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남편과 다투었습니다. 저희는 결혼한지 1년 좀 안되었구요. 삼십대 초반, 중반의 부부입니다.
연애 기간도 짧았고, 그 기간에 보았던 남편의 인상은 온순하고, 그래도 그 또래 남자들에 비해 사회의 때가 덜 묻어 보이는 순수함이 있어보였습니다.
둘 다 공통점이라면 화가 났을 때 말이 없어진다는 점입니다(사실 평소에도 둘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제가 쬐끔 더 많이 하는 편이죠). 저는 화가 날 당시 입을 열면 상대방에게 퍼붓게 될까봐 일단 입을 닫게 되더라구요.
어제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남편이 이틀 연이어 회식이라고 늦겠다더군요.
참고로 남편은 주량이 소주 한병 정도이고 술 먹으면 잠자는 버릇이 있습니다 ㅠ.ㅠ.
회식 때문에 차를 놓고 가는 경우에는 제가 출근할 때 지하철 역까지 태워다주고, 퇴근할 때 태워오거든요. 그래서 어제도 지하철 막차 시간 즈음에 데릴러 나갔습니다. 본인이 지하철 안에서 혹시 잘지 모르니까 도착하기 전에 전화로 깨워달라더군요.
집에서 나가면서 혹시 낮에 쓰던 핸드폰 밧데리가 얼마 안남았길래 어젯밤에 충전시키려 꽂아놓은 새 것으로 교체해서 나갔습니다.
역 근처에서 기다리면서 도착할 시간 가까이 즈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느라 못 받더군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어젯밤에 충전이 다 되었을것으로 생각하고 교체해간 밧데리가, 남편이 전날 자기것 충전하느라 빼놓아서 충전이 전혀 안되어 있어서 전화가 끊겼습니다.
마음이 다급해서 일단 차를 주차 시키고 역근처 편의점에 핸드폰 밧데리를 맡기고 남편에게 전화하기 위해 근처 공중전화 부스를 찾았습니다. 밤이라 어둡고 요새는 공중전화가 귀한지라 정말 찾기 힘들었는데 간신히 찾아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하니...여전히 안 받습니다. 또 했습니다. 이번엔 받더라구요.
결국 저희 집에서 한정거장 지나서 남편이 내렸고, 이사온지 얼마 안되어 지역 지리에 둔감한 저는 네비게이션을 찍어 그 다음 역으로 찾아 갔습니다. 남편 얼굴을 본 순간...짜증도 확 나고 화가 밀려오더라구요. 그래서 한숨을 한번 쉬고는 차를 출발시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중간에 둘다 아무말도 안했고...집에 도착해서는 남편도 삐졌는지 차에서 안 내리더라구요.
내리라고 하구서 집에 들어오니, 남편이 옷을 벗다 말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는 아무말도 안합니다.
화가 난건 난데 남편이 그러니 저도 기가막혀서 말을 붙였습니다. 당신이 왜 화를 내냐구요.
남편은 제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건지도 모르겠고, 말을 붙일 수 없을 만큼 화가 나있는것 같아서 황당해서 그런답니다.
서로 옥신각신 얘기가 오고 갔는데, 답답하더라구요. 어떻게 둘다 한국말로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얘기가 안 통하는지... 새벽 1시 넘어서까지 그러다가 제가 그만하고 자자고 해서 일달락 되었습니다.
남편이 지하철에서 술에 취해 자느라 다른 역으로 데리러 간 일이 결혼하고서 서너번 됩니다.
남편이 체격이 왜소하고 마른편인데, 이런 일이 반복되니 뭐랄까...남편이 믿음직스럽지가 않습니다.
이 일 말고도 가령 가정 경제에 별로 관심을 안 둔다던지, 자기 개발을 잘 안한다던지, 출세나 경제적 성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던지, 기타 여러가지로 제 눈에 비친 남편의 모습은 그다지 '믿음직한 남편'의 모습이 아니라 제가 좀 실망을 한 편입니다. 결혼 전에 저는 제가 존경스러워할만한 구석이 있는 남자랑 결혼했으면 했거든요. 사실 평소의 이런 감정이 싸움에도 조금 반영이 된듯 하구요.
저희처럼 화나면 둘다 말이 없어지는 커플은, 부부 싸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 남편 같은 경우는 제가 먼저 미안하다 하면서 애교부리고 말을 자꾸 시키면 사실 금방 풀어지긴 합니다만, 저도 자존심이 있고 저보다는 남편이 더 많이 잘못한것 같아서 쉽게 그렇게는 안되더라구요.
저보다 결혼 연차가 많으신 분들께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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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 어떻게 하시나요?
새댁 조회수 : 520
작성일 : 2006-10-26 08:55:51
IP : 58.224.xxx.24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
'06.10.26 4:16 PM (211.226.xxx.188)그리 오랜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뭐라 정확한 조언은 못 드립니다만...
일단 답답하신 쪽이 님이시고, 그리고 남편분은 님이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고,
또 굳이 물어서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하시는 성격도 아니시니까...
그냥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말씀하세요. 이런이런 면에서 화가 났고,
이러저러한 건 앞으로 고쳐줬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 남편 분도 뭐라고 설명이 있으실 거잖아요. 변명이든 뭐든...
서로 뚱하고 있으면 해결 안 납니다.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대화인 듯해요. 당장은 열받고 싸우게 되지만 결국에는 대화로 푸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술 마신 사람하고는 일단 길게 말 안 합니다. 술 드신 상태라면 우선 그냥 재우세요...
잘 해결하셔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게요~~2. ^^
'06.10.26 5:05 PM (218.148.xxx.224)보통 남자들은 자기가 화 안났어도 부인이 삐지면 같이 삐집니다.
3. 새댁
'06.10.26 5:53 PM (58.224.xxx.241)결국은 대화밖엔 없군요. 좋은 부부관계를 위한 갈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길 때는 자존심 세우지말고 제가 먼저 노력해봐야겠네요.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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