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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남편분 글을 보고..

.. 조회수 : 2,104
작성일 : 2006-12-06 10:57:03
벌써 15년 전이네요.
결혼하고 첫명절였습니다.
저는 시가에서 맏며느리고 아직 결혼한 다른 형제가 없었지요.
친정은 차로 5분거리 한지역였구요.
명절 전날 시가에 가서 하루 자고
새벽에 큰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다시 시가로 와서 저녁 먹고나니 7시쯤..
친정에 간다고 짐 챙겨 나서니 어머님 서운하셨는지 가는 저희에게 그러시더군요.
꼭 오늘 가야 하느냐고. 자고 낼 가는것이 어떠냐.. 하시네요.
순간 얼굴색이 달라지는 절 보더니
신랑이 먼저 나서데요..
명절인데 가서 인사드려야지..처가에서도 기다리신다고..
나중에 **. **(시누이들)도 결혼하고  안오면 엄마도 서운해 할거라고요.

친정가는 길...
제게 신랑이 그러네요.
미안해.....화났지?
그냥 노인네라 그러려니 하고 한귀로 흘려..
대신에 하고 싶은대로 하잖아..
어른들도 포기하실건 빨리 포기하시는게 편하고 좋지..

지금은 나이도 먹고 부모가 되니 그때 어머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명절이라고 저녁 다 되어 내려와서 잠만 자고 큰집에 가서 한나절 지내고
저녁 달랑 먹고는 간다고 나서니 첫며느리인데 많이 서운하셨겠지요..
그런데다 아들이 나서서 간다하니 모라 말씀도 더는 못하시고..^^;;

그이후로도 종종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 신랑이 막았습니다.
시누이들이 신랑에게 전화해서 제게 서운하다 하면 너네나 잘해라.......
(몇년후에야 그런일도 있었다는걸 알았지요..)
어머님이 제게 말씀은 못하시고 넌지시 신랑에게 이야기하면
어머님하고 같이 제흉 열심히 봤다고도 합니다..
일일이 쓰지는 못해도 15년 살면서 비스므레 한 일들 많았지요..
저역시 시가에 가서 불만이 있으면 일일이 다 신랑에게 불평했구요..
신랑은 그럴때마다 그래..서운할만하네....끄덕끄덕..
단지 그렇게만 해줘도 전 맘이 다 풀리더군요..

그럭저럭 15년을 살으니 이젠 명절이면 제가 자고 가자 합니다.
시누 시동생 일년에 자주 만나야 열손가락도 다 못채우는데
이럴때라도 모여 저녁먹고 술이라고 한잔 해야지 하면서요.
친정엔 올케들도 명절이면 친정으로 보내라고 엄마에게 당부하지요.
친정형제들은 명절날 올수 있으면 오고 아니면 명절 다음날 점심쯤 모이지요..

살다보니 이젠 시가도 내집이고 친정도 내집이고
누구나 다 내살붙이같이 정이가고 살가와집니다.
만약 처음 신랑이 나서지 못했고 그로인해 서운함이 켜켜이 쌓인다면
지금처럼 이리 좋은 관계는 되지 못했겠지요.
남남이 만나 가족까지 같이 융화한다는거 어렵기도 하겠지만
말한마디 마음씀씀이 한번이 그관계를 반대로 만들기도 합니다.

밑에 남편분 현명하게 처신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IP : 211.183.xxx.69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의
    '06.12.6 11:01 AM (220.86.xxx.121)

    글을 읽고 느끼는게 많습니다.

  • 2.
    '06.12.6 11:04 AM (125.189.xxx.6)

    님 남편보다 님이 어떤분일까 궁금해져요
    왜냐면 남편들이 무조건 이쁘지도 않는 아내편 들거나 하진 않거든요
    남편맘에 쏙 들도록 잘하고 사시는분같아서 ,,
    너무 현명하고 지혜로운 남편분 홧팅!

  • 3. ..
    '06.12.6 11:08 AM (211.208.xxx.180)

    좋은 말씀이에요. 저도 결혼한지 7년인데, 남편이 시댁일에 관해서는 무조건 제 편을 들어줘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제가 이렇게 하자 하면 그렇게 따라주죠.
    그리고 간혹가다가 서운한 일이 있어 이러저러 얘기하면 공감해주고 맞장구 쳐주고 그래요.
    그러면 또 그 서운한 맘 풀리고 넘어가고..
    그리고 친정 일에 관해서는 절대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고, 하자는 대로 따라주고..
    남편이 그렇게 해줘서 전 제가 먼저 시부모님에 대해 맘을 쓰게 되더라구요.
    맛있는 집 발견하면 부모님 모시고 오자고 제가 먼저 얘기하게 되고..
    여자들은 뭐 특별하게 대단한 걸 원하는게 아니거든요.
    남편이 내 맘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관심있어하고..
    그러면 시댁일이 좀 힘들더라도 힘들지 않게 해나갈 수 있어요.
    시댁에 제사만 일년에 열번인데, 그거 가지고 한번도 남편한테 못하겠다 투정부린적 없거든요.
    어쨌든 가장 무게 중심이 있어야 할 부분은 어느 상황에서라도 부부라고 생각해요.
    아이도 아니고 시부모님도 아니죠.
    서로 조금씩만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세요.

  • 4. 울 남편은...
    '06.12.6 11:12 AM (222.108.xxx.227)

    평소에는 무조건 제 편이면서 시어머님과 관계된건 무조건 시어머님 편입니다.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냐는 거지요.
    결혼하고 처음에는 내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싶고
    무지 섭섭하더니 이제는 복수를 꿈꿉니다.
    너 늙기만 해봐라.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 하고는
    국 한드럼통 끓여놓고 친구들이랑 여행가렵니다.

