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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의 일기

주기적우울증 조회수 : 2,346
작성일 : 2006-07-18 08:54:17

나는 첩이다.



본처하고 함께 살고 있다.

우리집은 어찌 된일인지 첩보다 본처하고 사이가 더 좋다.

첩으로서의 귀여움과 매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첩의 얄팍한 자존심,

이기주의,

변덕을

이제 남편이 더이상 견디질 못하는 듯 하다.



엊그제는 자기들끼리 운동을 가더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니 그것만은 좀 자제해달라고

그리 부탁했건만. 또 둘이서 간다.

그때는 정작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게 마음에 남았었는지..



이튿날 남편이 운동가자고 해서 따라나서는데.

계속 궁시렁궁시렁, 말이 툭툭 던져졌다.

기분 상한 남편. 결국.. 싸우고 돌아왔다.

자기가 그렇게 싫으면 그만두란다.

자기도 아쉽지 않다고.

자기도 이제 참을만큼 참았다고.

너가 변해서 집에 잘하든지,

그게 아님 그만두라고.

얼마든지 갈라설수있다고.



최후의 말까지 들어버렸다.

듣지 않아야 할 말을 들어버렸다.

충격이 너무 크다.

이 고비를 어찌 넘겨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잘해봐야지.

내가 이번만은 변화해야지 싶었다.



근데. 어제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거실에서 두런두런 들려오는 본처의 목소리..

"쟤는 ~~~ (중간생략) ~~ 그것도 모르냐?"

이소리를 두번씩이나.

들으라는 건지, 듣지 말라는 건지..

거실에서 항상 둘이 속닥거린다.

내 흉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내 칭찬도 아닌것이...

항상 쟤는 어때.

쟤가 뭘 어떻게 했어.

쟤는 왜저래..



차라리 나한테 직접 말하지.

그럼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

자기들끼리 나를 씹고,

자기들끼리 나를 이해하고.

자기들끼리 나를 용서한다.



듣다보니 속이 부글거려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뛰쳐 나가 자전거를 한시간 타고 들어왔다.

잊어버리려고, 잊어버리려고

노래를 생각나는 대로 부르고 왔더니 좀 나아졌다.



들어왔더니..

"너 사회에 불만있냐" 한마디 한다.

모든 말이 비수로 꽂힌다.

상처받지 말아야지.

담담해져야지 하는데..

나도 삼순이처럼 심장이 딱딱해지길 원한다.

어떤 이야기에도,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너무 답답해서...

여기에 구덩이를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하고 외치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매일매일이 집에 들어오기가 두렵다.

오늘은 또 어떤일로..

남편과 싸울까..

본처의 어떤 소리를 듣게될까..

두렵다.



이렇게 사는게 징그럽지만..

그렇다고 또 크게 흠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내가 배가 불렀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나 하고 앉아 있으련다..



" 참고로 본처는 시어머니, 첩은 나다.."



                                                                2005. 9. 22.

작년에 썼던 글입니다.
지난주 다시금 울컥해져서..
이 글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이런 감정소모,, 참 싫네요...
남편과 사이 무척 좋은 시어머니랑 같이 사시는 분들은 제 마음 이해하시려나...ㅠㅠ



IP : 203.243.xxx.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06.7.18 9:00 AM (211.205.xxx.14)

    들어보니...열 본처 한 첩만 못하다는...

  • 2. ㅎㅎ
    '06.7.18 9:01 AM (84.86.xxx.56)

    사회에 불만 있냐....
    알면서 왜 물어? 말대꾸 좀 해 주세염....

    그리고 냅두세요...
    그게 낙이겠죠....남 씹는게......그거 없으면 삶이 재미없으실 분이시네요,딱 읽으니....
    남 흉보고 그러면서 자기위안 받는 사람들이 많잖아여...

    그러니 원글님도 힘내시고...짖어라,폴.....그렇게 들으십시요..
    한데 남편에게는 좀 솔직한 심정을 이멜로 보내십시요...
    협박의 글도 가끔은 필요하답니다...

    나 어느날 미치더라도 이해해라,난 원래 똘아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때론 나도 인간이란걸 보여줘야합니다...

  • 3.
    '06.7.18 9:07 AM (222.236.xxx.218)

    본처랑 따로 살거든요.
    그런데
    그너므 핸펀이 있으니 미주알 고주알 ~사나흘 도리로 절 씹더군요.
    저도 이제는
    짖어라 폴~ 이럼서 문안 인사고 찾아뵙는거고 안 하고 살으니 좋아요. 곧 핵폭탄이 터지겠지만요.

  • 4. 저도
    '06.7.18 9:12 AM (218.156.xxx.55)

    올해 따로 나왔어요.
    좋긴 한데 ~
    영 뒷맛이 기운치않아요.

  • 5. 저도
    '06.7.18 4:30 PM (221.162.xxx.225)

    나온지2년..같이살때는 울남편 퇴근후 저녁먹고 TV는 본처방에서 보고 10시넘어
    첩방으로옵니다 꾹꾹참고살았읍니다 안참으면 또 어쩔껍니까 그렇다고 이혼하면
    너무억울하죠 인생의 오점을 그것땜에 남기기엔 ..
    속으로 생각하죠 살아도 내가더 오래살꺼다 하고.. 몸건강한게 최고입니다

  • 6.
    '06.7.18 6:26 PM (125.129.xxx.233)

    처음 글 읽기 시작할땐 요새도 첩이랑 본처랑 같이 사는 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군요 ^ ^;
    며칠전 하희라 나오는 아침 드라마 보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시어머니는 아들 승진하는 것도 못마땅해 한다....왜?
    며느리가 사모님 대접받는 게 싫어서..

    시어머니의 질투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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