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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남편과는 동갑내기로, 결혼한지 3개월 정도 되었구요.
결혼 전엔 임용고시 준비도 했다가, 회사도 잠깐 다녔다가, 학원 강사도 했다가...
딱히 경력도 쌓지 못하고 돈도 모으지 못하고 결혼했습니다..(불효녀지요..)
결혼 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남편 연봉이 적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입사 만 5년차에,직급은 대리인데 연봉 2800정도 되더군요.(한달에 200 조금 넘게 받는 듯)
대기업까진 아니더라도 이름 들으면 알만한 회사이구요.
신랑과 저는 서울 중위권 정도(?) 되는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신랑이 그래도 성실해서 결혼 전에 6천 정도 돈을 모았더라구요.
시댁은 빚은 없지만 시아버님이 많이 편챦으시고 어머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벌이는 없으세요.
(결혼할 때 도움을 바라지도 않았었고, 실제로도 받지 못했습니다)
결혼 전에 생활비로 한달에 25만원 정도 드렸었다 하더군요.
지금은 어버이날, 생신 등등 이런저런 이름표를 달아 한달에 20~25만원 정도 드립니다.
신혼 살림 정리가 얼추 끝나고 나니 이제 슬슬 고민이 되더군요.
제가 나이도 있고 하니 아기도 가져야겠고
주변에선 같이 벌어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십니다.
한번 시어머님께 지나가는 말로 고민 된다 말씀드렸더니
나이가 있으니 우선 애기부터 가지라 하시네요.
당신께서 키워줄테니 그 다음에 일하면 되지 않겠냐고.
어머님은 깔끔하고 꼼꼼한 편이세요.
그런 면에선 걱정이 안되지만, 시누 아이들 둘도 유치원 전까지 길러 주셨는데
아이들이 좀 늦되다고 할까, 숫기가 없다고 할까...좀 그런 편입니다.
아이들답게 좀 해맑은 느낌이 없고, 말도 우물우물....
(아버님께서 술을 좋아하셔서 남편이 어릴 때부터 자주 다투셨다고 하네요
어머님은 점잖은 편이시지만 걱정이 참 많은 편이시구요)
맞벌이 하시는 댁 아이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종종 보면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어머님도 그러신가 봐요..
시누에게 직장 그만두라고 하신다네요)
게다가 시아버님께서 많이 편챦으셔서 어머님이 간호하시느라
아기 봐주실 틈도 없으실 듯....
그리고 제가 소심한 편이라 아기 맡겨놓고 나면 무척 신경쓰이고
늘 죄인된 기분일 듯 해요...
거기다 더 해서 정작 문제는 제 자신입니다.
결혼 전에도 직장생활 혹은 사회생활을 별로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일하려니 자신이 안 생깁니다...원래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기를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전 언니, 남동생 사이에 치여서 부모님 사랑을 못 받았다고 할까,
아니, 어쩌면 친정 엄마가 교묘하게 저를 괴롭혔다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어요.
(지금도 친정엄마와는 서먹합니다. 꼭 할 도리만 하고 말아요...
맘 아팠던 일 되도록이면 잊으려고 하지요...)
그래서 제 아이에게는 애정과 관심을 듬뿍 주면서 기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성격이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라
저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대학 때 시험준비를 할 경우, 동기들은 일명 '족보'로 공부를 할 때도 저는
교재 한권을 처음부터 읽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아니라면 아예 시험을 안 보기도....)
그래서 직장일, 육아, 가사일 모두를 잘 해낼 수 없을 경우
제 자신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성격을 잘 아는 저희 신랑은 힘들게 하면서 짜증낼 거면 하지 말라고 하네요.
게다가 신랑은 집에 오면 꼼짝도 안하는 성격입니다.
시아버님도 제게 그러시더라구요..."**이가 집에 있으면 아주 꼼짝을 안하지?"<--이렇게.^^
과연 맞벌이를 할 경우 가사일을 도와주려나....모르겠습니다.
아이와, 저의 성격을 생각하면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해야할 것 같고
고생하는 남편을 보면 그 어깨의 짐을 덜어주고 싶고....
저는 딱히 돈에 대해선 욕심이 없습니다.
