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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라는 입장.. 조언부탁드려요.

정혜쌍수 조회수 : 2,021
작성일 : 2007-02-15 14:25:19
저에겐 대학2년생짜리 딸이 있어요.
배 안아프고 거저얻은 예쁘고 사랑스런 딸이죠.

학교랑 통학거리가 집에서 학교도착까지 한시간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어요.
작년에 입학해서 3,4,5월 적응해서 다니나보다 했더니
어느날 심각하게 통학하는거 너무 힘들다고, 버스만 봐도 울렁거릴 지경이라며
학교 다니기 싫다고 그러더군요. 예술계통이라 실습이니 뭐니 밤늦게까지
학교 있을때도 많고, 밤샘작업도 수시로 있다보니 아이가 버스시간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어요.

이러다 학교적응 못하고 중도하차하면 어쩌나 덜컥 겁도 나고
주위에 원룸이니 하숙이니 하면서 맨날 밤샘작없하는 아이들과 경쟁하기 어렵다고도 하고.
사실 저도 학업욕심이 많은 편이라 딸애가 다른애들보다
열악한 환경이나 시간때문에 뒤지는거 싫기도 해서
시어머니와 남편의 반대가 약간 있었지만 (여학생이고 세상이 무섭고등등)
제가 아이편에서 설득해서 원룸을 얻었어요.
먼 지방도 아니니 많고많은 이상한 말들 신경안썼구요.

아이는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는거, 시끄러운거, 귀찮게하는거 싫어해요.
오히려 혼자있는 시간이 더 많은 아이라서
원룸얻어주니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서인지 흡족했고
더이상 학교다니기 싫다거나 뭐 그런말없이 잘 다니고 큰 불만은 없어보여요.
지금도 고분고분하고 반항하거나 함부로 말하거나 그런건 없어요.
그 아이 성격이기도 하고, 친엄마한테 투정부리듯 하기엔 여전히 거리감도 있고요.

지난여름, 1학기 성적표가 집으로 배달되어서 봤더니 B+정도의 수준이더군요.
더 잘해서 올A받았음 좋겠지만, 그정도도 잘했다 했어요.

2학기가 끝나고, 성적표가 안오길래 우편물이 뭐 분실될수도 있고...
그렇다고 아이한테 성적보자고 하기도 그래서 그냥 말았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성적유지 했거니 하기도 했고, 중고등학생도 아닌데
성적표 보자고 하기도 그런게.. 이젠 성인이니까 나름대로 인격 인정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제 2학년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고지서가 안와서
학교에 전화를 걸어보니 보호자 주소를 원룸주소로 바꿔놨더군요.
그래서 성적표니 등록고지서가 안온거고.
순간적으로. 성적을 숨기고 싶었나 보다 싶었어요.
성적이 얼마나 안좋길래?

학교홈피에 아이디와 비번 간신히 알아내서 접속하고.
등록금 고지서 출력하고 나서
성적조회 해봤어요.
상상도 못하겠는. 9과목중에 6과목은 B수준이고 나머지 세과목이 과락이네요.
기가 막혀요.
과락이란거. F란거 꿈속에서도 상상조차 안해봤던 일인데.
1학기때보다 2학기때 공부하기 훨씬 편했을텐데도 말이죠.

그동안 용돈에 원룸월세에 공과금에 핸드폰..
저 직장다녀서 반은 그애 지출분 감당했구요,
나머지 반은 다달이 저축해서 다음학기 등록금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벌이로는 생활비하고 남는게 없어서,
제가 속좁은 이야기지만, 새엄마라서 이런생각 드는지 모르겠지만
딸애 대학때문에 내가 이 실증나는 직장을 그만두지 못한다고..
내 덕분이니까 대학다닌다는.. 그런 생각도 사실 들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실망을 주네요..
아이 행실이나 성격이나 말하는거 모두 어른들 생각에 100% 만족하진 않지만
요즘 아이들 반항하고 엇나가는거 생각하면 우리 딸애만큼 순하고 착한 아이도 없는데..
다른건 실망시키는거 전혀 없는 아이가
과락 세개는 그동안의 모든것을 다 허무하게 앗아가버리네요..

