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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상한 사람일까요..

..... 조회수 : 2,491
작성일 : 2006-10-16 09:33:53

동생이 결혼하려고 맘 먹었던 남자가 그저께..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둘이 나와 살고 있었는데... 그래서 친정에 들어갔다가 아버지한테 내쫓기다시피해서 나와 갈데가 없어 저희집에 와 있어요.

저는... 어릴 때는 어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성인이 되고부터는 제가 생각해도 참 냉정하다 싶어요.
가정형편이... 냉혹하다시피한 이기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다 제가 아버지 성격을 많이 닮은 편이거든요.
하지만 절대도 저렇게 독한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살았지만 피를 속일 순 없는 건지.. 남을 위해 우는 타입을 절대 못 됩니다. 그리고 막상 가족에게 이런 일을 당하니 역시.. 동생이 불쌍하긴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남자가 없으면 앞으로 동생이 살아가기 훨씬 낫다는 생각만 들고. 물론 그 남자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형제라 그 가족이 맘 아파하겠지만....


제 동생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편이 못 되요. 감성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하다할까요. 그만큼 정도 많고 착한데 저는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요. 동생이 힘들 때 도움이 되고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게 언니로 당연하긴 하지만... 그동안 경제적으로나 여러가지 면에서 힘들었던 면도 자꾸 떠오르고.. 또 저렇게 슬퍼하는 게 맘으로 이해는 되지만... 저 역시 그 남자친구를 두 어번 본 게 다거든요. 그러다보니 머리로는 지금 상황이 부담스럽네요.


제 남편은 처제가 자리 잡을 때까지 같이 있어도 상관없다고 말해주니 고맙지만... 저나 남편이나 성격이 비슷해서 척척 감겨드는 타입의 사람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다보니... 저야 제 동생이라 어쩔 수 없다쳐도 남편이 부담스러워하는 게 눈에 보여요. 그게 제 눈에 보이니 또 동생이 섭섭해할 것 같아 또 부담스럽고.. 중간에서 힘이 드네요.



타고난 성격인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런 때면 부모님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어릴 때부터 못 볼 거 보고 자라와서인지 저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해 감정을 더 누르고 눌러서.. 모든 일에 담담해요. 그렇게 기쁘지도 또 그렇게 슬프지도... 그런 절 유일하게 울고 웃기는 사람이 남편이거든요. 그외의 사람에게는 별 다른 걸 느끼질 못해요. 특히 슬픔에 대해서는 너무 무감각해서...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런 상황에서 회피하려고 하는데... 가끔...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인가 싶어지기도 해요.

IP : 203.247.xxx.20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무
    '06.10.16 9:37 AM (222.108.xxx.156)

    무감각 하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죠..반대로 너무 우는 사람도 피곤해요..

  • 2. ..
    '06.10.16 9:41 AM (211.217.xxx.231)

    동생분 일은 충분히 울어도 될만한 일 같은데요.
    부모님 탓 하지 마시고 감성이 못쫓아가면 이성적으로라도 잘 해드리시길 바랍니다.

  • 3. 가족
    '06.10.16 9:42 AM (211.196.xxx.110)

    저는 가족이라함음 ~무슨일이 있어도 그래도 이상막한 세상서 감싸줘야 한다고 봄니다
    지금 동생분은 정말 힘드실것 같아요
    입장이라는것이 잇죠~
    내가 만약 동생 이엇다면~~생각해 보세요
    아버지와 언니분이신 성격도요~
    그걸 다 감수하며 살아가는 동생분께 위로와 얼능 일어설수 잇는 힘을 주세요~

  • 4. 상처받은 영혼
    '06.10.16 9:42 AM (61.66.xxx.98)

    님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듯..
    님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것이
    몸에 밴 때문일거예요.

    모든일에 담담하다는것 장점처럼 보이지만,이면에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감정을 목석처럼 만들어 버린것이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죠.
    너무 미안해 하지 마세요.

