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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편이 살림을 엎었다는 사람이에요.
저도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근데 막상 당하고 나니까 뭘 어찌 해야할지 하나도 생각이 안나더군요.
기어이 남편은 그 성질을 다 부리고 본가에 가서 애들 데려왔구요.
갔다 올때까지 저 그대로 있었거든요. 그냥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요.
남편이 애들과 오길래 어차피 지금까지 이렇게 놔둔거 좀더 놔둬보자 했지요.
치울생각이 있다면 바로 치울거고 아니면 영원히 안치울거거든요.
(좀 그런 면이 있는 사람이에요. 막 화나서 말할땐 틀린말도 맞다고 우기기 쉽잖아요.
지나고보면 인정하기도 하는게 사람이니까... 근데 이사람은 끝내 인정안해요 똥고집이죠
뭐 자기혼자 생각할때는 자기의 그런면을 알겠죠뭐.)
그래서 못났지만 제가 다 치우고 버릴거버리고 남편물건 중요한거 하나 감춰두고(없으면 일하는데 성가셔요) 가방들고 서너시간 나갔다 왔어요. 도저히 남편이랑 같이 못있겠더라구요.
편의점가서 캔맥주 서너개 마시고 로또도 몇게임 뽑고(당첨되면 안데리고 살겠노라고 이를 갈며..ㅋㅋ)
시엄니한테 전화해서 이래저래 일러주고(엎은건 얘기안했어요) 좀 거닐다 왔더니 기분은 좀 가라앉았는데... 뻔히 나간줄 알면서 문을 잠궈뒀더라구요. 더구나 평소에는 안잠그는 보조키까지... 들어오지 말라는건데...
시댁으로 가서 고대로 일러버릴까 하다가 심장 약한 울엄니 쓰러질까봐 못가고
제 열쇠로 따고 들어왔죠. 애들이 배고플거같아 먹을거 챙겨주고 저는 걍 건너뛰고 딴방에서 자구요.
아침 차려주고 애들먹이는데 계속 자더라구요. 냅두고 나는 양껏 먹고 치워버렸어요.
점심땐 감자쪄서 먹었는데 애들만 먹일까 하다가 접시에 제법 많이 담아서 식탁에 두고 나와버렸더니
슬그머니 먹고 치우는것같더라구요. 배가 고프긴 고팠겠지.
그러고 애들 낮잠자길래 책읽고 있는데 엄니가 전화하셨어요. "**아빠 파김치 좋아하길래 담았는데 지금 뭐하고 있냐"길래 "**아빠 낮잠자요. 깨우면 성질 더러워지니까 나중에 가질러갈께요."했거든요.
근데 조금있다 엄니가 오셨더라구요 아들 좋아하는 김치가지고...
제가 엄니한테 살짝 윙크를 하고 이랬어요. " 엄니! 자기집에가서 자기새끼들 델꼬오는것도 저렇게 싫어하는데 뭔 김치를 담가서 직접 가지고 오세요. 자기 화난다고 여기저기 뒤집어엎어놓고 나간걸 내가 이를 악물고 치워놨어요. 저렇게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사람을 어쩌자고 저한테 장가들이셨어요?"
그랬더니 뒤에서 남편이 어이없다는듯 허허거리며 픽픽 웃대요. 그걸 울엄니가 아주 강하게 야단을 쳐놓으셨어요. 사실 울 시아부지가 엄니한테 함부로 하시거든요. 평생 신앙으로 그꼴 다 보고 살아오셨는데
자식이 그런다니 기가 막히셨겠지요. 암튼 고부간에 작당을 해서 남편을 부끄러운 사람으로 만들어놨네요. 그래도 저한테 사과하진 않았지만...
흡족하진 않지만 제 맘을 어머니가 알고 가셨으니 담에 또 이러면 그때 난리칠려구요.
많은 님들이 초장에 잡아야한다고 조언해주셔서 잘 새겨들었습니다. 설마 또 그렇겠나 싶지만
또 그러면 제가 더 *랄*광을 해서라도 잡아놓겠습니다.
38살 먹은 큰아들 키우는 심정... 도닦는것과 같다는걸 느낀 주말이네요.
1. ..
'06.7.23 8:37 PM (220.127.xxx.46)현명 하시고
아량이 넓으십니다.
잘 하셨어요.^^2. 와
'06.7.23 9:32 PM (221.138.xxx.76)38살먹은 큰아들보다도...
더 귀한걸 가지고계시네요 ^^ ...
저도 저렇게 멋진 시어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연한거지만 저렇게 해주는 시어머니..별로 못봤거든요3.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
'06.7.24 12:06 AM (220.83.xxx.172)다행이네요 시엄니가 저렇게 해주기 별로 없을텐데...앞으로도 큰힘이 되시겟어요
4. 시어머님
'06.7.24 12:13 AM (222.235.xxx.74)네...당연히 혼나고 잘못한 아들이지만...며느리앞에서 그렇게 해주시는분 많ㅈㅣ 않지요...
뒤에서 혼낼지언정..
내힘으로 도저히 안되서 혼내주십사...말씀드리면... 저희어머님 절대 며느리와 아들욕 안하십니다.,...
ㅇㅓ머님 성격상 그런 경우는 만들고 싶지 않으신건 이해하겠지만...
제 하소연좀 시원스레 들어주시지...싶을떄가 있어요...
어머님이 들어주시기만 ㅎㅐ도 내속이 좀 풀릴꺼같은....ㅠ.ㅠ
다~~ 어머님이랑 저의 허물아니겠습니까...친구한테 하소연을 하까요 친정에 하까요...ㅠ.ㅠ
제 앞에서는...에고 어쩌냐....하고 한숨쉬시고....
뒤에서 혼내시거나 타이르십니다..ㅠ.ㅠ 다큰자식 뭐...어쩌겠습니까....
원글님~~~
그래도 시어머님이 이해해주시고 혼내주시니 맘이 좀 나으시지요?^^
아...저는 신랑이 속썩일떄마다... 어디두고보자....하고 속으로 삭힙니다..5. ㅎㅎ
'06.7.24 9:59 AM (222.107.xxx.103)큰소리 한번 안내셨지만
원글님 win입니다
남편 완패!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