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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너무 닮은 남편

요즘 며느리 조회수 : 1,898
작성일 : 2006-12-22 14:24:33
결혼한지 3년 이제 뱃속에 아기도 있네요.

남편을 보면 꼭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보는것 같아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엄마는 늘 가족을 아끼고 살피고 어려운 이웃들도 많이 돕고 기도도 많이 하는 그런 분이였죠.

안타깝게 일찍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에 오신 분들을 보며 엄마가 짧지만 뜻깊은 삶을 사셨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종종 느껴서 맘이 따뜻해 지기도 하지만 짠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남편은 사과를 못먹는데 전 사과를 좋아하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제가 나갈 준비를 하니 얼른 사과를 깍더군요. 전 전업주부일때도 남편에게 아침을 챙겨준적이 없었거든요.

늘 잠에 취해서 잘가라는 인사도 겨우했는데... 암튼 바쁘니까 됐어.. 그러고 나왔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찰라 맨발로 뛰어온 신랑이 한조각이라도 먹구 가~ 하면서 얼른 입에 넣어주더군요.. 그순간 절 아끼던 엄마생각이 너무 나면서 눈물이 났어요.

제가 직장을 나가면서 생각해보니 아침 9시에나 출근하는 신랑 아침챙겨 주기는 커녕 맨날 침대에서 딩굴거리던 제가 얄미웠을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신랑에게 내가 그래서 얄미웠지? 그러니까  남편은 난 자기 깰까봐 불도 안켜고 옷입었어. 나 배웅한다고 현관으로 오는것도 아까워서 더 자게 해주고 싶었는걸? 전혀 아니야... 그러더군요.  그말 들으니 난 우리딸 전화걸어서 말시키면 그것도 아까워서 참았다 전화건다고 하셨던 엄마말씀이 생각났어요.

어제도 코스트코에 갔었는데 물건 고르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연말이라 사람도 너무 많더라구요. 줄서서 기다리는데 남편이 자기 먼저 집에 가서 쉬고 있어..따뜻한 물로 샤워하구.. 그러더군요. 요구르트 하나 손에 쥐어주면서..
어차피 차도 각자 가져가서 거기서 만난거니까 따로 가야 했거든요. 그래도 저같으면 그런생각 안했을텐데 산더미같은 물건들 다 차에 싣고 그래야 하는데 도와주면 훨씬 편하잖아요. 제가 집에와서 샤워하고 나오니 남편은 와서 케잌이며 스테이크,샐러드까지 냉장고 칸칸이 잘 넣어두고 보리차망 주전자도 상자 꺼내서 올려놨더군요. 싱크대에 쌓여있던 그릇들까지 식기세척기에 넣어 세척 돌려놓구요.
제가 서재가서 컴퓨터하고 있으니까 귤을 하나 까서 귤껍질위에 한입씩 떼어서 놓고 필요한거 있음 말해~ 그러구 나가네요.

며칠전 전 출근을 하고 남편은 집에 있었는데 전화해서 뭐하냐 했더니 저랑 아기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다네요. 엄마가 늘 저를 위해 기도했던것 처럼...

남편은 제가 일하는걸 싫어해요. 저도 힘들고 아기도 힘들거라고... 남편이 잘 벌기도 해서 사실 맞벌이는 안해도 되긴 하는데 제 고집으로 회사를 나가고 있죠.
안갔으면 좋겠는데 안나가면 안돼? 하면서도 제 의지를 뭉개지 못하는것도 엄마랑 너무 비슷해요.
제가 과학고를 가겠다고 했을때 난 내딸이 공부만 하는것 보다는 예술쪽을 했으면 좋겠다며 바라고 말씀하시던 엄마가 강하게 제 뜻을 꺽지 않은것 처럼요.
늘 저에게 바라는것이 있으셨지만 제 마음을 존중해 주셨죠.

남편은 개인병원을 하는데 오시는 환자분들 중에는 사정이 어려운 분들도 있어요. 보호환자죠. 그런분들이 뭐 좀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도와준답니다.
자기 용돈은 한달에 10만원도 쓸까 말까인데도 그분들 한테는 매달 몇만원씩 자동이체 하죠.
엄마는 독거노인 분들 목욕도 시켜주시고 도배도 해주셨어요.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나 나아서 병원 나가면 이젠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 돕고 싶어.. 하시던 분이세요.

이런 엄마가 너무 이뻐하던 사위가 이젠 저에게 반쪽 엄마 역할은 해주네요.

잠들기 전엔 아기에게 태교동화도 재미있게 읽어주고 아침에 눈뜨면 꼭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등도 따뜻하게 쓸어주고요..

아기 가지니 엄마가 더욱 보고 싶어요. 그래서 남편 모습을 보면서 엄마를 끼워맞추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다정한 남편, 엄마처럼 제 곁을 일찍 떠나면 어쩌죠?

