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에서 20여년을 살다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오게 되었지요.
신촌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기숙사에 살아서 1년 가까이는
서울 = 신촌..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어요.
아주 가끔 명동 가면서도 되게 멀다고 생각하고.. ^^
그러다가 1학년이 끝날 즈음,
어찌하다 알게된 남학생과 어느 주말 오후,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었지요.
2호선을 타고 장장 40여분을 가서 도착한 강남역 7번 출구.
7번 출구 지하에 있는 전광판 앞에서 만난 그 아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란히 강남역 길을 걸었습니다.
시티극장에 가서 영화표를 끊어놓고
'아소산'이라는 일식집(?)에 가서 해물볶음우동과 알밥을 먹었어요.
이완 맥그리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어떤 스튜디오식 카페 2층에서 같이 코코아를 마셨습니다.
(1층은 스튜디오, 2층은 카페, 3층은 바였던 것 같네요)
그 이후로 가슴앓이를 많이 했어요.
머리 커진 이후로 하는 '첫사랑'이었던 것 같네요..
그 친구와는 아직까지,
저는 아줌마가 된 지금까지도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혼자만 가슴앓이를 하다가 마음 정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
오늘 남편이 회사에 나갈 일이 있어서 출근했는데
점심 같이 먹자고 강남역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남편과 점심을 간단히 먹고 추운 날씨에 혼자 옛날을 떠올리며 그 길을 걸어봤어요.
7번 출구로 걸어나와 시티극장 앞에 들러보고,
아소산이 있는 곳까지 (지금은 확장까지 했더군요, 시티극장도 바뀌긴 마찬가지) 걸었다가
다시 시티극장 뒷편을 통해 예전 그 카페 자리를 가봤습니다.
혼자 집에 오는 버스를 타고 앉아,
그 이후에 아팠던 가슴을 떠올리고 미친 여자처럼 히죽히죽 웃었어요.
그땐 참 많이 아파서,
일 주일 동안 아무 것도 못먹고 울기만 했었는데...
삶의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한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
추운 겨울날 가슴 한 켠이 훈훈해지는 추억이 되어주네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옛날 추억 따라가기.
..... 조회수 : 422
작성일 : 2006-12-03 02:07:40
IP : 218.39.xxx.18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지나가다.
'06.12.3 3:40 AM (211.109.xxx.185)그런게 인생이랍니다.
2. 가끔은
'06.12.3 9:38 AM (210.91.xxx.97)차라리 그때 더 아파할 걸 싶더라구요
그럼 지금 더 훈훈한 추억이 되었겠지요
영화에선(그해 여름) 그 아주 짧은 추억을 평생 간직하는 사랑도 있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93130 | 따뜻한 기모 바지 골라 주세요~~ 3 | 기모바지 | 2006/12/03 | 810 |
93129 | 자식일은 아무도 몰라 16 | 헛꿈 | 2006/12/03 | 2,458 |
93128 | 밥공기 새로사야하는데 고민이네요 5 | 재키 | 2006/12/03 | 555 |
93127 | ~원데이 아큐브 렌즈 미국 가격은?~ 3 | 렌즈 | 2006/12/03 | 1,699 |
93126 | 소득공제 문의 3 | 공제원해요 | 2006/12/03 | 287 |
93125 | 음주후 몇시간 지난 후에 운전하면 안걸릴까요? 3 | 소주한병 | 2006/12/03 | 900 |
93124 | 반포,서초쪽 비싸지않은 미용실좀 추천해주세요ㅠ.ㅠ 1 | 미용실 | 2006/12/03 | 605 |
93123 | 대학병원에서 교정 시 비용? 4 | 교정 | 2006/12/03 | 2,053 |
93122 | 차 몇년 주기로 바꾸세요? 16 | 차 | 2006/12/03 | 1,770 |
93121 | 아래 과학소년 답글다신분 1 | 질문이요 | 2006/12/03 | 344 |
93120 | 전세집 문의 | 이사 | 2006/12/03 | 180 |
93119 | 양심적인 카센터 추천 부탁요(서초,강남,사당) 2 | 딩동 | 2006/12/03 | 374 |
93118 | 서울지역 중고교 이번 기말고사 기간이 어떻게 되나요 ? 4 | 기말고사 | 2006/12/03 | 412 |
93117 | 외국에서 여권분실은? 2 | 여권분실 | 2006/12/03 | 310 |
93116 | 오늘도 어김없이 나간 남자 8 | 나쁜남자 | 2006/12/03 | 1,647 |
93115 | 전업주부인데 매일 사교하시는분들 계신가요? 3 | 매일 | 2006/12/03 | 1,529 |
93114 | 장터..현미찹쌀 추천해 주세요 7 | 혹시 | 2006/12/03 | 487 |
93113 | 형제가 많은 집이 든든할까요...? 22 | 둘째... | 2006/12/03 | 2,525 |
93112 | 저렴한 클래식 공연 없을까요 4 | 초보 | 2006/12/03 | 514 |
93111 |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10 | 결혼식 | 2006/12/03 | 1,082 |
93110 | 가까운 사람이 시험을 봅니다... | 기도합니다... | 2006/12/03 | 244 |
93109 | 옛날 추억 따라가기. 2 | ..... | 2006/12/03 | 422 |
93108 | [컴도사분께] 엉엉..-.-;;; 조언 부탁드립니다. 8 | 모니터 | 2006/12/03 | 337 |
93107 | 외동이 키우는 전업주부님들... 1 | ... | 2006/12/03 | 767 |
93106 | 임산부인데 체했어요 11 | 12월 | 2006/12/03 | 713 |
93105 | 은근슬쩍 약값이 올랐어요. 11 | 우리 동네만.. | 2006/12/03 | 909 |
93104 | 서서히~~~ | 푸하하하 | 2006/12/03 | 375 |
93103 | 위로가 필요하다는 글..답글 달아주신 분들... 5 | 따뜻한 마음.. | 2006/12/03 | 552 |
93102 | 얼마나 좋길래 안보시나요? 7 | 드라마 | 2006/12/03 | 1,254 |
93101 | 몰라서.... 3 | ^^ | 2006/12/03 | 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