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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내 아들 학교서 '요코이야기'를 가르쳤을 때

에휴 조회수 : 591
작성일 : 2007-01-24 16:25:23
내 아들 학교서 '요코이야기'를 가르쳤을 때  
[기고] 김영 / 재미교포·매사츄세츠 웰슬리 거주

2007년 01월 24일 (수) 15:30:40 김영·재미교포 ( media@mediatoday.co.kr)  


    
  ▲ '요코이야기' 한국어판  
  
요즘 신문에 쓰여진 많은 '요코이야기'라는 책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니 작년에 조용히, 그러나 가슴 아프게 겪었던 나와 아들의 일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우리 아들이 중학교를 입학하자마자 첫 학부모 행사로 '학교의 밤'(Back to School Night)에 참석했었다. 우리가 사는 매사츄세츠 웰슬리는 중학교가 6학년에 시작하고 한국 학년으로는 고작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여러 과목 선생님들의 한 해 수업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그 중 영어 선생님이 올해 배울 여섯 권의 책들을 소개해주었다. 나는 그 책의 이름들을 적어와 한국어로 번역본이 나와 있는 책들을 구입해 읽었다. 바로 그 책 중의 하나가 '요코이야기'이다.

나는 그 책 내용에 대해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떻게든 '요코이야기'라는 책을 학교에서 가르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우리 아들의 말이었다. '요코이야기'를 배우는 기간 동안 자기는 영어시간에 참석하지 않고 도서관에 가 있겠다고 했다. 바로 영어 선생님께 우리 아들이 이 책을 수업시간에 배우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수업을 진행하는 한달 정도  영어시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알렸다. 영어 선생님은 내 메일을 보시고 영어책임교사(English Department Head Teacher)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솔직히 내가 생각한 이 책에 대한 심각한 문제는 아들의 친구들이 수업 후 갖게 될 한국에 대한 엄청난 그릇된 선입견과 그 때문에 받아야할  아들의 불이익이었다.  

작가는 책 서문에 이 모든 내용이 사실이고 자신의 경험이라고 썼고, 아이들은 앞뒤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고작 11살짜리의  아이들이다. 도대체 그 아이들이, 또는 그 부모들이 우리나라를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게 될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특히 우리가 사는 웰슬리는 동양 사람의 숫자가 적다. 중학교 6학년 340명 중 한국인은 우리 아들을 포함해 딱 2명의 남학생 뿐. 7개 초등학교 출신 아이들이 모여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게 될 새로운 친구를 만들며 미래의 꿈을 막 펼치려는 청소년기의 시작에, 완전히 일본인 입장에서만 쓰여진 책을 친구와 함께 반에서 큰소리로 돌아가며 읽고, 단어 공부를 하고, 단원 요약도 하고, 작가의 생각을 알아보는 시험도 봐야한다니.... 정말 기가 막혔다.

나는 이 책의 번역자가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음을 번역자의 글을 통해 알았고 '문학동네' 출판사에 전화해 그 분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다. 그 분에게서 작가가 한국판 출판을 기념해 새로 첨가한 작가 서문의 영어 원본을  받았다. 작가는 거기에 자신은 한국에 미안하고 또 한국을 사랑한다고 썼다. 내 남편은 이 서문이 책을 한국에서 팔아먹기 위한 일본인 특유의 제스추어라고 했지만, 나는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작가가 직접 한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믿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판에만 들어간 한국어로 쓰여진 번역자의 글을 번역자의 따님께 영어로 영작해달라고 부탁했고 수고비까지 드렸다. 그 두 개의 글을 학교 영어선생님께 갖다드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읽혔다.

유태인이셨던 우리 아들의 영어선생님은 다행히 한국에 대한 역사를 바로 알고 계셨고, 나와의 미팅을 통해 새롭게 준비하신 3가지 프린트를 보여주셨다. 일제 강점기 전후의 세계사 요약과 '만약 내가 한국인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문제지 등. 또 내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수업을 한시간 하도록 주선해주었다. 난 한국의 한지부채 100개와 붓펜을 100개 주문해 학생들에게 기부했고 한국 부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리고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 후로 1년이 지난 지금, 여러 곳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정말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곧 읽게 될 참지 못할 내용의 책.... 작년의 마음 아팠던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근 옆 동네에서 그 책을 커리큘럼에서 빼는 일에 실패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들에게 "어쩌니? 이유가 '독서의 자유'(freedom of reading) 때문이래. 내가 직장 때문에 그 분들을 많이 못도와드렸다"고 말을 걸었다. 아들이 "엄마는 TV 볼 시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한 아이의 '독서의 자유'가 열 명의 한국인을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내게 경고했다.

최초입력 : 2007-01-24 15:30:40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IP : 211.196.xxx.18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7.1.24 5:34 PM (211.51.xxx.68)

    와 정말 훌륭한 부모십니다. 저라면 못했을 것 같네요. 이런 분들이 한국에서도 많아져야 할텐데..저부터.

  • 2. 사기꾼
    '07.1.24 6:28 PM (141.223.xxx.82)

    'based on a true story'와 'a true story'는 분명 다른것인데
    어떻게 방송에서,대중들 앞에서,아이들 앞에서
    자기가 직접 겪은 일들(a true story)이라고 사기를 칠수가 있는건지..
    그러면서 출판사측에는...자기 책을 '소설'로 분류해서 출판해달라하고...
    사기꾼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서점에서 사다 읽는건 뭐라 할순 없지만
    단체 교육으로 배우는 짓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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