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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일까?

오늘익명 조회수 : 3,810
작성일 : 2006-10-26 01:29:57
결혼전에는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가 생각을 잘 안했던거 같아요...
그냥 직업이나 학벌등의 조건도 생각했고 성격도 좋고 가정 화목하고 등등.. 그냥 일반적인 생각만 했네요...

결혼하고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일까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 많아 졌어요... (왜냐...-.-;;; 결혼한 남자가 맘에 안들때가 엄청나게 대단히 많이 생기니까죠...)

1. 남편하고 얘기할때면 꼭 이런 말을 합니다... 자기 친구중에 말빨 좋은 남자들이 여자를 많이 후리고 (? 과격한 표현 죄송... 그게 적절한 표현인거 같아서요) 다닌다....여자도 말빨 좋은 남자랑 결혼하는게 좋지 않냐...

전 남녀공학을 나왔고 직장도 남자가 많은 곳이어서 말빨 좋은 남자들 수두룩히 봤습니다....그런데 별로 매력 못느꼈어요...
말빨이 좋다는게 재미있는 말로 여자를 웃겨주고 즐겁게 해주는거라면 전 그다지 흥미없더라구요..

사실 저도 말빨이라면 남자못지 않은 타입이라서.. 그다지..거기다가 말빨좋은게 살아가면서 그렇게 좋은건가 의심스럽습니다...

결혼생활을 지속하는게 재미보다는 신뢰 배려 사랑같은 어찌보면 재미없는 것에 좌우되는게 아닌가요?
조금 재미없어도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묵묵히 그자리에서 있어주는거 그게 더 고맙던데요...
그리고 여자를 잘 배려하는 섬세한 감성을 가진 남자라면 가끔씩 촌철살인처럼 유머를 내뱉을 수 있구요...전 그게 더 매력적이던데요^^


2. 며칠전 영화얘기를 읽다가 김주혁이 호스트로 나오는 얘기를 봤어요... 김주혁이 그러는데 호스트중에 의외로 미남이 없대요... 여자를 매료시키는건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 매너라고 하더군요...
전 그 글을 읽고 동감했어요...매너좋은 남자는 여자마음을 흔들죠^^

저희동네는 외국남자들이 많은데, 연년생 아기엄마인 저를 어찌나 잘 배려해주는지.. 가슴이 떨릴 지경입니다...
제가 쌍둥이유모차를 끌고 힘겹게 문을 열려고 하면 저 멀리서 저를 발견하고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환한 미소를 지어주지요.. 그러면 전 눈녹듯이 맘이 녹으면서 땡큐 베리 머치~~를 간드러지게 말하곤하죵...ㅎㅎㅎ

그럼 매너란 뭘까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소위 선수들이 매너있다고 하는건 진정한 매너일까요?
여자에게 문을 열어주고 찻길에서 떨어진 곳으로 가게하고 등등 많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앞에 있는 맘에 드는 여자에게 보이는 그런 행동이 매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그건 그냥 뭔가를 얻기 위한 행동일 뿐인거 같아요..(그 여자의 사랑이나 돈 성관계 등등...)

매너있는 남자라면 여자친구가 들어가도록 문을 열어주다가 뒤에 황급히 들어오려는 유모차 미는 아기엄마를 모른척 하지 않을거에요...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건너는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지나가겠죠...

나보다 약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남자가 정말 매너있는 남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매너있는 남자를 찾는다면 나한테 하는 행동보다는 다른 사람한테 하는 행동을 먼저 봐야 될거 같구요...


3. 여기 게시판을 읽다보면 너무 많이 나오는 말... 남편은 착한데 시댁식구들이 문제다....
저도 그런 글 읽으면서 시짜만 붙으면 다 문제야.. 이런 생각했는데요... 그런 생각을 바꾼 계기가 생겼습니다...

제 친구가 결혼을 했어요... 남자가 친구보다 많이 쳐지는 결혼이라 좀 그랬는데.. 결혼준비하면서 남자랑 친구랑 많이 싸우더라구요...
싸우는건 혼수문제나 식장문제 같은거더라구요... 그 문제로 원래 많이 싸우잖아요..

그런데 자세한 얘기를 들으면 남자가 혼수준비를 돕는게 아니라 더 부풀리더라구요... 이바지 음식 해야할까?(요새는 많이 안하잖아요...) 물으면  " 하면 좋아하실거야..."라던가

남자가 자취했는데 시누가 같이 살 계획으로 가전가구를 다 샀다는데(시누가 사줬는데 같이 안살게 된 경우) 1년도 안된거라 그거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쓰려고 하니까 시누에게 혼수비용을 주라고 했다는둥...

제가 친구한테 물었죠.. 남편의 어떤 점이 좋아? 그랬더니 하는 말이 " 착해..."

정말 착한 남자라면 혼수준비할때 시댁의 요구를 잘 조율하고 부인될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하지 않았겠어요?

착하다는거랑 우유부단한거랑 동일한걸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착해서 둘이 살때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는 말 하던데.. 당연하죠.... 그런 우유부단 남자랑 있을때 여자 뜻대로 다 하니까 아무 문제 못 느끼겠죠.. 그러다가 시댁과 연결이 되면... 남자는 아무런 힘도 못되는거죠... 며느리 혼자 다 시댁과 마주치구요....