지금 화나는 대로 아이를 혼내자면
당장 원룸철수 할테니 집으로 복귀하던가.
아님 대학다니지 말고, 그돈으로 기술이나 배워라.. 하고 퍼붓고 싶은 심정이예요.
남편이나 시어머니는 화내거나 심하게 혼내는 타잎이 아니고
잘해라~ 하는 정도의 성격이라서,
제가 약간 큰목소리만 내도 엄청 화내고 애를 잡는것 처럼 생각하는것 같아요.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 감정그대로를 아이한테 폭발하기엔 아이가 여려서 상처받거나
저에게 안좋은 감정이 생길게 뻔하고.
시어머니나 남편에게 맡기기엔 그저 솜방망이 흉내나 낼게 뻔한데..
어떡해얄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감정상하지 않게 제 마음을 전할수 있을까요.
만약 친자식이었다면 당장 달려가서 짐싸서 싣고 왔을만큼 감정이 격해있어요.
남편과 어머닌, 제가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하네요.

전, 혼낼땐 눈물쏙빠지게 혼내고 싶고, 사랑해줄땐 금쪽같이 잘해주고 싶은데.
강약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쓰다보니 감정이 좀 누그러졌어요..

긴 글이지만, 두서없지만... 조언부탁드립니다..
IP : 211.33.xxx.14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려운자리
    '07.2.15 2:36 PM (220.75.xxx.171)

    우선 힘내세요! 저도 새엄마 밑에서 자랐답니다.
    지금 당장 따님이 서운해할지 몰라도, 언젠가는 알아줄겁니다.
    눈물 쏙 뺴도록 혼내주세요.
    남편분과 시어머니께 미리 양해 구하시고요.
    저도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운 엄마 입장에 정리해보면 낳은정 보다는 기른정이 큽니다.
    당당하게 야단치세요!

  • 2. 흠~
    '07.2.15 2:37 PM (221.153.xxx.48)

    님이 따님사랑해서 속상한거예요
    아니라면 속상할 이유도 없죠
    저 달있지만 새엄마라서가 아니라 친엄마인데도 불구하고
    내딸도 그리한다면 똑같은맘 생길거예요
    내가 저를 위해 고생하는데 저가 그맘몰라주면은요...
    근데 아무리 속상해도 이것 하나만은 세계들으세요^^
    자식은 내만대로 되는게 아니라는것...
    글구 내맘알려면 아직도 멀었죠^^
    일단 원룸 얻어주신것은 성적이 그렇다면 다시 고려해야 되겠네요
    제딸이 그래도 당장 집으로 오라할것 같애요

  • 3.
    '07.2.15 2:38 PM (221.153.xxx.48)

    당당하게 이러이러한점은 이렇다라고 말씀하세요
    너를 가슴으로 낳았다라고 생각하시고요

  • 4. 지금
    '07.2.15 2:42 PM (59.20.xxx.31)

    호되게 야단치지 않으면 따님이 섭섭할걸요. 지도 지금 각오하고 있을텐데요.
    나이고 있고 생각이 있는 애니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해 주세요.

  • 5. 훌륭한 분
    '07.2.15 3:09 PM (61.82.xxx.219)

    이시네요. 새엄마이신데도 딸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고 계신 듯 해요.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저도 딸아이에게 아이 입장에서 많이 이해하려하며 싫은 소리 안했지요. 대학생이면 자기 앞가림하겠지, 하면서요. 이제 졸업이고 나름대로 좋은 성적 유지한 모양새지만 막상 사회에 나가려니 준비가 너무 없는 듯해요. 지금 후회 많이 하고 있답니다. 제가 틈틈히 한 지적들도 실감이 안 났던 것 같았어요. 정말 대학생활 중요하답니다. 여러모로 준비안하고 졸업했다간....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아주 많이 혼내주세요. 사랑하니까 혼내는겁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진지하게 장래를 생각할 시간을 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 6. ..
    '07.2.15 3:41 PM (203.229.xxx.225)