  • 5. 사시면..
    '06.12.6 11:20 AM (221.139.xxx.56)

    얼마나 사시겠냐는 말..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가는게 아니라는..
    할머니보다 엄마 먼저 보낸 사람의 넋두리입니다..

  • 6. 저는 23살때
    '06.12.6 11:21 AM (202.30.xxx.28)

    동갑인 남자친구가
    '너 결혼해서 혹시 우리엄마랑 싸우게되면 난 그땐 100% 우리엄마편이다 그렇게 알아라'
    하데요
    7년 사귀었는데 헤어졌어요. 어리석어보여서...
    이편저편 편가르는게 아니고 '중재'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
    '고따구'로 말을 하다니말이에요
    옛날 일인데 윗분 답글 보니 생각이 나서...

  • 7. 사랑도
    '06.12.6 11:23 AM (220.123.xxx.231)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알고 베풀줄 아나 봅니다
    전 결혼 8년차 인데 시댁일에 대해서나 시부모님일이나 남편의 말에 언제나 오케이
    사실은 몸은 불편해도 시댁일에 나서서 하니 마음은 편하더군요
    착한여자 컴플렉스 인지 멍청한건지
    아래남편이 그런글을 올렸을때 조금 놀랐어요 이런걸 고민하는 남자도 있구나
    그아래 댓글을 달고 더욱 놀랐습니다 아무리 시부모지만 그런걸 내색하고 싫다고 하는사람도 있구나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저는 더 많은 일을 겪고 험한 꼴을 많이 봐서 그런지 그런정도의 고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나를
    보고 있자니 서른 중반에 너두 참 인생거칠게 살았구나 합니다.
    나 자신이 한스럽고 눈물이 나네요

  • 8. 원글
    '06.12.6 11:36 AM (211.183.xxx.69)

    신랑이 그러는데
    며느리로서의 제점수는 70점이랍니다.....^^;
    나쁘진 않고 아주 잘하지도 않는 평범한 며느리란 말이지요.

    그나마 70점이라도 받은건 전적으로 신랑덕입니다.
    평소 어디가서 맛난것 먹으면 담엔 장모님 모시고 먹으러 가자..
    좋은곳 지나치면 언제 장모님 모시고 한번 오자.......
    말이라도 늘상 그러니 전 신랑 반만이라도 하려고 애를 쓰게 되네요..
    가끔 전화도 한번씩 드려서 집에 오셔서 쇼핑도 하시고 편히 지내다 가시라구도 하구요.
    물론 시가에는 한번도 그런적 없습니다.
    피치못하게(?) 시가쪽엔 그런말은 제가 하게 되구요.....^^;;
    휴가때는 처가식구들 같이 식사라도 한번 해야지..자리 마련해봐 합니다.
    자리 마련해 내려가면 당연 시가쪽은 제가 챙깁니다.
    시누 시동생 전화해서 오라하곤 외식을 하거나 하다못해 삼계탕이라도 해놓지요..

    너무 신랑자랑이지요?
    근데 그게 그렇더라구요.
    오는게 있으면 가는것도 있고
    나한테 잘하면 나도 잘하게 되고..

    남편분들이 아내가 시가에 잘하는걸 바란다면
    먼저 아내하고 처가에 잘해보는 것은 어떨지 싶어요.

    아내들도 역지사지지요.
    처가에 잘하는 남편 보고 싶다면 시가에 잘하구요.,
    물론 가끔 해줘도 모르는 바보들도 있겠지만요.....^^;;

  • 9. 부럽네요..
    '06.12.6 11:48 AM (125.184.xxx.223)

    시댁강아지가 잘 못한거만 잠시 흘려도 따지는 남푠하고 삽니다.. ^^;;
    그러면서 처제성격 더럽다고 아이한테 이모성격 더러우니깐 닮지마 합니다..
    그냥 제가 도를 닦습니다..

  • 10. 장모생일
    '06.12.6 12:17 PM (210.180.xxx.126)

    이번에 장모 생일에 남편이 우리집에 모시고 와서(시내인데 차로 한 30분정도) 올케랑 조카들이랑 같이 점심식사를 한턱 쏘았습니다.
    빳빳한 새돈도 엄마한테 드리고요.
    속으로 미안하고 고맙고 해서 다가오는 시아버지생신, 시어머니생신(두분 8일 간격)때 웬수(^-^)를 갚으려고 마음속에 다지고 있습니다.
    (근데 어젯밤엔 침대 끝머리에서 돌아누워 자는 심뽀는 뭐였을까요? 또 뭐에 삐친건지...ㅠ.ㅠ)
    어쨌든 우리엄마한테 잘하니까 시어른한테 의무감으로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11. ....
    '06.12.6 12:21 PM (124.57.xxx.37)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냐는 말.....
    저도 버럭 화가 납니다
    아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어요

    저도 고부간의 갈등,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홧병으로 시어머니 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을 지켜본 사람의 넋두리입니다

  • 12. 저도..
    '06.12.6 1:14 PM (218.51.xxx.189)

    신랑이 고렇게만 해주면...모시고 살 수 있겠네요...
    우쒸...어디 가서도 맨날 지네 부모타령만 하니...원...
    글타고 받아 처먹는 거나 없으면 말이나 안하지....
    집산다고 손벌려...차산다고 손벌려...(기꺼이 주시기야 하시지만...왜 이럴 때만 처가덕이냐구...)

  • 13. ,,,
    '06.12.6 1:54 PM (221.151.xxx.157)

    원글님.
    가끔이 아니라 매번 해줘도 모르는 바보가 제신랑입니다,,,
    그래서 결혼한지 5년이 지난 지금은 남편이 하는것만큼만 저도 할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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