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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죄송해요..
전 어머니 성격이 참 좋았어요.
필요이상으로 정겹거나 살갑진 않으셔도
그 반대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주시고,
특별히 뭘 바라시거나 요구하시는것도 없으셨으니까요.
때로는 무덤덤한 어머니께 서운한적도 있었지만
희생하시고 다 주시고 그만큼 받으시려는 것보다 부담도 덜하니
그게 한편 좋겠단 생각도 하면서 어머니가 참 편했어요.
그랬는데 어느샌가.. 괜히 새벽일찍 부시럭거리시는 비닐봉지 소리나
쓰레기가 생기는 즉시 갖다 버리시는 필요이상의 바지런함.
양말이든 수건이든 수시로 손세탁하시고..
상차려놓으면 식사전에 먼저 여기저기 반찬 드셔보시고..ㅜㅜ
드시던 수저로 먹던 반찬 다독이시고..
어느순간 사소한 생활패턴들이 저의 눈에 자꾸만 거슬리고..
그러다보니 자꾸만 어머니와 대화를 줄이고..
같이 tv앞에 앉아 있던 시간도 줄어들고..
어느새 제마음 속에는 어머니께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들이 차지해서
그냥 이유없이 어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들이 불편해지곤 했어요..
어머닌 아마 제 변화를 아실텐데도 모른척..
이번 김장때.. 많이 속상했어요.
주말에 같이 하기로 하셨으면서..
저 직장다니는거 힘들까봐 낮에 다 준비해놓으시고
저 없는 사이에 다 버무려놓으시고..
결국 제가 한거라곤 김치냉장고에 넣는것 뿐.
어머니께 제가 한때나마 갖고있었던 감정들이 너무 죄송해서 속상했어요.
어머닌 바보같아요.. 알면서도 모른척.
그저 한결같이 뜨겁지도 차겁지도 않게 제 보호막이 되어 주시네요..
가을내내 단감따서 깎으시고 꼬챙이에 끼워서 말린 곶감들.
잘 마를까 곰팡이 생길까 그리도 애지중지 하시던 곶감을
저 먹으라고.. 아침 굶고 다닌다고 .. 출근할때 먹으라며 핸드백에 넣어주시고..
춥다 내복입고 가라.. 조심해서 잘 다녀와라.. 그러시고.
어머닌 참 바보예요..
사소한 생활방식의 차이로 어머니의 존재를 비하시킨 저의 부끄럽고 유치한 감정들이
이 순간.. 너무 죄송하고 챙피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도.. 또 퇴근해서 어머니를 뵙게되면,
저도 모르게 방으로 쏙 들어가버려질까봐..
작심 3일도 못되는 저의 의지박약이 참..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어머니..
오늘아침 곶감 엄청 달콤했어요.. 마치 어머니의 끝없는 따스함처럼요..
조금씩 나아질게요..
노력할게요.. 거북이처럼 조금 늦게 나아지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고맙습니다 어머니..
1. ^^
'06.11.16 3:06 PM (61.66.xxx.98)이런글 보니 제 마음도 따뜻해지네요.
세상에는 좋으신 시어머님도 참 많으실텐데
자게에는 안좋은 이야기만 많아 좀 안타까와요.
원글님과 시어머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2. 참고운
'06.11.16 3:14 PM (211.177.xxx.34)마음이시군요. 시어른 모시고 사시나 봐요.
저도 같은 입장인데 저희 어머니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시는 분 아닙니다. '
하지만 제가 알아서 기어야 해요. 빈틈이 생기면 한꺼번에 몰아서 벼락 떨어집니다.
어르신들 특유의 고정관념을 기분 얺짠지 않게 사알짝 말씀드려도 똑똑한 시어머니 나중에 한꺼번에
다 꺼내십니다. 그럴땐 기본만 해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조곤조곤 대화하는 게 두렵습니다.
나중에 벼락 떨어질까봐....3. ....
'06.11.16 3:16 PM (125.177.xxx.20)좋은글 읽으니 기분이 밝아집니다
계속 시어머니에대한 안좋은글이 많아서..
