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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나는데도...

지니 조회수 : 3,102
작성일 : 2006-10-13 16:48:50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남편회사가 몇년뒤면 아예 한국에서 철수한다며

구조조정으로 시끄러운데 다행히 짤리지 않고 혼자 중국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파견근무도 아니고 아예 그쪽으로 옮기는 거라 적응못하면 그만두는수 밖에 없네요

저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애들과 여기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애들이 어리다는 이유도 있었고 혹 다시 한국에 나올경우 생계가 막막하다는 이유도 있어

난 여기에 남겠다 했지요

사실 이건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이렇게 좋은기회가 어디냐 집도 주고 애들학비도 다 대주는데 유학도 가는 마당에

얼마나 좋으냐...

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수도 있지요

근데 저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 별로 많이 안들었습니다

80되신 시어머니를 몇년 모시다가 여러가지 문제로 우리 옆 아파트로 분가한지 이젠 2년정도

가게되면 어머니를 모시고 가야 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살던 곳을 떠나기 싫어한다지만 저희 어머님은 좀 예외이신지 평생 사신곳도

떠나서 막내아들따라 타지로 오신분이신데다가 아마 중국아니라 더 먼곳이라도 아들이 간다면

따라나설 분이시지요

여기에 자식들이 없는것도 아닌데 어머니를 꼭 모시고 가야되냐고 했다가 '그럼 노인네를 버리고

가자는 말이냐며 화내는 신랑을 보고 제가 따라가려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신랑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비록 막내이지만 장남이자 외동이나 마찬가지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누구라도 자기만큼

어머니를 챙기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그런식으로 얘기했겠지요

그러나 모시고 사는게 너무 힘들어 시댁에서 싸가지없고 기본이 안된 *으로 낙인찍히는걸

감수하고서도 감행한 분가였는데 거기서 아무하는일 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당신 한몸 건사하는것도 힘드신 분에게 애들이며 집안일을 부탁하는것은 엄두도

못냈는데...

차라리 남편이랑 따로 살지언정 어머니랑 한집에서 살기는 너무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 같이 살아보셨던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이해하실지...

저희 남편 참 좋은 사람입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저한테도 잘하고 애들한테도 잘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아빠인데...

이성적이고 감정에 잘 휘둘리지 않는 편인데 유독 어머니 문제에서만은 남편이 이성적이지

못합니다

저의 기준으로 판단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제가 희생하기를 바랬지요

결혼한지 이제 7년째인데 3년동안 직장때문에 주말부부로 지내다 저희들 합치자 어머니 바로

내려오셔서 모시고 같이 사는 2년정도를 지옥같이 보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누구랑 싸워보기도 처음이었지 않나 싶을만큼...

어머님과의 문제때문에 아무 잘못없는 남편이 이렇게 싫어질수도 있구나 느낍니다

애기아빠를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어떨땐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환경이 싫어 차라리 혼자 남기를 택한  

제가 정말 저인지  궁금합니다

모레면 남편이 중국으로 떠납니다

친정엄마가 애들 있으면 준비하기 힘들다고 친정 데려갔다가 내일 저녁 오신다네요

신랑은 지금 집에서 짐싸고 있습니다

근데 저 오늘 저녁 영화보려고 예매했습니다  혼자서요

왜 예매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정확히 무슨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는지도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 남편이 떠나고 나면 어머니는 오로지 제 몫인건 확실하지만 그래도 같이 사는것 보단 낫다 싶어

이렇게 여기 남는다는것

그리고

결혼초보다 많이 소원해진것 같은 우리 부부관계가 떨어져 있으면서 상대방에 대해 좀더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뭐 그정도 입니다

마음이 의외로 담담합니다  남편이 모레 간다는데도...

IP : 221.161.xxx.18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10.13 4:58 PM (211.238.xxx.28)

    이해가 갑니다..
    저도 남편이랑 해외이민 생각했었는데 어머니 모시고 같이 가야한다해서 바로 마음 접었습니다.
    머나먼 타지에서 오로지 집에서 가족들이랑만 있을 어머니랑 같이 살 자신이 정말 없습니다.

