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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천원짜리 저금통장

어머니 조회수 : 1,538
작성일 : 2006-08-11 16:40:46
앞전에 친정엄마 얘길 올렸더랬지요.

혼자 농사지으시면서 할머니(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사시는

친정엄마의  힘든 농사일. 그리고 에어컨 송풍기사건.

그리고 자식들 주겠다고 4일 뙤약볕에서 딴 복분자 품삯을

품삯대신 복분자로 따다가 액을 담아 놓으셨다는...


저는 친정엄마와 오래 전부터 떨어져 살았습니다.

지도에서조차 어디에 있는 곳인지 찾기 힘든 시골에서

고등학교때 타지로 나와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면서부터

엄마와 떨어져 살다보니 같이 살면서 느끼는 마찰과 소소한 정보다는

속정을 더 깊게 배웠더랬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모든 일을 둘이 아닌 혼자 다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같은 여자로써도 늘 존경스러웠어요.

언젠가부터는 말로는 표현 못하는 것들 자주 편지를 쓰고

그렇게라도 마음 든든하게 만들어 드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지요.

결혼전에는 엄마에게 편지를 참 많이 보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작년 겨울 연하장 보낸게 전부였네요.

늘 제가 보낸 편지봉투의 받는 이 이름에는

사랑하는 이여사님께.  라고 씌여졌지요.     그전에는 장난삼아

전화를 해서 이여사~ 하고 부르면 누군가..하고 놀래서 아무 말씀도

안하시던 엄마가 어느날부턴가는 오냐~ 딸래미..하고 대답을 해 주세요.

사람들이 간혹 형제가 어떻게 되느냐고 저에게 물어와서

위로 오빠만 셋이에요. 하고 대답을 하면  예쁨 받고 컸네~  귀하게 컸겠네..

다들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데 말이죠.  농사짓고 먹고 살기 힘든 농촌에서

아들만 낳다가 딸을 원해서 낳은 딸이기는 해도 예쁨을 많이 받고 자라진 못했어요.

겉으로 표현을 잘 하시는 부모님이 아니셔서 애정표현 같은거 잘 못하셨지요.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최대 애정표현이

학교다니던 시절 주말을 이용해 시골집을 갔다가 낮에 잠깐 잠이 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슬폇 아버지가 잠자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적이 있었어요.

아마 제가 깨어있었다면 그러지 못하셨을텐데  말이에요. ^^;

그나마 엄마가 좀더 쾌활하시고 즐겁게 사시는 분이었는데

고생고생 다 하시고 자식들 커서 결혼하고 손자 손녀 생기기 시작할때쯤

혼자 되셨으니...

시집와 보니 쌀똑에 쌀 알이 두 개가 있더라는.    

밑으로 줄줄이  어린 동생들만 가득해서  한숨이 절로 나오더라는 엄마의

결혼 시절 얘기는 듣고 또 들어도 애처롭고 애처로와요.

그런데도 저는 이상하게 엄마의 젊은 시절의 한 생이 늘 듣고 들어도

또 듣고 싶어지지요.

결혼하고 언젠가 일이 있어 시골에 갔다가 그날도 여전히 엄마는 언제 나가셨는지

들에 나가시고.  집안 청소를 하던 제가 낡은 통장을 하나 찾았지요.

제 이름으로 된 그 통장은 한 달에 많으면 두 번  적으면 한번 정도

천원단위로 입금이 된 그런 통장이었어요.

어떤날은 삼천원,   어떤날은  오천원.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이런게 천원단위의 통장을 만들고 그것도 시골집 어느 구석에

이렇게 놔둔 적은 없는 아주 생소한 통장 이었지요.

그날 저녁 엄마에게 통장을 주며

엄마 이거 뭐야?  서랍 뒤쪽 틈 청소하다 찾았네.  

엄마는 아주 반색을 하시며 이게 어디갔는가 했더니 거기 있었냐고 무척 기분

좋아라. 하시더군요.

6일장이 설때마다 장에 갔다가 필요한거 사고 혹시 얼마 남으면 거기다 넣고는

나중에 제가 시골에 오면 같이 나가서 그 안에 든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으려고

하셧다고 하시더군요.

자식들이 매달 용돈 드릴 형편은 안돼도 시골집에 오면 꼭 엄마 얼마씩 챙겨드리고

또 명절이던 뭐던 그런날에도 꼭 챙겨 드리지만

어머니들은 그렇잖아요. 필요해도 안사고 그냥 그냥 잘 두고 계시다가

손자, 손녀들 오면 용돈주고.  뭐라도 하나 사주려고 하시고.  행여라도 작은 티 하나라도

못사주게 되면 그게 못내 미안하다고 걱정하시고..