친정어머니도 단점이나 나와 안맞는게 많은데도 서로 풀기가 쉬우니 잘넘어가는거고 시어머니는 대화가 어려워서 더 쌓이는거 같아요
서로 맘에 안드는거 있음 말해서 좋게 바꾸거나 그냥 노인분이니 그러려니 젊은사람이라 나와다르려니 하고 서로 넘어가면 되는데 자꾸 맘에 두게 되지요
친정엄마만 봐도 전화하면 어디가 아프다는 말로 시작하시고 잔소리 많으십니다 노인분들 외롭고 관심 가져달란 표현인거 알지만 짜증도 나고요
저희 어머니도 시골가면 뭐라도 하나 더 주실려고 바쁘게 다니셨던게 생각나고 그래서 시부모님께 해드리는건 제가 덜쓰면 되겠지 하고 아까운 생각없이 해드렸고요
평생 일만 하시다 지금 병으로 못움직이고 누워만 계신거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완쾌되는 병도 아니고 그렇게 사시느니 돌아가시는게 본인이나 가족에게도 좋지 않을까 하는생각 하다가도 나중에 돌아가시면 후회하겠지 ..싶고요
우리도 곧 시어머니 친정엄마 되겠죠 흉보며 닮는다고 하는데 우리세대에도 고부 갈등은 마찬가지겠죠4. 착하기도하셔라
'06.11.16 3:16 PM (222.117.xxx.167)이렇게 따뜻한 내용의 글을 자주 읽었음 좋겠습니다.
부디 화목한가정 꾸리시고 자자손손 복 받으시길..5. :))
'06.11.16 3:17 PM (210.91.xxx.61)살면서 보면요 아주 작은 일 같은거에도 자꾸 감정이 상하더라구요.
정말 별거 아닌거 같은데 어느날은 어머님이 너무너무 밉고 싫고
또 가만 생각하다보면 내가 나쁜x 같고 미안해지고..
그렇게 정이 드는거 같기도 해요.
상대의 맘을 느낄 줄 아는 분이라면 원글님도 아주 따뜻한 사람일거에요.
내내 행복하세요6. ,,
'06.11.16 3:19 PM (211.193.xxx.143)시어머님이 미우면 곶감말리는것조차도 궁상맞아보이고 너저분해보이고 고깝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런글이 좀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7. 거북이님화이팅
'06.11.16 3:20 PM (203.243.xxx.3)전 방금전에 제가 쓴글 (어머니 흉보는글) 삭제했어요..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아서요..
저도 언젠가는 거북이님같은 글 쓰게 될 날 왔으면 좋겠네요.. 진정 부럽습니다..8. *^^*
'06.11.16 3:22 PM (210.95.xxx.240)12년을 시부모님곁에서 살았습니다
직장 다니느라 두 아이 맡겨야겠다는 제 욕심 때문에 부모님곁으로 이사했었습니다
이제 편하게 쉬실 나이에 주렁주렁 아들에 며느리에 손자들까지..
12년 함께 살면서 이제는 서로 가족처럼 편하고, 서로를 아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맛있는거 보면..."요고요고 부모님이랑 함께 먹고싶다" 하게 되었고
따뜻한 오리털 이불 보시고선 "이거 우리애들 덮고 자면 좋겠다" 하시게 되었죠
두분이 계셔서 저는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두 아이를 팔 벌려 맞아주시는 부모님이 계셨으니까요
이제 더 연세 드셔서...이 빠지시고 등 굽으시고 검버섯 피면....제가 팔 벌려 안아줄겁니다
말이 쉽지? 병에 효자 없단다! 라구요?
그동안 두분이 도와주셔서 맞벌이 하면서 모으고 재테크한 돈으로
도우미도 부르고 간병인도 부르고 뭐 그러면서 해나가게 되지 않겠습니까..9. 정영애
'06.11.16 3:34 PM (59.8.xxx.5)드러낼수 없는 소소한 감정들을 잘 표현 하셨네요.
너그럽고 이해심 있는 며느님이네요.10. ^&^
'06.11.16 3:39 PM (211.210.xxx.141)아~~~
오늘도 어김없이 여기 82에 들어와 살돋→키톡→자게 순으로 구경다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사이트를 나갔다가,,, 지금 다시 들어와보니 ^___^히~~
참으로 오랫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글 접합니다^^11. 흐믓
'06.11.16 3:44 PM (218.156.xxx.40)올케가 친정어머니에게 잘못하는거 보고
많이 속상해 하면서 저도 반성 했답니다.
아마 저모습이 시댁에서 보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요.
