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요리와 살림정보 사이트 ‘빨리쿡’(82cook.com)의 운영자 김혜경씨는 요즘 ‘고민 아닌 고민’에 빠졌다. 지난주 그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근교 한 배추농장으로 다녀온 김장여행기를 소개했다. 그 농장에서는 밭에서 막 캐낸 신선한 유기농 배추를 원하는 포기만큼 절여주고, 무·파·마늘·생강·당근 등 갖가지 속 재료에 고춧가루, 젓갈 같은 양념까지 김장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갖춰 놓아 입맛대로 골라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절임배추만 사고 속과 양념은 집에서 가져가도 되고, 재료만 골라 놓으면 알아서 담가주는 도우미 아줌마들도 있다. 3년째 이곳과 인연을 맺은 혜경씨네는 이번엔 아예 김치냉장고용 통 27개를 들고 가 친정, 두 올케네 것까지 88포기를 가뿐하게 담가 왔다. 그러자 자신들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회원들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그 농장에서 더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연락처를 사이트에 올리지 말라는 ‘특별 부탁’을 받은 것이다.
절임 배추·양념 준비 ‘전화로 끝’
즐거운 여행길 사랑 버무리고
농민들은 돈 벌고 마을엔 생기 돌고
» 배추농장 나들이
애써 물어 찾은 그곳은 바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상리의 부부농원. 주인인 박경남(65) 김옥순(60)씨와 두 아들네, 친척 내외까지 모두 4쌍이 운영하는, 이름 그대로 ‘부부농원’이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 29일에도 30명 남짓한 주부들이 김장을 하러 왔다.
서울과 의정부, 일산 등에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친구끼리 짝을 이뤄 ‘일’이 아니라 ‘나들이’를 오는데, 주말에는 남편과 아이들도 함께 와 거들기도 한단다. 일찍이 주말농장으로 도시인들에게 개방하다 1991년부터 시작한 ‘김장여행’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근래는 500명 가까이 몰리고 있다. 올해는 3천평에서 배추 5만포기를 수확했는데, 미처 주문을 댈 수 없을 정도다.
“아파트에서 김장하려면 비좁은 공간에 쓰레기 처리, 물 소비 등등 여간 번거롭지 않아 ‘김장여행’을 착안했다”는 박씨는 “지난해 중국산 김치 파동 여파에 전례없이 배추 값이 싸서 올해는 한층 직접 담가 먹으려는 주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도 ‘김장농원’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이두성(46)·김숙영(41)씨 부부는 지난 13일 충북 괴산군 문광면 광덕3리 동막골로 김장여행을 다녀왔다. 아침 6시30분 출발해 9시께 마을에 도착해, 집에서 가져간 고춧가루와 젓갈을 미리 전화로 주문해놓은 속 재료와 버무려 김장 80㎏을 담그는 데 딱 3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40㎏을 담그느라 온 집안 식구들이 매달려 16시간이나 걸렸고, 결국엔 몸살이 나 일주일 넘게 고생했다는 부인 김씨는 “김장이 이렇게 간편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줄 상상 못했다”며 내년에 친구들도 다 함께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28가구 60여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에서는 3년 전부터 ‘김장 터’를 열었다. 터줏대감 고해순(54)씨를 비롯해 살림 고수들이 도우미로 나서 젊은 도시 주부들에게 맛있는 김장 비법을 전수해주는 ‘덤’도 있다. 올해는 서울·경기 등에서 알음알음 찾아온 가정이 30곳을 넘었다. 신혼부터 노부부, 아파트단지 이웃, 교회, 계모임 등등 다양했다.
주민들의 수입도 쏠쏠하다. 20㎏ 절임배추 1만1천상자를 생산해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괴산 절임배추생산자협의장인 마을 주민 김갑수(57)씨는 “돈 벌어 좋기도 허구유 사람들이 북적거리니 을씨년스럽던 초겨울 동네에 생기가 돌아 더 좋아유”라며 웃었다.
김경애 이주현 기자, 괴산/오윤주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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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퍼오셨길래.....김장김치 신문에 나왔어요...
한겨레 조회수 : 1,619
작성일 : 2006-12-01 15:10:07
IP : 210.223.xxx.23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6.12.1 4:07 PM (221.47.xxx.73)훈훈하네여
여긴 배추값이떨어져서 배추를 그냥 다밭에놓고 갈아버리던데.... 김치를 안먹어서 그런가봐요 김치먹으면 배추버릴일도 없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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