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사랑은 선남선녀가 하는거라 생각했었죠.
사회생활하면서 정말 아니다 싶은 남자들 보며,
저분들도 집에 가면 남편으로 아버지로 대접받는다는 사실에 아찔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불완전한 남자들이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남편, 아버지란 사실에
왠지 모를 경건함을 느끼게도 되더군요.
나이들어 가며 이젠,
사랑이 영화속 주인공들처럼 흠없는 완전한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가는 게 아니란 걸 압니다.
부족한 남자와 여자가 부족함 속에서 이루어 가는 것임을,
서로 채워주는 것임을,
그래서 눈물겨운 것임을.
인간이 불완전함 속에서 사랑을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경이롭습니다.
가장 불완전한 내 자신을 포함해서.
캐나다에 아이를 유학보내고 홈스테이부부를 만났습니다.
넉넉하지 않지만 경건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시는 존경스러운 분들이었습니다.
결혼 32 년차.
21 살의 남자는 23 살의 사고를 당해 등이 굽은 아가씨를 만났다네요.
둘이 만났을 때 남자는 아가씨에게
'당신이 사고를 당한 그 사람이군요. 저는 우연히 당신 이야기를 2 년 반 전에 들었고
당신을 위해 지난 2 년 반 동안 내내 기도했습니다.'
당시 누군지도 모르는 어린 여자에게 닥친 사고 소식에
남자는 진심으로 마음아파하며 기도했나봅니다.
둘은 곧 결혼하여 7 명의 아이를 낳고 화려하지 않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고,
이젠 함께 늙어가고 있답니다.
사랑이란게 결혼이란게 이런 것이구나. 눈물이 나더군요.
남자와 여자가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고백은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라 할 만큼 환상이 무너지는 시작이지만
서로의 결점을 낱낱이 알며 사랑한다는 것, 그에 보태어
늙고 쇠약해 가는 서로의 모습까지 이해하고 지켜주는 것 그게
진정한 사랑의 완성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권태기의 파도를 최근 훌쩍 넘어선 것 같아요.
지난 1 년간 남편의 작은 결점들이 왜 그리 확대되어 크게 보이던지요.
이젠 남편이 조금씩 이해되고 다시 이뻐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와 같은 파도에 휩쓸리고 계신 분들을 위해
몇 자 짧은 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권태기를 극복하며 사랑을 알아갑니다
결혼 15 년차 조회수 : 1,409
작성일 : 2006-09-07 12:06:54
IP : 222.108.xxx.5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코스코
'06.9.7 12:10 PM (222.106.xxx.82)^^* 좋은글입니다
두분의 사랑이 매일매일 더욱더 커가시길...2. ..
'06.9.7 12:14 PM (58.142.xxx.6)행복하세요~^^//
3. ^^
'06.9.7 12:18 PM (211.47.xxx.177)미혼이지만...좋은 글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4. ....
'06.9.7 12:33 PM (218.49.xxx.34)인간에게 있어 어려움은 지혜란 값진선물을 주고 가죠
늘 행복 지으시길^^5. godd
'06.9.7 5:32 PM (58.180.xxx.197)재목이 너무 예쁩니다...저는 1년에 서너달꼴로 권태기가 온답니다.
병일까
암튼 요즘은 알콩달콩좋답니다.
호호호호6. 감사합니다^^
'06.9.8 12:32 PM (210.180.xxx.4)이글 보고.... 울 서방은 뭐하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됫음..--;
미혼때 좋은 배우자를 주십사 기도 했었는데..
요리잘하는..을 까먹었지 뭐예요,,,,
남편이 요리 잘하는거 정말 큰복이예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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