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별 문제 없이 시작했어요.
남편이 피곤한 것 같아서 12시까지 그냥 자게 두었구요.
저는 컴으로 할 일이 있어서 하고 있었구요.
12시 좀 넘어서 일어난 남편이 집안 청소를 시작하더라구요.
저는 할일을 계속하고 있었구요.
아이들은 놀고 있었는데 청소기를 돌리려고 방을 치우라고 아이들에게 하더군요.
그러는데 아이들이 노느라 슬슬 치우니까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저는 좀 찜찜한 마음에 일하고 있다가
남편이 애들에게 소리 지르는 걸 들으니 화가 나더라구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청소한다고 애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나가서 청소하지 말라고 나도 소리쳤어요.( 좀 오버했다 싶었는데 벌써 소리가 나와 버렸어요)
남편이 뭘 얼마나 소리를 쳤냐고 애들에게 소리 좀 치면 안되냐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 애들에게도 소리를 지르더니
아이들 방으로 가서 애들을 확 잡더니 애들을 겁주더라구요.
아빠가 소리 좀 지르면 안되냐고...애들은 겁나서 울고..남편은 그 때 좀 이성을 잃은 것 처럼 보이더군요.
내가 빨리 남편을 끌어 내고
애들에게 방을 치우라고 하고
나와서 조용히 점심을 준비해서 애들에게 먼저 먹였어요.
남편은 소파에 앉아있다가 씻더군요. 나가려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가서 밥 먹으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자기를 왕따 시킨다고 싫다고 하더군요.
참.. 나도 화가 났지만
토요일을 이렇게 보내다 저녁까지 썡하니 집안 분위를 만들 순 없을 꺼 같아서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어요.
잘 못 했다고..애들 앞에서 잘 못했다고..
사실 아빠가 아이들에게 혼을 낼 수도 있는데 제가 오버한 면도 있으니까요.
그러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남편이 됐다면서 어꺠를 축 늘어뜨리더군요.
그리고는 눈물을 보이더라구요.
착한 사람인데 자기가 그렇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던 거 같아요.
겨우겨우 애들이랑 남편이랑 달래서 어린이 도서관에 나왔어요.
남편은 도서관까지 우리 태워다 주고는 골프연습하러 보냈구요.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 있으면
진정되고 나서 바로 설명을 해줘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번엔 엄마가 또는 아빠가 이러저러 해서 화가 났다고...
오늘 일도 애들에게 아빠 맘을 설명했어요.
나름대로..가끔 너희들도 마음은 안그런대 마구 화가 나서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지 않느냐고요.
아이들은 다행인지 금방 웃고 떠들고 그러네요.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간식 먹고, 영화도 보고 그러고 있네요.
그 틈에 잠깐 이렇게 글 올려요.
남들에게 우린 참 행복한 가족, 이상적인 부부로 보이는 편인데
가끔씩 일년에 두 세번 쯤 이렇게 폭풍이 지나간 듯 할 떄가 있어요.
남편은 남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보이는 게 뭐 중요하냐고 하지만
저는 그래요.
나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행복하고 바른 가족, 부부로 살려고 하면
그만큼 노력을 하게 되니까
안그런 것 보다는 낫다고요.
남편이 태우러 오면 맛있는 저녁 먹으러 가려구요.
너무 주저리주저리 썼네요.
남편에게도 미안하고 특히 아이들에게 미안하구요.
성숙하고 어른스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남편에게는 현명한 아내가 되고 싶어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남편을 왕따 시켰어요.
내가 잘못했지요. 조회수 : 1,499
작성일 : 2006-11-25 17:55:55
IP : 121.139.xxx.1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명진
'06.11.25 6:16 PM (61.106.xxx.140)잘 마무리 되셔서 좋아요. 사건 사고 없이 살수 있겠나요..잘 풀어 나가는게..바로 현명하신 처사 같아요. 기운내시구..미안한 만큼..잘해주셔요. 남편분요...
왕따 그거 나빠용~^^2. 그런데,
'06.11.25 6:45 PM (211.204.xxx.123)화를 참지 못하신 것은 맞지만,
혼을 내신 부분은 혼을 낼 만 한 이유가 잇었던 거잖아요..
그 부분을 좀더 아이들에게 잘 설명하셨으면, 남편분의 낯이 섰을 텐데,
너무 화를 참지 못한 남편분의 잘못을 자세히 설명하시면
나중에 아이들이 부모가 혼내는 것마다 화를 참지 못한 경우로 치부해 버릴까봐 걱정되요.3. 음전
'06.11.25 8:29 PM (59.23.xxx.120)누구네 댁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꾸짖으면 아빠가 싫어하고
그 댁처럼 아빠가 아이들을 나무라면 엄마가 너무 속상하죠.
그래서 부부의 중앙에 아이들이 있고 그들은 가정을 튼실하게
엮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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