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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나간지 10개월이 넘었어요.
근데 이 사람이 왜 집을 나갔냐 하면요..
"올해 운이 아주 좋지 않아서 몸을 피한 것"이랩니다.
맨 처음엔 백일기도를 한다고 하더니 그 다음엔 무슨 연구를 한다고 하고 이제는 올해 운이 안 좋아서 잠시 몸을 피해있는 거라고 하네요.
웃긴 건 시댁식구들은 그런 그 사람의 행태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당연히 여긴다는 겁니다. 좀 뻔뻔스런 사람들이죠. 그렇게 살 사람이 가정은 왜 이루며 결혼은 왜 한답니까?
결혼하고 아이 낳고는 '아이는 7살이 될 때까지 엄마가 키워야 하는 거다'라 해서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습니다(정말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당시 피눈물을 흘렸지요). 지금은 제가 친정에서 하는 회사 다니고 월급받으며 살아요. 갓난쟁이 때는 회사에 아기를 데리고 다녔고(사무실을 하나 비워서 놀이방을 만들어놓고 혼자 놀게 했어요. 울면 달려가서 보고... 회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렇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눈치는 정말 많이 보였지요. 덕분에 아이가 사무기기나 회사 용어, 경제 용어를 또래들보다 잘 알아듣더군요. 슬픈 얘기지만..) 좀 커서는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지금은 6살이라 종일반 유치원에 맡겨놓고요.
올 추석에 어떻게 했냐면요... 친정 부모님들께서 저랑 아이랑 달랑 둘이 지내는 거 불쌍하다고 해서 부모님과 같이 외국에 나갔다 왔습니다. 덕분에 잘 쉬긴 했죠. 시댁에 가야 하나.. 하는 맘이 잠깐 들긴 했는데, 남편 포함 10개월 가까이 제게 전화 한번 안하는 사람들 얼굴을 뭐하려 보러 가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맏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요.
밑에 있는 시동생들은 저보다 8살, 6살 많고요 동서들은 남편과 동갑들이라 매한가진데 이때껏 형수 대접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어요. 그들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지금의 저보다는 상황들이 훨씬 좋았던 것인데도 말이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때마다 조카들에게 선물주고 용돈줬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챙김도 거의 못 받아봤군요. 뭘 받아보려고 준 건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별 치사한 생각이 다 드네요. 아마 남편이 별 신통찮으니 제게 오는 대접도 그런가 보죠.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없고 이혼하자니까 '내 운이 올해가 좋지 않으니 입춘 이후 해가 바뀌어서 하자'고 해요. 지금 당장 위자료를 내놓을 게 없을테니(주식으로 몽땅 날렸거든요. 결혼한지 6개월도 안 된 제 주머니에서도 거의 6000만원을 갖고 갔지요.. 사실 현재 이 사람이 빚이 있는지 없는지 재정상황을 전혀 몰라요. 저 정말 바보 아닌가요? 나름대로 똑똑하다는 소리 듣고 자랐는데도 당하려면 한순간이에요) 각서를 써달라고 했더니(제게 갖고간 6000여만원) 다갚은 거 아니냐네요. 달마다 돈 주지 않았냐며.. 그래서 그게 생활비지 빚갚은 거냐(1달에 100여만원 남짓, 한 2년여 갖다준 것. 그 이후로 전무함. 내가 벌어 살림살이...) 했더니 그거 다 니네집에 들어간 거 아니냐며(친정살이했거든요. 한 3년 정도) 자기는 줄 돈도 없고 주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각서를 못 써주겠대요.
이에 대해 시댁에서는 뭐라고 하냐 하면...
부부 문제는 부부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다(맞긴 맞는데.. 운 나쁘다며 집 버리고 마누라랑 애들 놔두고 시골로 숨어 두문불출하는 아들을 낳은 사람이 하는 말 치고는 좀 그렇긴 하죠), 네가 조용하면 집안이 조용할텐데 좀 참아라, 네가 시골가서 대화로 해결해라(전화 한 통화 없다니까 하는 얘기. 자식있는 남자가 어떻게 10달이 다 되어가도록 전화한번 안 하나요? 마누라가 아무리 보기 싫어도 애는 보고 싶어야 정상 아닌가요? 내가 밖에서 낳아온 애도 아니고, 어찌 전화 한 통화 없누)... 뭐 이러더이다.
