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은 아니지만
근이년만에 드뎌 김치전을 했습니다.
82를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하면서도
해먹는건 하나도 없는 전업주부였습니다.
남편은 174에 80키로를 넘나들고
거기에 혈압높고 당뇨에 고지혈증까지 완전 구제불능이고
아들내미는 5학년까지만해도 155에 55키로를 기록했습니다.
당근 저도 한덩치 했구요.
다행이도 딸내미 하나 여리여리...그덕에 면피하고 사는 제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만큼 코너에 몰렸습니다.
현미밥에 야채에 아무리 식단을 바꿔도
아침한끼 달랑 집에서 먹고 점심저녁 외식에 일주일에 한두번 술까지 먹는 남편..
조절이 안되구요
맨날 돈까스에 피자에 햄버거 치킨만 찾는 아들 역시 강적였습니다.
거기에 일주일에 한두번은 남편 꼬셔 맥주에 치킨 먹는 저도 있구요..
굳게 마음먹은 이년전 그날......
동기도 없고 충격받은일도 없었지만
그냥 이러면 안되지 하는 순간부터
집에서 요리를 가급적 안했습니다.
냉장고에 재워두었던 돈까스 버렸구요
아이들 좋아하는 김치전 호박전 구경도 안시켰네요.
정 먹고 싶다 하면 배달은 시킬지언정 집에서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주전부리 과자는 아예 사지도 않았고
냉장고에는 치즈와 우유 빼고는 먹을게 없었지요.
빵올라오면 제빵기 사고 싶고
오븐요리 올라오면 하다못해 컨백션오븐이라도 질러볼까 싶었고
치킨 올라오면 침 뚝뚝 흘리면서 가마솥 사고 싶었습니다만..
제 단단한 결심은 굽힐줄을 몰랐지요.
한번만 다시 생각하면 겜끝였습니다.
사느라고 돈 들고
하느라고 힘들고
먹고 나면 살찐다.
바로 제 모토입니다....
그랬는데 바로 오늘.
무심코 키톡에 갔다가 권희열님 김치전에 제가 어떻게 됐나 봅니다.
꼬르륵 소리 참으면서 키톡에서 김치전을 보는 순간
어느새 냉동실에서 다듬어둔 오징어 꺼내고 양파를 채썰고 있는 저를
어찌 말릴수가 없었습니다..
한쪽 크게 부쳐 아들내미 주고
저도 한쪽 들고 지금 컴앞에 앉았습니다.
미쵸........^^;;
남편은 워낙이 입이 달아 뭐든 맛있는 사람이니
그나마 지금은 76키로,,,요즘은 조금씩 식사량을 줄이고 있구요
아들내미 170에 55키로......이젠 말랐다 소리 듣네요.
딸은 여전히 여리여리..하구요
저는 6키로 정도 줄어 요즘 옷값 많이 듭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조심해야 하는데
키톡에다 자물쇠를 채울수도 없고..
혹시 숨김기능 같은거 없을까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드뎌 저질렀습니다.
김치전.. 조회수 : 1,178
작성일 : 2006-11-20 16:54:13
IP : 59.150.xxx.17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6.11.20 4:58 PM (210.104.xxx.5)결심을 하기 보다는 지켜내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인데.. 대단하세요.
오늘 하루 자신에게 상을 주는 마음으로 맛나게 김치전을 드시는 건 어떨지요.
정말 맛있고 의미있는 김치전이 될 것 같습니다.(님을 보고 좀 배워야 할텐데요..ㅠ_ㅡ)2. ^^2
'06.11.20 5:53 PM (152.99.xxx.25)사느라고 돈 들고
하느라고 힘들고
먹고 나면 살찐다
너무 감동받아서 당장 제 대화명 바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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