  • 2. 시부모님..
    '06.10.13 4:59 PM (220.78.xxx.227)

    전 모시는 대신 생활비 드립니다. 부모님 드리는 생활비때문에 저는 절대로 일을 그만둘수 없습니다.
    내년에 해외 발령나는 남편을 혼자보내고 집은 세주고 그리고 저는 친정서 직장다닐 생각입니다.
    혼자서 시댁 다니고 전화하고 그러겠죠. 두분중에 한분만 남을까 걱정이 됩니다.

  • 3. ..
    '06.10.13 5:04 PM (59.7.xxx.239)

    시어머니와 함께 사셨던 세월이 얼마나 힘겨웠길래 이런 결정을 하셨을까 합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억지로 할수는없는일이죠
    중국은 남편이 계시는동안엔 언제고 나갈수있는 기회가 있을터이니 지금은 님이 결정하신 부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보세요
    지금으로선 어떤 결정을 내리던간에 마음이 그다지 편하진 않을겁니다
    그럴땐 내가 하고싶지 않은걸 우선 내려놓으시는것도 좋은 방법일듯하네요

  • 4. 님..
    '06.10.13 5:32 PM (211.111.xxx.148)

    저는 반대로 내가 떠날까 하는 중입니다. 물론 아이들 데리고..
    답이 없는 거 같습니다. 겪어보면서 부부 사이 관계 해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할 밖에

  • 5. ``
    '06.10.13 5:56 PM (221.150.xxx.227)

    어머니 때문에 식구가 남는걸 결정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영화표를 사게 하지 않았을까요??
    몸에서 멀어지면 확실히 마음에서 멀어 집니다..
    저 경험 있어요..
    남편은 남편대로 서운한 마음이 있을거예요..가시기 전에 서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열어 보심이..
    부모님 때문에 식구가 떨어져 산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 6. 처음에는
    '06.10.13 5:57 PM (211.224.xxx.26)

    엉?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이해가 가요.
    왜 자꾸 살다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을까요.

    차라리 철없는 어린시절처럼 난 도저히 이해가 안돼 이랬으면 좋겠어요 ㅠ.ㅠ

  • 7. 속상하시죠...
    '06.10.13 5:58 PM (218.149.xxx.6)

    며느리랑 가야지만 자기 엄마 모시고 가는거고,
    며느리가 안가면 ..자기엄마 안데려간답니까?
    정말 왜그런대요...
    원글님이 가시는 여부에 관게없이.. 엄마를 중국에 모시고 가는게 아니라..
    자기 엄마 모실 하녀가 필요한건가요...

  • 8. 남편
    '06.10.13 6:27 PM (125.178.xxx.45)

    남자의 관점과 여자의 관점은 너무도 다른곳에서 시작을 하는군요
    글 속에 고통과 괴로움 좌절같은것을 느끼게 되네요...
    당분가 어떤 결정보다는 조금 시간을 갖는것을 꼭 남편분과 상의해보시기 바람니다
    혼자 그러겠지? 라고 생각하거나 분명 그럴거야! 라는 판단으로 행동하시는거보다
    정말 남편분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해보심이 좋을듯하네요..
    대화와 싸움은 구별해야되는거 아시죠? 꼭 대화가 되게 이야기해보세요....
    다행히 이야기속에 남편분도 그렇게 일방적인분은 아닌듯하네요

    대립은 대립을 낳을뿐입니다

  • 9. 동감
    '06.10.13 6:37 PM (121.131.xxx.68)

    님 마음 절대 동감해요.

    저도 시댁식구들때문에 너무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헤어질까 하는 생각 수없이 해왔고,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님 남편처럼 저희 남편도 여러모로 너무 좋은 사람이고 사랑엔 변함이 없지만,시댁과 연루되면 무조건 싸움이 나요.