저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시어머니께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드릴려고 많이 노력 합니다.12. ^^
'06.11.16 4:07 PM (61.37.xxx.13)이런분을 마음이 참 예쁘다고하는것같아요...미안한걸 미안해할줄알고 고맙구 감사한걸 느낄줄아시는님은 정말 예쁘신분입니다..
13. 살아갈수록
'06.11.16 4:12 PM (203.90.xxx.131)어머님의 좋은점이 보이고 나이들어가시는 게 안쓰럽고
배울점이 많은 것 같고 19년정도 되니까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님 얼굴이나 목소리가 더 낯익네요
같이 살지는 않아도 이제는 완전 한 식구지요14. 이뻐요~
'06.11.16 6:49 PM (128.134.xxx.17)함께 살다보면 소소한 일들로 부딪치게 되지요..
알면서도 모른척 넘기시는 어머님도 고맙구요..
하지만 한번쯤은 (먹던 숟가락으로 반찬 다독이는--나두 이런건 정말로 싫거든요..)
싫다는 내색을 좋은 표정으로 말씀드리면
어머님도 언짢지만은 아니지 않을까요..
고부간의 마음도 알아질 수 있는 기회일거 같구요..
애써 주신 어머님도 힘드셨겠다는 인사는 받고싶으시겠지요..
지혜롭게 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따뜻한 글이 올라오니 내마음도 따스함으로 가득하네요...^^15. 울엄마
'06.11.16 7:42 PM (220.126.xxx.121)생각이 나네요.울엄마두 생일날 무슨날 선물이나 뭐 특별한걸로 기분좋게 해주시진 않았지만 늘 한결같은 맘으로 걱정하시고 자식들 굶기지 않고 자기처럼 농사지으며 살지말라고 공부 뒷바라지 하시는게 가장 큰 사랑이라 생각하시며 사셨죠.그런 엄마마음도 모르고 고등학교때 늦은 사춘기을 앓은 전 엄마랑
단둘이 살면서도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엄마랑 말하는것두 싫어 고등학교를 맞칠때까지 거이 대화를 하지않고 살았더랬습니다.그렇게 세월은 흘러버렸고 타지에서 직장생활할때 자주 전화하고 찾아뵙고 했지만외로움이 사무쳐 그 외로움마져도 잊고 싶으셨던지 엄마는 정신을 놓아버리셨어요.지금은 많이 후회합니다.그땐 왜 그걸 몰랐을까요?어린아이가 되어버리신 지금의 엄마를 보면 내자신에게 화도나고 다시 옛날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잘해드릴수 있을텐데 하는 늦은 후회를 합니다.건강하게 곁에 있어주는것만으로도감사하며 잘해드리세요.맛있는것두 사드리구요.막둥이가 시집가서 손녀딸들 데리고 가도 그저 웃기만 하시는 엄마...엄마 사랑해~~~오늘따라 엄마가 많이 보고 싶네요.16. 전 왜
'06.11.17 10:17 AM (218.51.xxx.126)이 글을 읽으며 눈물이 날까요?
원글님 생각이 너무 이쁩니다.
아직 세상이 살만 하긴 한거 맞네요~17. 저도
'06.11.17 10:37 AM (220.88.xxx.146)코끝이 시큰하네요...
함께 산다는것....며느리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겠어요.
원글님 어머님은 아주 며느리를 배려하시는 분이네요.....
그만큼 시어머님도 속으로 스트레스 있을실꺼예요.
며느님도 어머님의 약간의 습관을 제외하면 참 고마워하시는 모습..
너무 이뻐보이셔요.
저 자신도 되돌아보게되구요..
일단 마음을 자꾸자꾸 되잡고 잊어버리면 또 깨닫고 또 깨닫고
이러면서 가족이 되어가나봅니다....
마음 먹는것이 먼저니까요...
참 좋아보이는 고부간이십니다..18. 거북이
'06.11.17 12:45 PM (211.33.xxx.147)답글주신 님들.. 고맙습니다..
사실은,
칭찬들을만큼 좋은 며느리가 아니라서,
그렇게 마음이 고운편이 아니라서. 더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그동안 속으로 어머니 미워한적도 많았고
남편에게 투덜대기도 했었는데
뜻밖의 칭찬들을 읽고보니 웬지 저도 개과천선할수 있을것 같은
희망이 생겨요..
뉘우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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