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쯤에...우리 82쿡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했었습니다.
백수에 게임중독인 남편에 대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충고의 글을 써주셨습니다.
다른 제가 자주가는 사이트에도 인생선배님들께 하소연을 했었습니다.
거의 200분 가까이 답글을 주셨는데.. 어쩌면 하나같이 이혼하라는 말씀들..
참고 잘 살아보라는 분은 열손가락 안에 듭니다.
벌써 몇번을 망설이다 지난 토요일에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이혼을 하든, 별거를 하든..
가슴이 아프셔도 친정부모님이 이유를 미리 알고 계셔야 충격이 덜하실 것 같아서
친정에 먼저 말씀드리기로 맘 먹었었거든요.
엄마가 교회에 행사가 있으셨는데..
눈치를 채시지는 않은것 같은데.. 빠지시고 저와 있어주셨어요.
아버지 외출하시고 나서.. 엄마한테 사실을 얘기 했었습니다.
역시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빽입니다.
실은.. 한 두달쯤 전..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위를 상했습니다.
속이 너무 쓰리고.. 아무것도 먹기 싫어졌었죠.
친정에 얘기 했더니.. 오랫동안 위장병을 앓으셨던 아버지가 상비약이 있으니까
"집에와서 약 가져가라." 하셨었어요.
그날 엄마한테 하소연을 좀 했었습니다. 남편의 백수생활과 게임중독은 말고..
그냥.. 자기 멋대로인 성격과, 날 답답하게 하는 집착에 대해서...
엄마가 그러셨었어요. "그래.. 그런거 같더라.."
내 엄마는.. 알아주셨었던 거에요. 내가 말하기 전에.. 내 딸이 힘들어하고 있다는걸....
그러고 나서.. 그날 저녁.. 몇주만에 속쓰린게 없어졌습니다.
아.. 이야기가 옆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토요일에 엄마한테 전부 얘기 했습니다.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아마 엄마는.. 그간 속상했던 내 맘이 복받혀서 우는줄 아셨을 거에요.
생각보다 너무나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사위를 만나볼까 하셨고, 그담에는 사돈을 만나볼까도 하셨어요.
저는 저대로.. 엄마가, 제가 드린 상황 설명때문에 이미 받은 상처 말고..
저 때문에 다른 상처를 더 받는게 싫어서 그러지 마시라고 했죠. 정리를 해도 제가 한다고..
엄마는 이해해주셨고, "집으로 돌아와라." 하셨답니다.
그냥 무작정 친정으로 돌아오라는건 아니었구요.
일단.. 사위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번 주자는 거였어요.
새해가 되고.. 아주 조금 스스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씀 드렸거든요.
(낮밤 바꿔 생활하는건 조금 고쳐졌습니다 )
"아주 조금 달라지는데 3년 걸렸다며.. 그게 무슨 소용이냐." 하셨지만..
딸이 이혼녀가 되는건 엄마도 버거운 일일테니까....
한달이든, 3개월이든 일단 변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고..
그래도 변화가 없을때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씀이셨어요.
또 하나..
시어머니에게도 엄마한테 얘기했던것 처럼 자초지종을 말하라고 하셨답니다.
일단.. 나중에 제가 별거를 하더라도..
(많은 분들이 우려하신 것처럼.. 분명 팔은 안으로 굽을테지만..)
일단 어머님한테.. 제가 갑자기 이상해진게 아니라는걸 알릴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해해주시고, 중간에 교통정리를 잘 해주실 분이면 더더욱 말씀드려야 하는거구요.
그러면서 또 이런말씀도 하시더군요.
"O서방땜에 힘들면.. 그냥.. 친정에서 자고 출근한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려라."
회사까지.. 친정에서는 20분, 시댁에서는 1시간 30분입니다.
친정에서 다시 시댁으로 돌아오는길..
날 보내놓고.. 가슴 먹먹해하실 엄마를 생각하니....발걸음이 안떨어지데요.
어제 저녁..
신랑하고 얘기를 했습니다. 친정엄마한테 말한건 얘기 안했구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들어보고 싶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제가 3년내내..
"자기사업을 하고 싶으면.. 경험도 중요하지만..초기자금이 있어야 할 것 아냐.
노가다를 뛰든, 편의점 알바를 하든.. 일단 돈을 좀 모아놔야지." 라고 계속 말했었거든요.
어제 그러더군요.
"노가다를 뛰어서 돈을 모을 생각이야. 구상하고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을 3월쯤 만나볼꺼구..
근데.. 내일부터는 운동을 먼저 좀 하려고 해.
기초체력이 너무 없어서..지금 당장은 노가다 뛰기도 힘들어."
결론은 기다리랍니다.
또 다시 얼마를 기다리라는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나 오빠때문에 힘들고.. 너무 많이 지쳤어. 더는 못기다려. 참아줄수도 없고..
이번이 마지막이야. 나 실망시키지 마." 라고 말하고 일단은 대화는 접었습니다.
그냥 저 혼자 생각 하기에...
아무 잔소리 없이 한달을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일자리 알아보는 모습을 보이면, 그 한달을 3개월로 늘일 생각입니다.
그 3개월간 열심히 일하면.. 다시 1년으로 시간이 늘어날 거고..
그러면서 한해 두해 시간이 지나면.. 평생을,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살아야 겠죠.
그런데...만약
그 한달동안 지금처럼의 흐지부지한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일단 보름은 참고 넘겨야 겠죠. 달라지겠다고 말했으니...
그 사이에 어머님께도 말씀드릴 겁니다.
많이 놀라시고 가슴아프시겠지만.. (아들이 며느리한테 잘 못하니.. 오히려 너무 잘해주십니다.)
답글 달아주시고.. 걱정해주신분들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궁금해 하실까봐 진행상황을 썼습니다.
인생선배님들께서 달아주신 그 많은 답글들.. 계속 읽어보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하는 생각이 옳은건지.. 혹.. 그냥 나만의 이기적인 생각은 아닌지...
곱씹고 또 곱씹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인생선배님들께 받은 조언으로.... 진행상황입니다. (죄송.. 오늘도 길어졌습니다.)
이혼할까? 조회수 : 1,518
작성일 : 2007-01-15 14:32:06
IP : 211.104.xxx.25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내가
'07.1.15 2:34 PM (61.82.xxx.96)나를 더욱 잘 살게 하려고 하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할 수 없지요.
오히려 남편분이 이기적인 거지요.
기운내세요. 여기 원글님 편이 한명 있습니다.*^^*2. 마음
'07.1.15 2:44 PM (59.7.xxx.239)아픈 결과는 없을꺼예요
남편분도 생각을 바꾸시고 잘 하실꺼예요
지금은 믿고 기다리는것뿐..
힘내세요~~^^3. 권면
'07.1.15 4:02 PM (59.18.xxx.245)전 답글을 잘 달지 않는 편인데...
앞의 글을 읽어보지 못해서 님의 나이가 얼마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니 힘든 상황이실텐데도 지혜로운 분인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디 지혜로운 판단을 하실 수 있기를 빕니다.4. 누구도
'07.1.15 5:01 PM (125.142.xxx.233)원글님의 판단을 지적하지 않을것입니다.
이곳을 알고 마음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인생에
많은 동반자를 얻었다고생각해요.
저도 비슷한 어려운일 있었는데 표시안내려해도 얼굴에 나타나나봐요...
건강신경쓰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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