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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는 맏며느리

난 막내며느리 조회수 : 1,862
작성일 : 2006-10-09 14:48:19
오늘 자게에서 몇가지 글을 보고 생각나서 그저 몇자 적어봅니다.
울 엄마는 맏며느리이십니다.  고만고만한 집안의 장남에게 시집오셨어요.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경제력이 전혀 없으셨습니다. 그저 놀기좋아라 하는 분이셨죠.
아버지 형제가 모두 6남매..
엄마 시집오셔서 밑으로 넷을 모두 시집,장가 보냈습니다. (큰고모는 이미결혼.. )
지난 얘기지만, 큰삼촌 장가보내라고 25년전쯤에 백만원(?)을 안먹고 안입고 해서 할머니께 드렸더니 그거 들고 설악산 놀러갔다 오셔서, 큰삼촌 결국 결혼식 못올렸다고 들었습니다.... -_-;;
울할머니 자랑삼아 한번씩 얘기하시더군요 -_-;;;;

저 10살쯤 될때.. 할머니가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하시며,(얼마안되는 유산을 모두 써버리심..막내고모가 공장다니면서 돈 벌어왔는데 그걸로는 못사신다함.) 막내고모,막내삼촌(그당시 고등학생쯤?)데리고 울집으로 오셨죠. 그리고 일년쯤 있다가 증조할머니까지 오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장남이셨고, 6남매였으나  밑으로 아무도 안모신다고 하셔서.. -_-;;)
어렸을땐 그저 집이 좁아 불편한것만 생각했습니다. 별로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닌 할머니라 좋을게 없었어요. 그당시 할머니 나이가 50대중반쯤 됐으려나.. ? 겨우 겨우 살림 꾸려가던 엄마는 결국 장사를 시작하셨죠..
처음 몇년은 때맞춰 식사준비 다하가며 가게 꾸리셨고, 장사가 잘 되어 너무 바쁘실때에도 아침은 늘 일찍 일어나 준비해놓고 나가셨죠, 울 할머니 아침상 기다리며 단장하고 계셨더랬습니다. 뭐 나중엔 너무 바쁘셔서 할머니한테 넘어가긴 했죠.. 나중에 엄마한테 들었는데, 할머니는 집안일 하는만큼 파출부월급 줘야한다면서 늘 얼마씩 가져가셨대요.. (지금생각하니 어이가 약간 상실..-_-;;, 아홉식구 건사하느라 경제사정이 빠듯했거든요)
그리고도.. 고모,삼촌 마저 다 결혼 시키고, 그리고나서 증조할머니 쓰러지셔서 3년쯤 누워계시다 돌아가셨고, 나중에는 할머니도 쓰러지셔서 1년쯤 누워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제사는 일년에 기본 8번, 큰집이라 명절 다 치르고, 증조할머니 살아계실땐,, 할아버님 형제분들, 그 자제분들 수시로 드나들고.. 언제나 시끌벅적한 집, 명절만 지나고 나면 제자리에 있는 물건이 없고, 지난 30년동안 엄마가 명절에 친정가는거 본적 한번도 없고, (장사할땐 장사한다고 못가고,  그전에도 그 후에도 손님 치르느라 가신적 없어요..), 티도 안나는그고생..지긋지긋하더군요.
어렸을때부터 질리도록 보고 자란 저는 결혼하는(사귀는) 남자의 첫번째 조건을 장남이 아닐것으로 두었습니다.
제발로 들어가서 그 엄청난 의무와 만나고 싶지는 않더군요.
대학을 가고, 남자를 만나도 장남이라는걸 아는 순간..진정한 친구, 선배로 보이더군요 ㅡ_ㅡ;
후광이 사라지는 그 느낌.. 아시나요?^^

그런데, 두살 아래의 제 동생은 장남하고 결혼했습니다.(울엄마와 저의 반대를 무릅쓰고) 똑같이 보고 자랐어도 각각 느끼는게 다른가 봐요.. 제가 장녀라서 더 그랬나 싶은생각도 하구요..

저는 결국 삼형제중 막내랑 결혼했습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막내라하니 더 이뻐보이더군요.
엄마도 좋아라 하셨고..ㅎㅎ
그래서 전 시댁가면 열심히 해요. 어렸을때 울엄마 고생하던거 너무 많이 봐서, 미리미리 일찍가고, 큰형님 신경못쓰는거까지 힘닫는대로 합니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였어요. 울엄마 이번명절에도 너무 고생하시더군요 ㅠ_ㅠ; 저랑 저동생 다 시집와서 이젠 도와드릴수가 없네요..
그나마 작년에 동생이랑 반반내서 식기세척기 사드린거 잘쓰신다고 하셔서, 그걸로 제가 더이상 못도와드리는거 위안삼아요 ㅠ_ㅠ
IP : 211.229.xxx.4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딸기공주
    '06.10.9 2:54 PM (121.147.xxx.142)

    저두 맏며느리인대요..ㅠㅠ
    결혼 6년동안 명절에 친정 한번도 못 갔어요..ㅠㅠ
    인제 좀 가보려고 했는데 ..
    올 추석부터 앞으로 계속 저희 집에서 명절 지내래요..
    인제 영영 친정은 못가는 거지요..
    이 글 읽으니까 정말 슬프네요 ..