  • 5. ....
    '06.10.16 9:50 AM (210.94.xxx.51)

    타고났는데다가 굳어지기까지 한 성격 바꾸긴 어렵습니다.
    저도 님이랑 비슷한면이 있어서 (유일하게 제 감정에 영향을 짙게 주는 사람이 남편이라는 점까지도.. )
    같은 일을 겪진 않았지만 님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친구들이랑 있을 때 조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이 나오더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아주 어렸을 때 같이 살았던 경우 외에는, 의외로,,,,
    님이나 저나 좋은 사람은 아니겠지만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됩니다만..

  • 6. 세상일이
    '06.10.16 9:53 AM (69.235.xxx.65)

    세상사는 일들이 그렇게 자기 성격되로만 살수는 없는것 같아요.
    그래서 살아가는게 힘이 들때가 있는거아닐까요?
    저도 형제간에 성격차이로 힘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냉정하고 무정한 언니들...
    전 그래서 제 동생한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은 동생분이 충분히 힘들때인만큼,
    성격에 맞지 않으시더라도 최선을 다해 주시면 동생분이 다 압니다.
    나중에 언니,형부 고마운거 다 알고 아마도 두분의 확실한 동지가 되어드릴꺼에요.
    그래도 형제라고 기대는건데 조금 힘드시더라도 참고,
    툭툭 털고 일어날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세요.
    그렇게 무정하고 무식한 부모들이 왤캐 많은지...
    부모 기댈생각 말고 이 언니도 기댈생각 마라, 어짜피 세상은 혼자힘으로 헤쳐나가야한다고...
    진실하고 애정어린 보살핌과 함께 충고해주십시오.
    진실은 통하게 마련이어서 동생분도 다 알아듣고 빨리 딛고 일어서실겁니다.
    부모의 무정함, 덜 성숙된인격을 대물림받지 않으려면 이악물고 노력해야하던걸요.
    제 경험담이었어요.
    원글님 수고하세요. 이번일로 자매의 정이 더 돈독해 지시길 바랍니다.

  • 7. 글쎄여
    '06.10.16 9:54 AM (61.254.xxx.147)

    글쎄요. 전 너무 냉정하신 거 같은데요.
    남의 감정에 대해서 어떠한 공감도 못하시는거잖아요.
    한두번 본 사이라 할지라도.,.... 친동생과 결혼할 남자잖아요.
    머리로만 이해해도 친동생이 얼마나 슬플까 생각이 가지 않나요?
    그사람가족의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생의 마음까지는 머리로라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죠.
    너무 울어서 부담스럽다니요. 강아지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슬피 우는 동생때문에 언니랑 형부가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면... 정말 삭막하네요...
    똑부러지게 사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서로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불쌍하네요 동생이...........

  • 8. .....
    '06.10.16 9:59 AM (203.247.xxx.206)

    저 역시 이럴 때 가족이 가장 큰 힘이 되어 준다.. 란 생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 중간고사 기간이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막내 동생까지 시험 미뤄가면서 내려왔고.. 그게 일을 당한 동생에게 두고 두고 큰 힘이 되어줄거라고 믿으면서요. 그런 막내 동생이 제게 지금 가장 고마운 존재구요..(시험이 있어서 새벽차로 다시 학교로 올라갔습니다)

    근데요.. 제가 일부러 모든 상황을 냉정하고 보려고 애를 쓰는 게 아닙니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감정보다는 앞으로 동생이 살아갈 일들.. 조건들 환경들.. 이런 것들이 눈에 아른거려요. 동생은 지금 방한칸 구할 능력이 안 됩니다. 빚도 여기저기 있구요. 그동안 계속 제가 그것들을 메꿔온 상황입니다. 아버지 성격도 그렇지만 집에 돈도 없어서 친정엄마, 공부하고 있는 막내 동생.. 그리고 지금 일을 당한 동생들을 계속 건사해야하죠.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제가... 입에 풀칠은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나마도 제가 직장을 다녀서 조금씩 돈을 만들어놓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직장도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상황에서 나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 하고 살아온 세월이 오래다보니 집에 무슨 일이 나면 슬프고 아프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그 생각만 듭니다.