그 통장을 보고 참 대단하다..싶었어요.  돈이 없어서 천원 이천원 모았다기 보다

장날 일보러 나가셨다가 잔돈 좀 남으면 나중에 누구오면 이걸로 뭐라도 사먹여야지 싶어서

어쩌다 보니 만든 통장에 하루는 삼천원 하루는 오천원 넣는 재미에 장날마다

통장을 꼭 가지고 나가셨는데

어느날 이게 어디론가 없어져서 많이 섭섭했다는 엄마는

그렇게 찾아낸 그 통장을 나한테 흔드시며 오늘 엄마가 뭐 사줄까?  하시더군요.

그날도 저는 속이 상해서  제발 뭐든 엄마한테 쓰시라고.

필요한게 있으면 사시고  맛있는 것도 드시고 하시면서 좀 쓰시라고 햇더니


사준대도 말이 많다고 싫으면 관두라고 나나 혼자 맛있는거 사먹어야 겠다~

하시면서 눈을 초롱초롱 빛을 내시며 웃으시더라구요.

작은 돈이래도  자식에게 뭘 사줄 수 있다는게 또다른 재미시겠지요.


저는 엄마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해요.

저런 분이 내 엄마여서 나는 행복하다는 것과.

저런 분이 고생고생 하시고도 또 혼자되셔서까지도 고생을 하신다는

야속함.

아마 지금도 해가 좀 약해질때이니 밭에 나가셨겠네요.

갑자기 그 천원짜리 통장이 생각나서 글 적었더랬는데

적다가 다운돼서 다시 올리다보니  글이 끊겼었네요.ㅎㅎ



IP : 211.216.xxx.19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리들의
    '06.8.11 4:54 PM (218.146.xxx.94)

    어머니는 정말 대단한것 같아요. 그렇게 베풀면서, 힘드셨을텐데도 그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으시는 우리들의 어머니.. 존경합니다.

  • 2. 고우신...
    '06.8.11 4:57 PM (222.124.xxx.121)

    엄마... 엄마...
    뭉클하네요.
    끊긴 글까지 읽고, 젤로 맛난 걸로 사달래세요~ 라고 답글 달려고 로긴했는데 글이 더 있네요.
    젤로 맛난걸로 사달라지 그러셨어요?
    저두 그 맘 알것 같아요.
    고생 그만하셔도 되는데 그만 하셨음 좋겠는데... 아직도 스스로 너무 너무 부지런한 엄마.
    저희 엄마도 그러시거든요.
    지금 이 글을 읽고 나니... 그때 웃었다는 새언니랑 새언니의 언니가 더 미워지네요.
    제가 가서 한대씩 쥐어박아 드리고 싶네요.

  • 3. 원글녀
    '06.8.11 5:03 PM (211.216.xxx.194)

    아...맛다!! 그럴껄...아..전 왜 생각이 잘 돼다가 그럴땐 막힐까요?
    그때 당시는 그 삼천원 오천원짜리 넣고 그걸 또 자식오면 뭐 사줘야지~ 하고 그런 생각
    하셧다는 말에 순간 화가 났어요. 왜그렇게 자신에겐 쓸 생각을 못하시고 그러시나..하구요.
    그냥. 나 뭐 통닭 사줘! 할껄..
    제가 통닭을 좋아하는데 가끔 시골가서 통닭 먹고싶다~ 하면 엄마가 그러시거든요.
    내가 가서 사올까? ... 늘 아니라고 됐다고 . 그러고선 다시 서울을 오거나 하면
    내가 그때 사줄껄 그랬다. 하시면서 무척 안타까워 하시는데...
    담에는 거절하지 말고 그냥 뭐라도 사달라고 해야겠어요. 어쩌면 그게 엄마는 더
    행복하실지도 모르잖아요.

  • 4. ^o^
    '06.8.11 5:19 PM (203.233.xxx.249)

    저번 글도 읽었지만
    엄마도, 님도 마음이 정말 고우신 것 같아요.. ^^

  • 5. 작은선물
    '06.8.11 5:30 PM (211.232.xxx.16)

    이 글을 읽다보니 어느덧 제 볼을 타고 무언가가... 쭉 흘러갔읍니다.

    늘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순간 순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님의 글로 모처럼 진한 감동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 6. 친정엄마
    '06.8.11 5:47 PM (210.121.xxx.241)

    '친정엄마'라는 책 권해드립니다.

  • 7. 원글녀
    '06.8.11 5:59 PM (211.216.xxx.194)

    친정엄마..라는 책이 있어요?
    흠..나중에 읽어봐야겠어요.^^
    궁금하네요. 무슨 내용인지.^^
    오늘도 퇴근하면서 엄마한테 전화좀 드려야겟어요.
    한동안 이여사~ 이 소리 안했는데 오늘 다시 해봐야죠.ㅎㅎ
    편지도 또 곧 써야할텐데..^^;

  • 8. 흑흑...
    '06.8.11 9:30 PM (61.76.xxx.27)

    저희 엄마랑 많이 비슷하신 어머니 시네요...
    저도 항상 생각 한답니다.
    [왜 우리 엄마처럼 좋은 사람이 이렇게도 복없이 사는가....
    정말 신은 있는가....
    정말 세상은 공평한가...]
    저번에도 님글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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