    근데 부부가 그렇게 떨어져살면 확실히 멀어지고 서먹해진대요.

    저도 시어머니가 너무 힘들게 하셔서 이혼하려고 했는데,주위에서 왜 바보같이 시어머니때문에 니가 이혼한 여자라고 낙인 찍히냐며 참으라고 해서 참고 사는데,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절대 시부모님을 놓지 못하는 남편을 두고,제가 해외로 갈까 했는데 그것도 말리더군요.분명히 부부사이 멀어진다고요.

    정말 너무 힘들어요.시댁식구들 생각하면 자다가도 천불이 나요.

  • 10. 님 남편 정말
    '06.10.13 7:10 PM (221.133.xxx.85)

    웃기네요(죄송합니다)
    부인과 같이가면 자기 어머니도 모셔가야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가지 않으려면 부인과 아이들은 남아 있어야 한다?
    결국 이런 말씀이죠?그럼 님 남편,본인의 역활은 뭐랍니까?돈만 벌어다 주면 된다고
    생각하나 보죠?그럼 돈 벌어다 주는 기계라고 생각해도 할말 없겠네요.
    노모를 모실수 있는 자식이 전혀 없는것도 아닌것 같은데...참 정말 답답합니다.
    몇일후면 떠나는 남편,그것도 언제 볼수 있을지 알수없는 먼곳 떠나는 남편을 두고
    영화표를 예매하는 님,담담하다 라고는 하시지만...하나로 깔끔하게 표현할수 없는
    아주 복잡한 심정이실 겁니다.유괘한 영화한편 보시고 마음 달래세요.

  • 11. ...
    '06.10.13 7:33 PM (125.128.xxx.54)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님의 심정.
    저도 너무 안맞고 답답한 시부모님때문에 확 이혼해버리면 적어도 저분들은 안봐서 좋겠다 생각한적 많아요.
    그런데, 윗분들께서 "부인과 같이 가면 어머님도 모셔가야 하고 어머니 모시고 가지 않으려면 부인과 아이들은 남아있는다"라고 써주셨는데 그건 아닌것같구요...남편분보다는 님이 차라리 안가시기로 결정하신것 같네요. 그리고 남편분 마음도 '엄마 안모시려면 너도 오지마"라기 보다는 그래도 누군가는 어머님 곁에 남아서 돌봐드리기를 바라는 마음 같구요.

    에효...남편분께서도 님이 그건 얼마나 힘든지 알텐데, 해외나가있는 몇년간이라도 다른 형제들과 그 짐을 좀 나누는 방향으로 생각하실수 없나요? 이런 식으로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건 정말 아닌데...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요..잘좀 말씀나눠보세요, 영화보러나가시지 말고. 님이 영화 예매하신건 일종의 반발심으로 보이는데, 부부관계란 정말 신중 또 신중해야 합니다. 해결해서 식구들이 함께 사는 방향으로 잘 해보세요.

  • 12. 그러게요
    '06.10.13 7:36 PM (211.54.xxx.28)

    왜 님의 글을 읽어면서 내 마음이 착잡할까요?

  • 13. 휴..
    '06.10.13 8:02 PM (124.50.xxx.164)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어요.
    저는 원글님과 너무나 비슷한 입장입니다.
    남편 막내지만 형편상 시어머님을 저희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말부부 생활을 빙자해 저는 제 집에서 나왔어요.
    원글님과의 차이라면 남편이 제 곁에 어머님을 두는 선택을 안하고 자기가 모시고 갔다는 정도...?
    이 과정에서 저는 누구도 원망 안해요. 다른 형제들도 그동안 할 도리를 했고 직접 모실 수 없는 사정이 다 있는거고 그 입장도 다 이해갑니다. 아내와 떨어져 사는 걸 감수하고라도 어머니를 모시는 남편을 비난할 분도 있겠지만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집에서 나온 저를 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행이라면 서로의 입장을 다 이해하고 어느 한 쪽을 따라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기에 그나마 부부라는 관계를 버리지 않고 있는 점이겠죠.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이런 입장이 되었다, 저 사람이 문제다 하면 미움이 깊어지고 관계 자체가 무너집니다. 어디까지나 내가 선택했고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시길 바래요. 지금이 끝이 아니고 상황은 또 바뀔 수 있어요. 지금 담담한 마음 놓지 마세요.

