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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것에서 행복찾기

내 삶의 방식 조회수 : 710
작성일 : 2006-09-06 12:54:59
아침에 일어나 애들에게 서둘러 챙겨먹이고 입히고 학교를 보낸다.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아서 청소를 한다.

어제 밤에 애들을 재우고 혼자 공부를 하면서 너무나 조용한 집이 갑자기 무서워서 룸바 녀석을 돌렸건만 시원치않다.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전을 이루어내었다지만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이 녀석은 혼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나름으로는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이 구석 저 구석에 여전히 먼지들이 남아있다. 빗자루를 들고 이 구석 저 구석을 꼼꼼히 쓸고 걸레를 빨아서 한번 쓰윽 걸레질도 대충...

이렇게 청소를 하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하다. 결혼후 지금껏 일에 늘 바빠서 도우미 아주머니의 손길을 빌지않고는 집안을 제대로 정리정돈할 수 없었기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왔다가는 날을 빼고는 우리 집은 거의 대개는 어질러진 상태였다. 애들 아빠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사용하는 주 레퍼토리가 "당신이 돈 번것 외에 한게 뭐있어? 애들을 제대로 거둬먹였어? 집을 깔끔하게 정리했어? 집은 늘 쓰레기장이구 말야..."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이 상대를 물에 빠뜨리고는 "넌 왜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니?"라고 묻는 파렴치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이 무리한 주식투자로 가정경제를 어렵게 하고 빚이며 생활비며 모든 책임을 아내의 어깨에 짊어지우고는 자신의 빚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제때 챙겨먹지도 못하고 충분히 자지도 못해 병든 아내에게 "가정주부로서의 책임"을 소홀히 했음을 따지다니... 내 몸이 두개가 아닌 한 어떻게 돈을 벌면서 가사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악질적인 인간.... 나쁜 시키... 이런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지만 그냥 넘긴다.

논리적으로 따져서는 안될 일이었다.
논리적으로 세상사를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기가 막히고 화가 치솟아서 온몸이 아프고 목숨을 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프면 당장에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온다. 아이들은 엄마의 아픈 기색을 보고는 이내 불안해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을 품게 된다. 그러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들어넘기고 웃어넘겨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논리적으로 당신은 왜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따지려 했기에 지금껏 항상 아프기만 했다. 가장으로서, 애비로서의 의무를 하지않는 그 사람을 두고 신께 당신은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하고 물을 것이 아니라 신께서 내게 주신 것들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 신께서는 내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셨기에 내게 온전한 남편의 노릇을 하지않는 사람을 주셨다해서 그것을 탓할 것이 아니다. 매사에 성실한 남편을 두고도 재미없고 무덤덤한 남편이라서 사는 게 싫다고 푸념하는 아낙들의 글을 보면서 기가 차기도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아픔이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된 것"이 있다. 남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했다해서 슬퍼할 일이 아니다. 나는 남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것을 가지려하는 것은 과욕이지...
그러니 내게 주어진 것들을 보고 그것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IP : 220.83.xxx.2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9.6 1:57 PM (59.13.xxx.10)

    저도 그런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 2. 8년차
    '06.9.6 3:27 PM (216.65.xxx.166)

    마음에 와 닿네요..노력하면서 살아야겠어요

  • 3. 레몬
    '06.9.6 6:27 PM (210.123.xxx.44)

    훌륭한사고방식 한수배우고갑니다.
    남자들 언제 철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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