밤이라 괜히 생각만 많아서 주저리 써봤어요^^
아직 결혼한지 3년밖에 안되어서 저보다 더 오래되신 분들께 송구스럽습니다~
IP : 219.241.xxx.17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왓
    '06.10.26 1:37 AM (61.102.xxx.237)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맞는 말만...생각을 했어요.
    우유부단함과 착한 거 정말 다르죠.
    저 아는 부부도 그래서 다툼이 잦아요

  • 2. /.
    '06.10.26 2:36 AM (59.20.xxx.142)

    객관적으로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적으로 지위도 있는 여자가 있는데,
    지위나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고,
    취직할 능력은 있지만 직장을 가질 생각도 없는 남자랑 결혼을 생각해요.
    둘을 아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자가 여자 이용해서
    팔자 고쳐보려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만나보면 남자가 악하거나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경제적인 능력도 없고 자기 앞길 스스로 헤쳐나갈 생각도 없어요.
    여자는 남자가 집에서 기다려 주고 밥도 해 주고 좋다네요.
    외롭지도 않고요.

    저는 말리고 싶은 결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은 여자가 경제적으로는 아니라도 정서적으로라도 남자에세 받는 게 있을테니
    여자가 아주 밑지는 결혼은 아니다 하네요.
    모르겠어요. 제 기준에서 이 남자는 좋은 남자는 아닌 것 같아요.

    착한 남자라고 말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인생 같이 꾸리는데 이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 3. 1번!
    '06.10.26 2:40 AM (218.237.xxx.254)

    특히 1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들은 말 잘하는 남자보다 말 잘들어주는 남자, 좋아하지요오~~
    제 남편, 말'빨'이 무지 달리는 편인데요.
    (지금 그 말때문에 좌절해 술 마시고 드르렁 침대로 겨우 들어갔습니다;; 어저다 무슨 거창한 토론 자리에 패널로 낄 일이 있었나봐요. 근데, '난 왜 이렇게 말을 못하지?'하며 좌절하더라고요. ㅋㅋ 난 전부터 안건데...)
    사실 말 들어주는 것두 딸립니다 - -:;
    신혼초에 제가 사춘기를 늦게
    겪은 영향으로 조금은 감상적이 되어 '존재란게 무엇이냐!'해감시롱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를 울며 얘기한 적 있는데요.
    남편, '당신은 참 이상해.'
    그러고 말더라고요. 헉...
    당신, 알아? 나 그 때 당신한테 마음의 수백개의 문 중 하나가 닫혔어!

  • 4. 오우
    '06.10.26 2:59 AM (125.129.xxx.18)

    1번!님 글이 확 와닿네요.
    마음의 수백개의 문 중 하나가 닫히다...
    저도 다른 건 다 좋은데... 하나 닫힌 문이 있어서....
    그때 닫힌 건 다시 열기 어려운 듯 해요.
    저도 가끔 존재에 대해 울며 고심하고 얘기하고...ㅎㅎ

    원글님 글도 참 좋네요.
    착한 것 자체만이 매력인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수많은 장점들 중 착한 게 있다면 모를까...
    저는 그냥 착하기를 포기하고 삽니다 ㅋㅋ

  • 5. 구구절절
    '06.10.26 5:56 AM (24.4.xxx.60)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어쩌면 그리 조리 있게 잘 쓰셨어요.

    저는 엄청나게 그릇된 남성관을 갖고 20대를 고생고생 맘고생으로 보내다가
    뒤늦게 눈이 밝아져서 대체로 님이 쓰신 3개항목에 부합하는 남편을 옆에 두고 삽니다.
    (이구..돌 맞을 소리했지요..ㅠㅠ)
    남편이 말이 참 없어요.
    처음 만났을때 하도 말을 안하고 제 눈만 빤히 들여다보는데
    사실 인물도 그렇구 여드름 자국도 한심하고 쳐다보기도 싫었어요.
    그런데 제말을 하도 잘 들어주니까 자꾸 떠들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ㅎㅎㅎ그래서 결혼 했습죠.

    다들남편이 너무 조용하다고 하는데
    (아주 고요하죠..역전 홈런이 나오는 야구 중계를 봐도 찍 소리도 안해요.)
    어쩌다 릴랙스해서 자기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되게 재미나게 이야기해요.
    제 동생들이 놀랄정도로요.ㅎㅎ
    하지만 여자를 배려하는 섬세한 감수성 ..이런 것은 없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쯤에서 무지무지 재미없는 남자랑 사는것에 감사하는 안분지족을 해야겠죠.

    저도 외국생활하는데
    그 남자들의 몸에 밴 친절.. 살짝 눈까지 맞춰주며 웃으며 잡아주고 서있는 문옆의
    그 남자들...오호 정말 가슴까지 뛰어요.
    남편두 문을 잡아주긴 하는데 그 눈빛이 안되더라고요.ㅋㅋㅋ
    전형적으로 굳은 동양 남자의 무표정...흠~

  • 6. ㅎㅎ
    '06.10.26 8:47 AM (218.144.xxx.105)

    원글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울 남편이 세개다 부합하는 것 같아...괜시리 으쓱하네요^^(미안합니다.)
    평소에는 점잖모드라 약간 불만이였는데...ㅎㅎ

  • 7. ^^
    '06.10.26 5:17 PM (218.148.xxx.224)

    그런 남편 가진 님들 정말 부러워요.

    정말 제 남편은 해당사항이 하나도 없군요. ( 특히 2번에서...매너 황)

    친절이 몸에 밴 남편과 사는 기분은 과연 어떤걸까요 ㅠㅠ

  • 8. ㅎㅎㅎ
    '06.10.26 10:28 PM (211.201.xxx.110)

    "오늘익명"님과 같은 글들이 저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줘요.
    어쩜 이리도 공감 100%인지.
    종종 글 올려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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