그러더니 추석때는 동서보고 묻더래요. 얘가 오지 못하는 거냐 오지 않는 거냐고. 평소에 전화한번 없다가 명절때되니까 갑자기 제가 어찌 사는지 궁금했나보죠..?
중간중간에 쓰고 싶은 얘기 다 쓰자면 대하소설로도 모자랍니다... 제게 빚진 거고 뭐고 다 제껴두고요... 10개월동안 '나 운이 나쁘니까 여기 숨어있을거야'하며 딸이랑 마누라랑 연락끊고(제가 전화하면 받긴 하니 완전히 끊은 건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사는 이 사람이랑 계속 살아야 하는 건가요?
처음에 이 사람의 실체를 알았을 땐 그새 뱃속에 생명이 있어서 그냥 살아야 되나보다 했고, 아이가 3살쯤 되었을때는 아이를 보고 참았는데, 지금은 그 책임감없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아빠, 있어봤자 아이에게 득도 덕도 될 게 없겠구나(애가 잘 되면 나중에 애한테 찾아와서 '내가 니 애비다. 애비한데 돈 좀 내놔라. 효도 좀 해봐라' 할 사람이에요. 이 사람 성향이)싶어서 차라리 인연을 딱 끊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참... 6살난 딸내미(이 예쁜 아이를 하루라도 안 보면 병이 나겠구마는 우째 저리 노는지..-고슴도치 엄마)가 8월에 1주일 정도 아빠가 사는 곳에 있다가 왔어요. 시골에 내려보낸 이유는 좋은 공기 좋은 물 구경하라고 보낸 건데 1주일내내 에어컨 쌩쌩 돌리고 바깥산책도 없이 실내에 콕 박혀있었다는군요. 그래서 아토피가 말도못하게 심해져서 돌아왔어요. 게다가 그 1주일동안 아이목욕을 한번 안 해줬다네요. 아이고 맙소사...
참 이 얘기가 아닌데... 시골에 갔을때 애가 궁금해서 아빠한테 물어봤대요. "아빠, 아빠는 왜 집에 안 와?"그랬더니 "응, 아빠는 여기 있는 고양이들 밥줘야 되거든"-이 얘기를 하며 아이가 하는 얘기가 걸작입니다. "엄마, 되게 우습고 기막히지? 고양이 밥주느라고 집에 못온다고 말하는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빠는?"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냐고 했더니만 이러더군요. "내가 하하하 웃으면 아빠가 나 미워할 것 같아서 '응,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애만큼만 철이 들었어도 저러지는 않을텐데. 그렇죠?
1. ..
'06.10.11 3:58 PM (125.132.xxx.17)답답합니다.
왜 그러고 사시는지.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 이혼감이구만요.
남편과 시집식구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네요.
나같으면 옛날에 끝장내고 새삶을 살았겠어요.2. ,,
'06.10.11 4:12 PM (219.253.xxx.250)이번만 운이 나쁘고 그 다음에 평생동안 운이 좋다던가요?
제 생각에는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되네요.
부인은 둘째치고 새끼가 있는데 어찌 그렇게 떨어져 살 생각을 하는지 남편분 조금 이해 안 갑니다.
아마 소송을 하더라도 남자쪽이 절대 불리한것은 확실하겠군요.
저는 아이때문에 이혼 못 한다는 소리 반대입니다.
부모가 이름만 부모지 부모 역할 남편 역할 못 하는 사람은 껍데기만 부모지 자격상실이지요..3. 말도안돼
'06.10.11 4:20 PM (211.48.xxx.242)요즘 세상에 이상한 사고방식이네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결혼했는 궁금합니다.
죄송하지만,다른이유가 더있나(여자관계) 살펴보고 깨끗하게
정리하는게 낫겠습니다.
남도 살아야지요.
더 알뜰하고 다정한 남자 널렸습니다.4. 허걱
'06.10.11 4:21 PM (211.226.xxx.188)'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일이네요.
이게 사실이라면(지금도 설마 싶습니다만) 단 일초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사셨는지...-.-5. 죄송하지만..
