 핑게를 대고 감정을 추스렸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얼른 늙어서 이가 빠지고 기운도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뿐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지 남편이 순해졌어요.
이는 빠지고 뼈가 약해졌는지 가볍게 넘어졌는데도 부러지기를 잘해요.
마음도 약해져서 제가 보이지 않으면 어린아이처럼 찾구요.
아하!~
오십을 넘기더니 늙어가는구나 느꼈어요.
측은지심이랄까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거꾸로 들어요.
큰일도 아닌데 식구들에게 소리지르고 기운 넘쳐나는 남편이 차라리 좋았었다고나 할까요?
확실이 늙은 남자는 쇠잔해요.
IP : 59.23.xxx.7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07.3.10 4:45 PM (222.239.xxx.42)

    제 남편과는 6살 차이인데 그렇게 살갑고 스윗하던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고약하고 심술맞은 영감이 되어가서 저는 너무 슬퍼요 .
    이제 40초반인데 어쩐대요......

    처음에 버릇이 그렇게 들어 요즘은 남편이 너무 서운하고 같이 살기 싫을 정도예요....
    하소연하러 들어왔는데 님글 누넹 띄어 들어왔어요.

    애처로운 마음이 왜 저는 안들까요?
    못견디갰어요.

  • 2. 마눌
    '07.3.10 4:46 PM (220.120.xxx.26)

    저의 이야기 같아요.
    그런데 아직도 그성미 그대로에요.
    불쌍하다가도 미운마움으로 왔다갔다 합니다.
    열심히 돈벌어 가족이 잘살았으니 고맙죠.
    마누라 없으면 어찌 살려는지..
    물한잔 먹어도 마누라 불러요.

  • 3. 동감
    '07.3.10 6:33 PM (121.175.xxx.104)

    젊을때 얼마나 밉던지 아들만 없었더라면 애시당초에 헤어졌을것을, 아들 땜에 참고 주위의 이목때문에 참고 또 참았더랬습니다.

    18번이 뭐냐하면, '내가 술을 마시나, 담배를 피우나, 바람을 피우나?' '나같은 남자 어디 나와보라고해라!' 였지요.

    속으로는 , '에라이 미친 넘아, 차라리 술마시고 담배 피우고 바람이나 피우고 집에 와서는 제발 신경질 좀 그만 부려라' 했지만 겉으로는 한마디 대꾸도 안하고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건드려 놓으면 죽을때 까지 씹을게 뻔했으니까요.
    사소하게 혼자 삐져도 삼박사일 오박육일이 다반사인데 대꾸까지 했다간 집안 시끄러운게 무서웠고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아마 제대로 출근을 못할 것 같아서 였지요.

    가장 친한 친구한테 제가 말했지요, '만약 내가 이 사실(남편의 냉정하고 못된 점)을 잊기라도 하면 꼭 상기시켜줘' 라고요.

    속으로 원한 또는 앙심 품기를 20년 넘게 했었는데 어느새 보니 이 남자가 조금씩 변해 가고 있더군요.
    남들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정신 교육 한게 가랑비에 옷젖듯 조금씩 조금씩 생각이 바뀌면서 내편이 되어 가고 있었지요.

    지금 50 조금 넘었는데 한소끔 끓인 나물처럼 숨이 다 죽었습니다.

  • 4. ㅠㅠ
    '07.3.10 9:48 PM (59.23.xxx.187)

    사람 사는 것은 다 같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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