  • 14. ...
    '06.10.13 9:32 PM (125.182.xxx.132)

    시집살이가 달리 시집살이겠습니까?
    전 어릴때부터 친정엄마 보면서 절대루 효자하고 결혼안하겠노라
    다짐까지 했었네요
    글쓴분 마음 정말 공감이 갑니다
    힘내세요

  • 15. 지니
    '06.10.13 10:23 PM (221.164.xxx.173)

    지금 집에 들어왔습니다
    여러분들이 댓글들을 달아주셨는데 정말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좋은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네요
    얼굴도 모르지만 너무 감사합니다

    제 주변의 여러가지 정황들을 다 설명드릴 순 없어 좀 답답하기도 합니다만
    제가 가장 힘들었던건 모든 어머니에 대한 문제를 저희부부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딴 형제들은 뭐 하냐? 뭐 이런말씀들 하시겠지만 얘기하자면 속에 묻어 두었던 많은 감정들이
    터져나올것 같아 그냥 ...

    특히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병원신세를 많이 져서 제가 결혼하기 전부터 모아왔던 적금까지 다 깨야했으니까요
    그리고 생활비에다가 집마련 해드리는것 까지...

    나이 사십도 안돼 제 입에서 이런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
    정말 우리 애들만 없다면 (죄송합니다 해서는 안될말인데)
    나 저사람 포기하고 싶다 그런 마음까지 먹었었지요
    그러나 저는 어른이고 제가 벌여놓은 일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누가 사랑은 위대하다고 했던가요? 아님 아름답다고 했나?
    남편에 대한 제 사랑은 위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것 같습니다

    자기를 택한 댓가를 이렇게 크게 치루게 하는 남편도 원망스럽고
    이런 이유로 그 사람을 포기하고 싶다 생각하는 제 자신 또한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 16.
    '06.10.14 1:42 AM (61.106.xxx.9)

    지니님..
    다른거 다 떠나서
    댓글 마지막에
    이런 이유로 그 사람을 포기하고 싶다 생각하는 제 자신 또한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쓰신건 이해 못하겠어요
    아니예요 전혀 한심하지 않아요
    충분히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있잖아요
    저역시 진심으로 공감이 갑니다
    사랑으로만 살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아직도 사랑하지만
    포기하고 싶을때가 많아요
    자기 가족에 대해 너무나 충성스런 제 남편을 보면서
    아내를 사랑하지만
    자기 가족 보다는 아래로 보는 제 남편을 보면서...
    씁쓸한 밤입니다...

  • 17. 아휴
    '06.10.14 9:32 AM (70.162.xxx.84)

    모시고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 하지 못하는 심정일 겁니다.
    저도 결혼전에는 나쁜 며느리들^^ 절대 이해 못 했고 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장남에 외아들인 것도 좀 걱정은 됬었지만 크게 못 느끼고 결혼 했죠.
    정말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홧병이 생기는구나 하는 것도 경험했구요.

    생각보다 외국 생활 힘들고 외롭습니다.
    돈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그렇더군요.
    이번 기회가 남편분에게 정말 자기가 이룬 가족이 소중하고 자기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어머니 뿐만 아니라 님과 아이들도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
    그리고 님과 아이들의 행복 또한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네요.
    남자들 부모님 앞으로 사실 날 많지 않다는 생각은 하지만
    앞길 창창한 여자들 정말 속으로 죽어간다는 생각은 못 하더라구요.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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