저희 친정이 하도 문제가 많아서 시달리다 결혼한 터라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목한 것이 최고이고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최고의 성취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도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해주고 싶은 부분이구요.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 정도라면 제가 아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필요한만큼 베풀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아이들이 어릴 때야 그렇지만 좀 자라고 나면
열심히 일하는 엄마를 더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을테구요.
한마디로 아기 낳고 나서 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여러모로 고민이 됩니다.
일을 할 생각이라면 정말 맘 독하게 먹고 임용고시 다시 한번 공부해 보고 싶어요.
아니라면 아이들 어릴 동안 무언가라도 배워서
아이들 자란 다음에 일을 하고 싶구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요?
결국 각각 장단점이 있는 선택이 되겠지만....
마음같아선 먹고살기 지나치게 어렵지만 않다면
전업주부로 남고 싶습니다.
다만, 공부하던 책들을 보면(임고 수험용 교재가 아니라 전공과목 교과서들)
왠지 아쉬움이 남아요.
시험준비할 때는 진짜 공부하기 싫었지만
(교육학 학원가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고 ..이런 모습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왠지 서로 경쟁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 같아서....)
전공과목에 대해서는 애정 같은 것이 남아 있네요...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오래도록 고민 중인데 아직도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남편은 늘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합니다.
제가 경제적인 문제들을 얘기하면 늘 결론은
'우리에겐 로또가 있쟎아' 이래서 그냥 웃고 넘어가곤 하지요...
(로또 신도 있습니다. 언젠가 술 마실 때 사은품으로 번쩍번쩍 하는
돼지 모양 라이터를 받아와선 로또신이라며 책장에 모셔두더군요..-.-;)
어쨌든,
제가 저의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미 경험하신 많은 선배 분들께 조언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매일 잠도 안 올 지경입니다....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1. 토토
'06.7.21 11:53 PM (124.254.xxx.139)우선 나이가 있으시니 아이부터 만드심이 어떨지요?
그리고 저는 아이는 전적으로 엄마가 키워야한다에 100% 공감하고 있어요
대학다닐때 교양과목(유아쪽)을 들어도 최소 3살까지는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등등...조건만 되면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게 좋지요
지금 그럼 취직하시려고 하는거에요?? 여지껏 3개월동안 전업주부신거죠?
전 결혼3년차이고 첨부터 쭉 전업주부인데..이게 전 체질에 맞고 좋네요 ^^
저희 남편도 님 남편과 벌이 비슷하고..시댁도 도움을 드리면 드렸지 그쪽에서 떨어질건 전혀 없어요
나이가 있으시고..글을 읽어보니 직장맘보단 전업주부로 아이 잘 키우고 싶으신거 같은데
맘이 원하는데로 하세요...아기 낳아서 기르다가 나중에 일하고 싶고 남편에게 보탬이 되고싶을때
그때 생각하셔도 될듯싶은데요
넘 고민하시지말고..전업주부로서의 기쁨을 찾으시길바래요2. **
'06.7.21 11:58 PM (220.79.xxx.85)님이 지금 가장 하고픈 것을 하세요.
전업주부로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싶으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전업주부 하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님의 생각이예요.
단, 전업주부를 하시건 직장을 나가시건 릴렉스 잊지 마시고요.
너무 미리 재단한 잣대에 맞추려고 애쓰지 마시고,
어느 상황에서건 최선을 다 한다음
후회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3. 미투
'06.7.22 12:22 AM (211.208.xxx.32)전업에 한표 던집니다. 맞벌이도 상당히 많은 내공이 필요합니다.
다시 공부하신다고 해도 예전에 하기 싫었던 공부를 나이 먹어서 다시 하실수 있을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게 맞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로 두배로 벌어 두배로 남는게 아니라는건 원글님께서도 잘 아실것 같고...
다른건 다 제쳐두고라도 "내 아이 내가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하면 그냥 전업으로 길을 정하세요.4. ..