  • 9. 그렇군요..
    '06.10.16 10:06 AM (69.235.xxx.65)

    물질까지 계속 쏟으셔야 한다면 힘들고 부담되시겠어요.
    정말로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언니분혼자 감당하실순 없는거네요.
    마음은 아프시겠지만 금전문제는 딱! 끊으셔야 합니다.
    자기가 진 빚은 무슨댓가를 치르더라도 본인이 갚아야합니다.
    언니분이 쓰신게 아니니까요.
    언니분도 가정이 있는데요.
    중요한건 감정처리를 어떻게 잘 하느냐인데.... 지혜를 구하셔서 동생분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십시오.
    동생이 섭섭해 할지라도 어쩔수 없어요.
    결국엔 형제모두 힘들어지니까요. 경제적인문제는 성인이 된 이상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 10. 그저
    '06.10.16 10:10 AM (61.96.xxx.173)

    옆에 있어주고 동생의 얘기에 귀기울여주세요 이럴때 언니아님 누가 동생분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겠어요? 다른거 생각지 마시고 나중에 후회 안되도록 또 본인에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았을때 동생분이 언니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지 않겠어요?

  • 11. .
    '06.10.16 10:12 AM (211.224.xxx.154)

    원글님의 답글을 읽다보니.
    아마 원글님의 남편도 참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결혼을 한 상황에서 원글님이 친정의 정신적,경제적 버팀목인것 같은데요. 맞나요?

    결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친정의 일로 정신적,금전적으로 계속 신경을 써야한다면
    님의 가정(남편과 아이들)도 그다지 원만하게 흘러가긴 힘들 거예요.
    이 시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언제까지 친정을 도우실 건가요? 님의 아이들 장래도 생각해야 하고, 님의 노후도 생각해야죠?

    금전적인 도움이라는거. 한번 시작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고, 그 도와주는 그 사람들에게도
    결과적으로는 아무 도움이 안돼요. 계속 바라기만 하고, 결국엔 네가 우리(나)한테 해준게 뭐있냐?
    뭘 얼마나 도와줬다고 그러냐? 이런 원망만 듣지 않아도 다행일 겁니다.

  • 12. 한달정도는
    '06.10.16 10:27 AM (203.49.xxx.237)

    애인이 죽었다면 아마 어느 인간이라도 충격이 클거 같네요.
    한 두달 정도는 애도기간을 가지다가 다른 사람/사랑 찾도록
    해주셔서 독립시켜야 할거 같으네요.

    동생도 아마 배운 점이 있을 거예요.
    인생 가는 거 허무하니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키워야죠.

  • 13. ....
    '06.10.16 10:40 AM (210.94.xxx.51)

    원글님 그런 성격이실 줄 알았어요. 냉정해야 되서 냉정하기보다는 현재 당장 동생의 감정이 아픈것보다 앞날의 일들이 걱정이 되는 거잖아요.

    가족이야 당연히 피를 나눴는데 힘이 되어주어야 하는거죠. 그 정도나 방법이 남들과 다를 뿐이지.
    성격 전혀 안 이상하시고, 오히려 원글님 집안의 경우 원글님같은 분이 계셔야 하는데, 너무 힘든거죠 본인이.

    동생이 어느정도 독립적 능력이 있다면 지금 언니 집에서 위로 받고 향후 거주는 따로 할 터인데.. 안타까ㅃ네요.

  • 14. .....
    '06.10.16 10:51 AM (203.247.xxx.206)

    네.. 당장 자기 몸 하나 뉠 데라도 있으면 나도 그냥 위로만 해줄 수 있을텐데 싶거든요.

    자기 방이 있으면서 혼자 있기 뭣해서 저희집에 와 있다면 맘 편하게 위로해줄 수 있을텐데 방한칸 없이.. 집은 지금 제 차 트렁크에 있습니다. 솔직히 그것만 봐도 저는 속이 무척 상합니다. 바보같이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 싶은게. 방 정리하러 가서 손바닥만한 원룸, 한 사람 살기에도 부족한 곳에서 둘이 살았다는 게 정말 속이 상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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