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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입시생 엄마였는데

작은 배려 조회수 : 2,231
작성일 : 2006-12-16 21:29:06
며칠 전에 나온 수능성적표를 들고 지금쯤 온갖 감정에 힘들어 하는 가족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미 다 겪은 일들이라 그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일등급인 성적표를 들고도 가, 나, 다군의 학교 명단을 보며 며칠만에 머리가 희어지는 경험을 했으니
자식의 앞날을 놓고 하는 그 갈등과 두려움에 입이 쓰고 피가 마르는 것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없었다고 봅니다.

오늘 여기저기에서 수시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는 글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바로 이웃에서 생각지 못한 수능의 실수로 너무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지라
그 기쁨에 함께 동참하기 보다 합격의 희열에 찬 글을 읽을 그 엄마의 심정이 자꾸만 떠 오르게 되더군요.

이미 일학기 이학기 수시에 고배를 마시고 배치표를 보면서 수능 점수를 가늠하며 가슴 졸이는 가족들이
기쁨에 겨워 날뛰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을진대
조금만, 아주 조금만 그 기쁨을 삭여 주었으면 하는 이 부질없는 마음을 어쩝니까.
뉴스에서 입시라는 말만 나와도 듣기도 싫고 합격생이 인터뷰하는 기사는 보기도 싫었던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지도 모르지요.

기쁜일은 조금씩 삭여서 기뻐해도 해가 되지 않을 듯 한데
어떤이는 소상하게 아이 학과까지 밝혀서 여기 저기 사이트마다 -물론 자랑스럽기도 하겠지요.-같은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
괜시리 딴지거는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하고
다만 편안하게 같이 기뻐해 주지 못하는 제가 더 싫어지기도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아무 도움도 못 되는 제가 참 무능하다 싶은 밤이네요.

아직 갈 길이 먼데
이월까지는 내내 당락의 희비가 지날텐데.
원서를 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모든 입시생과 부모님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을 기약해야만 하는 분들에게 더 큰 힘을 드리고 싶어요.
제 작은 기운을 그 분들에게 보태고 싶습니다.
IP : 59.9.xxx.1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12.16 9:38 PM (124.57.xxx.37)

    에휴.....
    불합격한 이웃집 아이 엄마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고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것도 안될까요?
    인터넷의 글은 찾아서 안읽으면 그만일텐데
    모든 사람이 다 자기에게 작은 배려를 해주길 원한다면 세상살기가 참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수시합격한 사람은 정시준비생을 위해서 자제해야하고
    정시합격생은 재수생을 위해서 자제해야하고
    재수생가진 엄마는 가정형편때문에 대학갈 꿈도 못꾸는 아이 엄마를 위해 자제해야하고

    새집 장만한 사람은 집없는 사람을 위해 자제해야하고
    집없는 사람은 사지육신 멀쩡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자제해야하고

    아무곳에도 어떤 기쁨도 표현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 2. 동감
    '06.12.16 9:40 PM (221.159.xxx.5)

    이런말 하면 배아파서 그런다, 고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질투도 나고,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그분들 자랑 못하게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이러는 저도 답답하네요.
    좋은 날이 있겠죠. 시험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으니까요. 대학입학보다 입학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 모두 아는 사실이기도 하구요.
    힘내세요. 저도 힘!!

  • 3. 토닥토닥
    '06.12.16 9:40 PM (203.232.xxx.240)

    그래도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된다 하잖아요..
    같이 기뻐해드리고 위로해드림 안될까요..^^
    진심은 통할거예요

  • 4. 축하
    '06.12.16 9:44 PM (211.204.xxx.179)

    실패한 학생에겐 위로를 또 무사히 관문을 통과한 학생에겐 축하를 해주는게 뭐 나쁜가요
    기쁜일은 기쁜일대로 슬픈일은 슬픈일대로 자기 생각을 나타내는거라 생각합니다
    떨어진 학생들땜에 자랑도 못하게 하는건 좀 그래요
    그냥 크게보세요

  • 5. ...
    '06.12.16 11:28 PM (211.204.xxx.174)

    기쁜 일은 굳이 여기저기 자랑 안 해도 기쁘지만,
    슬픈 일은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 자랑 이야기에 슬퍼지니까..
    저도 원글님과 같은 생각이예요..
    좋은 일 너무 자랑해도 탈 난다는 말도 있지요...

  • 6. 아직 길이
    '06.12.16 11:49 PM (219.241.xxx.103)

    남아있지요...
    토닥~ 힘내세요.
    좋은 길로 현명하게 아이의 앞길을 열어주세요.
    토닥~~~^^

  • 7. ..
    '06.12.17 9:04 AM (211.59.xxx.58)

    합격기쁨의 글을 읽으며 합격 바이러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세요.

  • 8. 봉니슬프다고
    '06.12.17 9:20 AM (221.153.xxx.21)

    남도 다 자제해야 한다는건 넘 이기적인것 아닐까요
    환자나 장애인있다고
    그애위한다고 멀쩡한애에게 넘 자제하게 해서 결국
    그애도 사지는 멀쩡한데 마음은 장애 만드는 부모도 더러는 있더군요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
    기쁜건 확실히 기뻐해주고 슬픈건 슬퍼해주는일
    힘든일이긴하죠

  • 9. 어떤 엄마
    '06.12.17 12:46 PM (222.234.xxx.105)

    입시라는 먼 길을 가면서 아직은 힘든 사람이 더 많은 이 때
    자신의 기쁨을 조금 자제해 주는 미덕을 발휘하자는 이 글이
    왜 사지 멀쩡한 아이 애꿎게 장애 만드는 일과 비교되어야 하나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기나 한 건지..)

    사람이 자기한테 닥치지 않으면 그 심정 모르는 거겠죠.
    저 역시 입시생 엄마여서인지 어제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들었는데
    원글님의 이런 속깊은 글이 제겐 무척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줍니다.
    원글님, 감사합니다.

  • 10. 저도동감
    '06.12.17 1:38 PM (220.75.xxx.133)

    돈자랑, 자식자랑, 조금만 더 살살 하자구요

  • 11. .....
    '06.12.17 1:59 PM (59.29.xxx.78)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요..
    가까운 가족간이나 얼굴 매일보는 이웃도 아닌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까지 그런 배려?를 바라신다면
    힘든 상황이 더더욱 힘들게 느껴지실듯 해요
    조금만 더 넓고 크게 생각하세요..
    대기만성이라고..누가 좀더 빨리 붙고 늦게 붙고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 12. 저도 원글 동감
    '06.12.17 6:51 PM (58.233.xxx.43)

    기쁘시겠지만 그마큼 좋은 일이 있으신거니까 .. 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수능결과과 이런 사이트에 올라오는거 자체가 좀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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