'06.10.11 4:41 PM (61.98.xxx.106)독일어를 모르는 관계로 당연히 신문에 실린 사진인줄 알았는데
님의 센스 덕분에 다운괬던 기분 확 펴졌습니다 ^^
사진속 산과 들판의 사진도 눈이 다 시원해지네요
유럽을 꽤 많이 가봤지만
전 이태리, 프랑스보다도 독일의 민들레 가득핀 가을 들판이
제일 좋더라구요6. 어찌 하오리까
'06.10.11 5:01 PM (211.226.xxx.132)시댁이 일반 시댁이 아니에요. 시어른들이 특정종교(사이비는 아니고)에 몸담고 계십니다. 원글에 이 얘기를 쓰지 않은 이유는 제가 아무리 '특정종교'라고 해도 사연을 쓰다보면 그게 어느 교를 말하는지 뻔히 보일까봐 안 쓴 건데요.... 그냥 써야 할까봐요. 그러면 시댁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실 듯도 하여...
근데 남편에겐 종교인이 될 자격이 제가 봐도 없어보입니다(식구들이 왜 그것도 모를까요. 이 사람 생긴 것만 거룩하지 속은 엄청난 속물인데. 그들 생각처럼 그 거룩한 사람이 왜 주식이랑 도박으로 돈을 날렸겠냐고요. 컴퓨터 하드엔 지저분한 성인물이 지뢰처럼 숨어있고-저도 이 사람을 알만큼 알고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나서 사생활을 보니 '이게 아니잖~아~'더군요...). 아마 시댁에선 그것때문에 '얘가 결혼만 안했으면 편히 살았을텐데'라고 지금도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그래서 아마 아들이 그렇게 하는데도 '것도 몰랐느냐' 하며 그러려니 하나봐요. 남편은 종교인 될 그릇이 안 된다는 걸 자기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죠. 여자관계는 아마 무슨무슨방이나 갈만한 그릇쯤 돨라나요. 역겨워라....
친정 어머니께서는 '내가 그 사람들하고 같은 종교만 안 믿었어도 네가 그런 사람이랑 결혼하겠다고 했겠느냐'고 하며 우시네요. 어른들 말씀 듣지 않고 반대한 결혼의 종말은 정말 비참합니다...ㅜ.ㅠ
이 이혼을 제 뜻대로 하려면 역시 소송을 해야 하는 거겠죠?7. ```
'06.10.11 5:39 PM (221.150.xxx.227)이혼 하시고 나면 다시 행복해 집니다. 살아 있다는거 너무 좋은 거예요.
힘 내시고 ..아자!!!!8. simsull
'06.10.11 6:10 PM (124.0.xxx.253)워낙 똑똑한 사람들이 사랑앞에 무너질때엔 더 철저히 무너진답니다.
남편이 나타날 날을 학수고대하며 이혼자료(소송) 준비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가엽고, 행여나 아빠의 사고방식를 잠재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엄마로서 정말 긴장하며 살아야겠네요.
모쪼록 일이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9. ...
'06.10.12 1:37 AM (211.117.xxx.178)남편분이 종교문제로 관념이 그렇게 굳어지셨으니 앞으로도 가정생활 잘 하실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까지도 남편 없이 아기랑 잘 생활해오셨으니 이만 인연을 정리하는 것도 앞으로를 위해서 좋을 것 같습니다. 없는 것과 진배없는 사람이래도 남편이라는 이름에 자꾸 바라고 기대하게 되고 그 마음 때문에 님이 더 힘드실 것 같아요.
10. 정말
'06.10.12 2:00 AM (70.71.xxx.234)남편이 능력이 모자라도 마음씀이라든가
언행들이 괜찮아서
남,녀 역할이 뒤바꿔도 견디며 지내는 부부도 있지만
원글님 남편은 윗글로만 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무책임,무능력,무자격(남편, 아버지로서)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준비 차근차근 잘해서
님의 생활도 찾길 바랍니다
딸과 지내는 이 시간도 '이게 사는건가'하는 생각으로
마음의 평온도 없을것 같네요
어차피 상황이 이렇다면
님이 주도하는 삶으로 나가는것도 괜찮아요11. 화이팅
'06.10.12 10:47 AM (211.111.xxx.149)입니다.. 얼른 원글님의 인생을 찾으세요.. 이쁜 딸 있는데 뭘 겁내겠습니까?
딸 인생을 위해서 결심하세요... 그리고 행복해 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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