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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속상합니다...

... 조회수 : 1,026
작성일 : 2006-09-14 21:01:53
남편이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편입니다.
자기 물건 자기가 알아서 챙기고, 아침밥도 손수 차려먹고 나가고 저를 귀찮게 하지 않아요.
가끔 필요할 때 장보러 마트도 가주고요.
월급 그대로 갖다주고 유흥비로 쓰는 돈 없고, 술담배 안하고.
아이를 예뻐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 주일에 한 두 번 쯤 목욕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육아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지만 제가 전업주부니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출장가서 선물도 사오구요.

근데 별로 행복하지가 않네요.
제가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욕심이 많다고 하는데요.
남편은 결혼한 걸 후회하는 눈치입니다. 후회라기 보다는 결혼생활이 궂이 필요없다는 식이에요.
그러니까 저랑 같이 살든, 본인 혼자 살든 별 차이가 없다고요.
제가 봐도 그래요. 자기 관리 워낙 잘하고 제가 있으나 없으나 그 사람 생활과 미래에 대한 계획이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집안일도 제가 해도 그만 본인이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는 그게 제 일이니까 본인이 안한다 하거든요.
아기도 낳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걸 합니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데면데면해요. 저녁에 아기가 책읽어주라고 하면 귀찮아하고요.
부부관계도 없고요.
요즘엔 별로 할 말도 없네요.

제가 뭘 부탁을 해도 본인 생각에 필요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해주질 않습니다.
매사가 그런 식이니까 이 사람은 나를 위해서 해주는 일이 없구나 하고 여겨져서 막상 그 사람이 뭘 해도 감사한 마음이 안듭니다.
다음달에 4주년 결혼기념이라고 펜션 예약했다는데도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22평 복도식 아파트 답답해서 부엌에 있는 김치냉장고 좀 베란다로 옮겼으면 해서 몇 번이고 얘길 꺼냈어요. 제가 혼자 할 수 있으면 그냥 했을텐데 베란다에 짐이 있어서 그걸 친정창고방에 갖다놓고 그 자리에 냉장고를 놓으려고 했거든요.
근데 그걸 꼭 해야 하느냐며 꿈쩍도 안하네요.
친정에 뭘 갖다놓는 게 뻘쭘해서 그런 거면 이해를 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본인은 그럴 필요를 못느끼니까 내가 안달복달을 해도 안중에 없는 거에요.

그런 사람이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추석때 시골에 차 놔두고 올 수 없다 니가 내려와서 차 가지고 올라와라 하시니까 군소리도 없이 열차 예약하네요.
칠순이 낼모레이신 어머님이 지난 봄에 면허 따셔서 얼마전에 차를 구입하셨었거든요.
그 차 살때도 그 시골로 차 봐주러, 차 사러, 여름휴가 전부 투자해서 연수해주러 한달에 세 번을 내려갔습니다. 형제가 여럿이어도 그런 일 하는 사람은 딱 남편밖에 없네요.

암튼 그러고 본인 운동하러 나갔네요. 화난다고 막말하지 말고 그냥 궁시렁거리지 말고 살아라 하면서요.
내가 조금만 기다려라 자유롭게 해주겠다 그랬거든요.
제가 아기가 어려서 집에 있는데 그럴 필요없다고 틈틈히 준비해서 자기 일 하라고 그러거든요.
제가 느끼기에는 경제적으로 기대지 말아라 하는 소리로밖에 안들리긴 하지만요.

남편 나가고 속상해서 있는데 아기가 컴퓨터 화면을 자꾸 만져서 하지 말라고 몇 번 하다가 되게 한 대 때려버렸어요.
울다가 지금은 잠들었어요.
화풀이를 아기한테 한 게 너무 미안하고...
이러고 살아야 하는 지, 일단 제가 직업을 갖는 게 먼저긴 한데 제가 헤어지자고 한들 그 사람은 더 좋아할 거 같으니 억울하고...
속상하네요.








IP : 211.49.xxx.6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9.14 9:46 PM (211.210.xxx.61)

    토닥토닥......

  • 2. ...
    '06.9.14 10:04 PM (58.227.xxx.216)

    연애는 어찌하셨나싶네요..딱히 문제는 없지만 함께있어도 눈물나게 외롭다..미치죠...
    다른건몰라도 헤어지면 나만 억울할것같다는 생각은 ,,아닌것같아요.지금의 결혼생활이 이 더 억울하죠.
    누구나 행복할권리 있습니다.나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있는 방법 그게 뭔지를 생각해보세요. 존중받고 배려해주고 서로 이뻐해주는 그런 결혼생활하시는 분 보면 무슨 복인지 궁금하고 너무 부럽습니다.

  • 3. ...
    '06.9.14 11:01 PM (211.49.xxx.67)

    아까 제정신이 아니었는 지 본닉네임으로 올려버렸네요.-_-
    연애할 때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사람이 확 바뀌었어요.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몰랐더랬죠.
    일단 열심히 공부해서 직업을 가져야겠어요. 그래야 제가 어떤 쪽으로든 선택을 할 힘이 생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4. 님.
    '06.9.15 2:22 PM (202.136.xxx.100)

    아주 힘드실것 같아요.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주고 될수 있는대로 우울함에 빠지지 말고
    명철하게 판단하셔서 좋은 상황으로 끌고 가세요.
    아가도 안되었네요. 아가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아가한테 화풀이 하는 맘 충분히 이해돼지만 그러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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