  • 2. 김은미
    '06.10.9 2:56 PM (210.95.xxx.241)

    저도 궁금한 것중에 하나가 꽁짜로 장터 판매자에게 물건 받은 것도 아니고 카드도 안되고 현금영수증도 안되고 내돈 내고
    내가 사먹는데 왜 구매자가 고마워해야 하는지 이해불가에요

  • 3. 며늘
    '06.10.9 2:58 PM (68.147.xxx.10)

    저 밑에 글 올린 사람인데요....
    저도 제사 모시게 되면.. 명절에 친정 못갈꺼에요...
    시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실테니깐요...
    친정 어머님께 잘해드리세요. 많이 신경써드리구요...

  • 4. 원글이
    '06.10.9 3:02 PM (211.229.xxx.41)

    잘 해드리려 해도, 그게 맘처럼 안되더군요. 저 직장다녀서 아직 김치며 밑반찬 갖다먹고, 아기 낳으면 또 봐주신다 하시네요.(육아문제만큼은 저도 도리가 없음..ㅠ_ㅠ) 그래도 울엄마 착하게 사셔서 복받았으셨는지 이제 모아논 재산도 조금 되고, 사위둘다 효자고, 저희들 그럭저럭 살아서 해외여행도 보내드리지요.. 그래도 앞으로 좀더 잘해드려야겠지요.

  • 5. 지금
    '06.10.9 3:56 PM (222.107.xxx.250)

    지금 시대에 그렇게 살라고 하면
    두손 두발 다 들겠죠?
    정말, 철의 여인들이었나
    어찌 그리 사셨을꼬...

  • 6. ^^
    '06.10.9 4:09 PM (220.117.xxx.40)

    어쩜 저랑 이렇게 비슷하실까...^^
    저의 친정엄마가 맏며느리라 지겹게 명절, 제사 치르는 거 보고.. 또 돕고 하다보니...
    엄마랑 제사, 명절 때 전부치면서 매번 듣던 얘기가 넌 장남이랑 절대 결혼하지 마라... 였거든요.
    제가 맏딸이라서 그런지 유독 저한테만 그 얘기를 하셨나봐요.
    제 동생들은 엄마에게서 그런 얘기 들을 적 없다 하구요.^^
    암튼 숱하게 만났던 그럴듯한 남자들.. 장남이란 얘기 들으면 바로 고개를 돌리고 살았죠...
    원글님 말씀대로 후광이 사라지는 듯한... 제대로 사리판단을 하게 되더라구요.
    친구들이나 주변 동료들이 절더러 대체 남자 뭘보냐고 물을 정도로... 매몰차게 거절하고...그랬거든요.
    결국은 둘째 만나 결혼했습니다. 지금 저의 남편은 둘째라는 거 말고 메리트 거의 없지만...ㅎㅎ
    제가 맘 속에 가지고 있던 조건 하나 충족시켜준 남편이라 아껴줍니다.^^
    이런거 따져서 결혼하신 분 나말고 또 계시다니 반갑네요. (제 주변에선 제가 별종이었거든요.)

  • 7. =.=
    '06.10.9 4:59 PM (220.64.xxx.97)

    울 엄마도 7남매 맏며느리로 오셔서
    제 돌반지 팔아서 작은 아버지 결혼하시고...줄줄이 결혼시키시고
    경제관념 없이 일 저지르는 할머니, 밑 빠진 독 물붓기 하시며 사셨는데
    전 그만...결정적인 순간에 닭 머리가 되었는지 (닭아..미안해..)
    외아들하고 결혼했네요. (시아버님도 장손은 아니시지만 장남...)
    바보...후회하면서 딸한테는 명절에 해외여행 다니는 셋째의 셋째의 셋째아들한테 가라고 합니다.
    (울 딸 아직 7살입니다. ^^ 셋째 아들 구하기 힘들겠죠?? )

  • 8. 저두
    '06.10.9 5:19 PM (211.202.xxx.110)

    원글님이랑 비슷하네요.
    엄마는 맏며느리 나는 막내며느리.
    육남매의 맏며느리였던 엄마도 삼촌, 고모 네명의 결혼식, 할아버지 할머니 환갑, 칠순을 다 치러내셨죠.
    할머니는 한마디로"배째라" 셨던가봐요.^^;
    저도 남편이 막내라서 더 좋았던 모양이구요.
    명절이 될때마다 엄마생각 납니다..
    나는 막내며느리인데도 명절이 이리 부담스러운데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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