'06.7.22 12:30 AM (221.157.xxx.220)맞벌이한다고 돈 엄청 모이는것도 아니고..하던일 선뜻 놓기도 힘들고...애 키우기도 힘들고..신랑도 와이프가 돈 좀 벌어오면 비빌언덕이라 생각되는지 씀씀이도 커지고..술값 카드값 턱턱 나오고...--;;;...그렇게 되더라구요....애는 애대로 남의손에 키워야 하고...--;;;
님이 월수입이 어느정도 되어서 손놓기 아까운 직업을 가지고 계신게 아니라면...전업이 나을듯..
신랑분 월급도 30대초반직장인이면 ..보통 그정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5. ..
'06.7.22 12:51 AM (203.243.xxx.29)직장인들 월급, 진짜 잘버는 상위 몇 프로 제외하고는 다 그만그만할거에요. 어차피 세금띠고 이거저거 띠고..
보니까 신랑분이 많이 성실하신것 같아요.알뜰하시고..
그래도 이름 들으면 알만한 회사면 차츰 직급 올라가면 월급도 오르겠죠.
글쓴님 마음에 아이 키우며 전업하시고 싶은 맘이 훨씬 커보이네요. 원하는대로 하세요^^6. ...
'06.7.22 12:56 AM (211.186.xxx.181)결혼전에 6천이나 모으셨다니 남편분이 참 알뜰하신거 같네요
그리고 30초면 보통 그정도 월급 아닌가요?
전 전업이지만, 맞벌이 하는 집 보니까 들어오는게 많으니까 나가는 것도 많더군요
그정도 월급이면 알뜰하게 살림하시고 하시면 전업하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너무 고민마세요7. 전
'06.7.22 1:35 AM (61.34.xxx.115)결혼할때(35세) 남편(저랑 동갑) 모아둔 돈이 7천 정도였어요. 원글님이 저보다 더 좋게 시작하신것 같네요. 저흰 30대 중반에 그거 가지고 시작했고 제가 벌은 돈은 혼수정도였어요. 그나마 다행인거 지금 지방에 살고 있으니(서울 아니고) 집도 대출 약간 꼈지만 샀구요. (결혼5년차입니다.) 아이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내년이면 40이지만 일을 하려구 생각중입니다. 전공이 영문학이고 결혼전까지 영어쪽의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학원강사로 재취업할까 고민중입니다. 여긴 지방이라 그래도 서울서 대학나온(명문대는 아니지만)게 약간의 메리트가 될 수 있거든요.
저도 전업주부로 남아 있고 싶은 마음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장래를 생각할때( 사교육비가 장난 아니죠) 계속 전업주부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현재도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키고 싶은데 저축에 시부모님 생활보조비에 아파트대출금 나가는게 많아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땜에 전 전업주부로 살 자신이 없어지네요.8. 저는
'06.7.22 2:13 AM (210.126.xxx.76)님과 같은 경우였는데요, 학원강사 전임으로 하면 힘들고 특히나 임용준비하다 학원강사하면 진짜 죽을 맛이던데요..안맞으면..전 시간제로 하고 있는데 오후에 잠깐 나가서 봐주는 정도로 합니다. 힘들지도 않고 용돈벌이도 되고 애 낳을때까진 하다가 애 낳으면 집에서 키우세요. 전 부모님께 맡기는거 반대입니다. 애들이 늦됩니다. 알뜰하게 하시면 하실 수 있어요. 당당히 사세요.
9. ...
'06.7.22 10:21 AM (221.139.xxx.53)맘이 기우는 쪽으로 하세요.. 지금 신랑 분도 본인의 선택에 맞기겠다고 하고..
나이도 있으시고 ..
또 본인이 육아에 대한 욕심도 있으신 편이니 직접 아이 키우시는게 더 좋을것 같네요..(실상 시부모님이라도 남한테 아이 맞기는게 꺼림칙한 사람은 못 맏겨요..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아닌것 같아서요...)
본인께서 맘 먹으셨으면 맘이 기우는데로 하세요..10. 원글 쓴 이
'06.7.22 3:14 PM (124.5.xxx.46)소중한 답변들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일 해야한다..는 분들이 더 많으실 줄 알았어요. 요즘은 일하는 엄마들이 많이 계시고 경제적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서. 그래도 여러분들 조언 듣고 나니 용기가 나네요. 제가 얼토당토않게 배부른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돼서 기쁩니다. 주말동안 신랑과 얘기 많이 나눠봐야겠어요...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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