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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에게 돈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회수 : 1,949
작성일 : 2007-01-22 11:56:06
며칠전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랬습니다.

제가 형편상 결혼하고 살림을 살 수 없었고.

남편이 자취하며 살던 좁은 원룸에서

발이 묶인 상태라 이사할 수도 없어서

살림살이를 전혀 못했다구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살림살이에 쓰려고 모아뒀던

제 돈과 결혼후 모은 돈 다 합해서

어찌어찌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매에 넘어갔던 건물이 해결되는 바람에

저희도 방 두개짜리 건물로 전세지만 이사를 갑니다.^^;

친정 시댁 모두 시골이고 농사짓고 사시는 분들이라

시댁에서도 십원한푼 받지 않았고  남편이 장남이긴 하지만

저 또한 손 벌리는 거 싫어하는 터라 뭘 받을 생각조차 안했습니다.

친정은 시댁보다 형편이 더 안좋습니다.

친정엄마 혼자서 할머니까지 모시고 농사지으시며 사시거든요.

벌써 8년은 넘은 듯 합니다.

친정엄마 혼자서 그 농사일 다 하시고 여든이 훨씬 넘으신 ,

아직도 성격이 아무나 맞출수 있는 그런 성격이 아닌 할머니까지

모시고 사시는터라 .

그럼에도 항상 웃으시고 밝으시고  

말 그대로 참 맑으세요.

얼굴에 웃는 모습이 서려있어 사람들마다 인상 참 좋게 보시고

내년이면 환갑이시지만 그렇게 안보이실 정도지요.

저 결혼때도 없는 형편이라 크게 보태주지 못하시는 걸 안타까워

하셨지만  저는 형제든 부모든 금전적으로 부담주는 거 무척 싫어하는터라

전혀 개의치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이불이라도 해주시겠다는 엄마께  집이 좁아 놓을 곳도 마땅찮다고 말씀드렸구요

사실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겨우 문제가 해결되어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고 그 후 몇번 통화할때

친정엄마가 이불이라도 해주고 싶다고 자꾸 돈을 보내신다고 하시는거에요.

저는 얼마 안돼는 용돈 드리거나  힘들게 농사지어 조금씩 팔아 생긴 돈,

남의 품앗이로 일 가셨다가 하루 일값으로 받으신 돈...등등 그렇게

조금씩 모으신 돈 얼마라도 저때문에 쓰시는게 안타까워

괜찮다고 저희가 알아서 하겠다고 계속 거절햇었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혹시라도 엄마가 마음속으로 늘 생각하고 해주고 싶으신 걸

제가 자꾸 거절하게 되면 나중에라도 늘 그게 마음에 걸려서 안타까워

하시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이 되기에

여기 게시판에 글 올렸더랬어요.

많은 분들이  친정엄마가 해주시고 싶어하시니 고맙게 받고

또 다르게 보답해 드리라고 하셨지요.

토요일 ...

평소 자식에게 전화 자주 안하세요.  전화 할 시간도 없으시죠.

늘 바쁘시고 일하시고 ...그런데 그날 낮에 전화가 왔었는데

제가 못받았어요.  저녁에나 전화 드려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녁 무렵쯤 먼저 또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계좌번호 알려달라구요.  그때도 또 거절했어요.  근데 게시판 리플도 생각나고

해서...친정엄마께 그럼 감사히 받겠다고 하고 계좌번호 알려드렸어요.

월요일날 부치시겠다고 하시기에  시골이라 은행 나가려면 좀 걸리니까

이런저런 일 하시고 오후에나 부치시겠거니..햇거든요.

은행 확인할게 있어서 인터넷뱅킹 들어갔는데

벌써 친정엄마가 돈을 부치셨네요.

아침 일찍 은행 나갔다가 오셨나봐요.  ㅠ.ㅠ

엄마 이름이 찍힌 그 부분을 보는데 눈물이 나네요.

현금 백만원....저에겐 백만원이 아니라 천만원 그 이상같은 느낌이에요.

딸한테 이불이라도 한채 해주고 싶으셔서  보내신 엄마 마음이 감사하고.

백만원 엄마가 모으시려면 용돈에 뭐에 잘 쓰지도 안으시면서

모으셨을 돈인데  그냥 마음이 아프네요.