남편이랑 한날 한시에 손잡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IP : 147.6.xxx.19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12.22 2:32 PM (211.172.xxx.231)

    우와~ 부러워요!!

  • 2. ..
    '06.12.22 2:33 PM (61.33.xxx.130)

    글 읽고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먼저 가신 어머님께서 사위에게 당신하시고 싶으신 일들을 다 전해주셨나봐요.
    늘 변치말고 행복하시기 바랄께요~

  • 3. @^^@
    '06.12.22 2:38 PM (125.143.xxx.141)

    우와 이 이야기가 현실일까 할정도로 결혼 잘하셨네요.
    항상 행복하세요.
    이 험한 세상에도 동화같은 사람이 있어야 보는 사람도 행복하죠.

  • 4. ^^
    '06.12.22 2:39 PM (220.86.xxx.116)

    그러게요...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늘 사랑하면서 베풀면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시와요~^^

  • 5. ..
    '06.12.22 2:39 PM (58.87.xxx.105)

    세상에 이런 분도계시네요..

  • 6. 동화속
    '06.12.22 2:40 PM (218.234.xxx.162)

    얘기 같아요.

  • 7. 어머님이
    '06.12.22 2:48 PM (210.108.xxx.144)

    좋은 일 많이 하시니 따님이 복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 8. 웃고살자
    '06.12.22 2:54 PM (221.157.xxx.119)

    며느리님의 고마워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저는 저의 남편이 그런 맘을 제게 반의 반이라도 느끼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단히 노력을... 아자아자

  • 9. 부럽네요
    '06.12.22 3:31 PM (219.240.xxx.213)

    정말부러워요.
    사랑넘치는 동화한편 읽은 것처럼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행복하세요.

  • 10. 님이
    '06.12.22 4:00 PM (211.55.xxx.74)

    그런 사랑을 받으실 만큼 님도 사랑을 줄겁니다.(정말 부럽네요)

    똑같은 자식이여도 사랑과 귀여움을 더 발산하는 자식이 있더군요.
    님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러신분 같네요.
    (저도 그런사람이 되고 싶네요.)

  • 11. 글읽는 동안
    '06.12.22 4:03 PM (211.186.xxx.41)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원글님, 돌아가신 어머님, 그리고 남편분, 모두 너무 따뜻하고 아름답게 사시는것 이 느껴져서...

    저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되네요.
    저희 남편도 돌아가신 엄마랑 참 많이 닮았거든요.
    물론 저에게 해주는것은 엄마가 제게 해주던것의 반정도 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자세나, 느낌 그런것 있잖아요.
    결혼할때 남편보면서
    엄마한테 받기만하고 못해준것 남편한테 해줘야지 했는데...

    어느새 엄마한테 그랬듯 똑같이 받기만 하려는 제 모습...

    원글님 글 읽으면서 정말 많이 반성합니다.

    제가 원글님 남편처럼 되도록(저희 남편에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아자,아자,아자~

    성탄처럼 따스한글 감사드려요.

  • 12. 엄마처럼
    '06.12.22 5:08 PM (122.100.xxx.12)

    님 엄마처럼 나도 나중에 우리 아이한테 그런 엄마가 되야겠단 생각을 해보네요.
    또한 우리 아들,님의 남편처럼 지 색시 그렇게 사랑해주라고 가르치고 싶구요.
    참 행복한 분이신데 손주 못보고 가신 어머님 때문에 짠합니다.
    다시한번 저희 엄마가 방식은 다르지만 저를 사랑하고 아직까지 계셔주는게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 13. 그녀를 위해
    '06.12.22 6:11 PM (121.140.xxx.32)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멋진 남편분이시네요.
    저도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아끼지만, 원글님의 남편분의 얘기를 들으니,
    어떻게 해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알겠습니다.

    남편분이 해 준 다른 아름다운 일들이 있으시다면 더 듣고 싶습니다.
    남편분에게 많이 배워서 제 아내에게도 더욱 잘 해 주고 싶네요.

    행복하세요^^

  • 14. 참좋다~
    '06.12.22 6:57 PM (80.218.xxx.161)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다정스럽게 사시는 두 분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이웃을 위해 기도하셨다는 어머님도 지금 천국에서 지켜보시겠죠?
    원글님 부부와 태중의 아기에게도 Merry Christmas !

  • 15. 너무나
    '06.12.23 3:48 AM (221.140.xxx.112)

    따뜻한 글이네요~~
    아마도 돌아가신 친정 어머님께서 님을 위해 기도 많이 하시고, 덕을 많이 쌓으셔서... 그런 좋은 분을 만나신것 같아요... 또 그런 어머님 슬하에서 자라오신 님께도.. 많은 사랑이 있으실 꺼구요...
    그 행복 영원하길 바래요.... 어머님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그런 모습 어머님이 보셨다면.. 너무 행복해 하셨을텐데...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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