    일단 혼내시고 난 다음에...
    나중에 친딸보다 더 소중해서 그렇게 혼내었다고 일러주세요.
    저는 새엄마한테 그런 고민이 생기게 될까봐 더 열심히 했는데...
    그 딸이 거기까진 생각못했던지 더 힘든 고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7. 志祐
    '07.2.15 3:59 PM (58.232.xxx.177)

    저도 학고라는 거 맞아봤는데 부모님께서 1/2 학년 저학년 때는 원래 논다하더라 하시면서 남자애들 군대 가기전에 놀다 가듯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신이 번쩍 들던데요... ^0^
    그렇다 해서 장학금 받는 쇼는 없었지만... 믿는다는 말도 해주세요 ^^

  • 8. 원글쓴이
    '07.2.15 4:54 PM (211.33.xxx.147)

    답변주신 분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화가 많이 났었는데 새기고 또 새기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딸아..
    핸드폰 열번은 했을거야..
    처음엔 왜 그랬냐고 묻고 싶어서였고.
    나중엔 뭔가 따지고 싶었는것 같아.
    오늘 당장 오라고 소리치고도 싶었고.
    퇴근하고 갈테니 꼼짝말고 있으라고 공포심도 조장하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전화를 안받는구나..
    그거 괘씸해서 또 전화해댔어..

    과락 3개를 어떻게 처리할지 학과 조교랑 통화하다가
    오늘이 선배들 졸업식 날이란걸 알았다..
    졸업식 때문에 네가 정신이 없었는 모양이구나..
    그래서 전화를 그리도 못받았나봐...

    딸아.. 오늘 전화 안받아줘서 고맙다.
    네가 전화를 받았다면 나는 아마 안좋은 소리를 많이 했을거같아.
    오늘 전화 안받은거, 아니 못받은거 다행이구나..

    내일 얼굴 볼수 있겠지?
    차례음식 대충 정리해놓고 너와 둘이서 근처 호프집에 갈 생각이다.
    둘이서 맥주한잔씩 꼬치안주 곁들이면서..
    지난 학기에 나름대로 무슨 힘든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수습할건지..
    차분하게 술잔을 부디치며 물어볼거야..
    결코 화내지 않을거구.. 네가 웃으며 말할수 있도록,
    너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 할거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는 모르지 바보야?
    바보니까 과락이 세개나 있지.. 멍청이.

    내일보자.. 나의 웬수야~!!!!!

  • 9. 히히
    '07.2.15 5:40 PM (165.243.xxx.103)

    멋진 어머니세요..
    F가 좀 놀다보면 맞아지더라구요..헤헤
    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운하시겠지만요^^;;
    가끔 C,D받으면 평균학점 안좋아질까봐 일부러 F 받는 경우도 있어요 :)

  • 10. ^^
    '07.2.15 6:29 PM (58.103.xxx.121)

    이런 새엄마 부럽네요.
    나도 우리 아들한테 새엄마처럼 대해야겠어요.
    진심이예요, 원글님.

  • 11. ...
    '07.2.15 8:38 PM (125.186.xxx.17)

    저도 새엄마지만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고 더 조심하시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친자식이든 아니든
    할말은 하고 감정조절또한 제대로 하시어
    진정 아이를 위한 언행을 보이시는게 부모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12. 새시엄마
    '07.2.15 11:14 PM (211.226.xxx.115)

    시어머니가 새엄마시거든요.

    세상에는 친엄마보다 더 좋은 새엄마도 계시고

    새엄마보다도 못한 친엄마도 있지요.

    저희 시어머니였다면,

    그저 딸 원룸으로 나가버린것만으로 기뻐서

    제발 거기서 계속 살아라 잘살들 못살든, 하실 타입이세요.

    갑자기 저의 시누이들이 불쌍해집니다.

  • 13. 키운정
    '07.2.16 10:18 AM (121.141.xxx.113)

    키운정 무섭네요.. 새엄마인데 정말 오질게 구박하고 때리고 했는데..
    연세가 드시고 보니 키운정이 무섭네요..
    어디 아프다하면 마음이 아프니까요..
    내려가지 못하고 남편 시켜서 한과랑, 한라봉 내려보내고, 용돈도 좀 챙겨 보내드리고요
    남편이 바리 바리 들고왔네요...사랑으로 키우면 보입니다. 제가 다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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