엄마가 주신 돈으로 꼭 사고 싶었던 거 사서 그거 두고두고 말씀 드려야겠어요.

볼때마다 이쁘고 좋다고.  엄마생각도 같이 난다고..



에휴. 그냥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코끝이 시큰합니다.
IP : 211.221.xxx.248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22 12:20 PM (68.147.xxx.37)

    저도 코끝이 찡합니다...
    어머님.. 부모님의 사랑이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감사할 나름이에요...

  • 2. 저도
    '07.1.22 12:26 PM (125.184.xxx.197)

    코끝이 찡해오는게...
    정말..어머니의 맘이라는게..다 같나봅니다..
    저도 잘 해드리는것도 없으면서...늘 항상 받기만하는데..
    정말 더 잘해야 할거 같네요.

  • 3. 김명진
    '07.1.22 12:35 PM (61.106.xxx.144)

    오래오래..효도 하고 잘 사실꺼여요. 찡하네요

  • 4. **
    '07.1.22 1:56 PM (61.106.xxx.130)

    제 마음도 훈훈해집니다. 눈물이 찔끔...
    저도 부모님께 잘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네요.

  • 5. 에구..
    '07.1.22 2:02 PM (59.6.xxx.246)

    어째 오늘은 이렇게 가슴 찡한 글들만 보게 되는지..
    님의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이 참 기특합니다.
    내 나이가 님보다는 20년 이상 연배이니, 기특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군요.^^^
    어머니 고생하시는 것도 헤아리고 또 어떻게든 본인의 노력으로 잘 살려는 의지가 정말 보기 좋습니다.
    잘 사세요.^^ 돈 많이 벌고, 저축 많이하셔서 앞으로 더욱 더 여유롭게 사시기를. 그것이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6. 원글
    '07.1.22 2:40 PM (211.221.xxx.248)

    네~ 정말 열심히 살아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지만
    거리마저 멀리 떨어져 지내다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거든요.
    이럴때마다 정말 근처에 살면서 자주 뵙고 일손도 도와드리고
    그러고 싶은데...
    입금하시고 여러번 제가 전화를 하셨나본데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못받았다가 전화 드렸더니 전화 안받아서 걱정하셨다고 하네요.
    날도 추운데 왜 일찍부터 나가셔서 부치셨냐고. 따뜻할때 나가시지...했더니
    다른 일도 있고 해서 나왔다고 하시지만 아마 저에게 입금해 주실 생각이
    더 앞섰을거라 말씀하지 않아도 알고 있답니다.
    ㅠ.ㅠ

  • 7. ...
    '07.1.22 3:32 PM (219.240.xxx.213)

    행복하시겠어요.
    님도 엄마닮아 잘 웃고 맑은 님이실것 같네요.

  • 8. 어머님은
    '07.1.22 3:44 PM (218.48.xxx.250)

    돈 보내고 나서 마음이 후련하셨을거에요.
    딸에게 그렇게나 해주고 싶은거 이제야 해주니 말이죠.
    정말 두고 두고 갚으시고 자주 말씀 주세요.
    어머님이 사준거 너무 좋고, 볼때마다 엄마 생각 절실해 진다고...^^

  • 9. 원글
    '07.1.22 4:00 PM (211.221.xxx.248)

    평소 친정엄마는 당신이 직접 가꿔 수확한 농삿물이나 직접 만드신 음식
    주위분들이 참 좋아하셔서 자주 주세요.
    당신이 힘들어도 받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면 친정엄마도 그게
    너무 너무 좋으신가봐요.
    매번 힘드셔도 직접 담근 김치며 음식들 친척들이며 아는 사람들 다녀갈때
    늘 싸주시거든요. 그게 기본 삶으로 자리잡혀 있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주고도 기쁜 마음이실텐데. 딸에게 해주시고 싶은거 해주셨으니
    얼마나 기쁘실까 싶어요.
    예쁘게 꾸며서 나중에 친정엄마 오시면 그 모습 보여드려야지요.

  • 10. 눈물
    '07.1.22 5:55 PM (220.86.xxx.238)

    눈물이 나요

  • 11. 잘하셨어요,
    '07.1.22 6:57 PM (221.165.xxx.190)

    그때 글 읽고 선뜻 받으시라 댓글을 못달았었어요.
    그런데 저희 엄마하시는거 보면 엄마 마음이라는게 다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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