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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는 추억들

추억 조회수 : 1,144
작성일 : 2006-06-30 00:03:06
스무살때 참 좋아한 사람이 있었어요
서로 참 좋아했는데 그때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표현하는것도 어색하고 서툴고
도서관에서 마주치면 수줍은듯 건네주는  카셋트테이프
내 앞에만 서면 너무 떨려서 말도 못하겠다는 아이였죠
저역시 두근거리며 좋아했구요 그 아이가 준 테이프듣고 편지를 길게 써서 건네주고 받고...
다 식어버린 자판기 커피한잔 받으면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던지요
서로 얼굴도 똑바로 못보고 계단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구요

그러다 서로 복잡한 여러 일들이 생겨 연락이 끊어졌어요
두사람 사이에서 소식을 전해주던 남학생도 군대가고
그 아이도 군대가고 전 졸업하고 직장다니고
굳이 맘먹고 찾자면 못찾을것도 없었는데 휴대폰이나 그런게 없어서 그런가 인연이 아니어서 그런가
헤어지게 되었지요  헤어졌다는 표현도 좀 웃길만큼 별 스토리가 없어요

둘다 이름이 흔하지 않아서 그런가 싸이에서 절 찾아 먼저 쪽지가 왔더라구요
저도 싸이에서 찾긴했지만 그냥 가끔 몰래 보기만 했거든요
결혼했단말 들었고 잘 살고 있냐고
중간에서 소식전해주던 아이가 어떻게 어떻게 제 소식 간간히 들려줬다고
그냥 답장보내지 않았어요
뭐 딱히 할말도 없고 이제와서 쪽지 주고받는것도 좀 우습구요
그래도 그사람 싸이 가끔 보는데 지난달 결혼했더라구요
아주 어린 신부랑... 맘속으로 축복 많이했습니다

벌써 거의 20년 가까이 된 기억이지만 그때 그 두근거림은 참 잊혀지지 않네요

제가 이런이야기 하면 남편이 막 비웃습니다
서로 손한번도 못잡아봤다면서 엄청난 첫사랑티 낸다고요
정말 손한번 잡지 않았는데도 그 설레는 맘은 이렇게 오래가네요

바로 코앞에서 마주친다해도 제가 너무 뚱녀로 변신해서 절대 못알아보겠지만요

소낙비 내린 여름밤 주절주절해봅니다



IP : 58.226.xxx.14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첫사랑
    '06.6.30 12:26 AM (218.144.xxx.22)

    추억님, 정말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추억님때문에 저도 제 첫사랑이 생각납니다.
    저는 10년 전의 일이에요...
    결혼은 꼭 자기랑 하자던 그 애의 말에 아직도 묶여지내는것 같습니다.
    저도 우연히 연락처를 알았지만 연락 안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때로 돌아가리란 보장도 없는데...마지막 기억을 새로 주고 싶지 않아요. 자신 없어요.

    이게 다...비때문이죠..?

  • 2. *^^*
    '06.6.30 12:57 AM (61.106.xxx.90)

    참 예쁜 추억이네요... ^^
    그추억이 부럽습니다..
    살짝 질투나려 해요...

    그러나....
    역시 날씨 탓인듯.... ^^

    갑자기 피천득님의 '인연'이 생각나네요..
    '진정 세번은 아니 볼것을.....' ^^

  • 3. ㅎㅎ
    '06.6.30 1:56 AM (58.142.xxx.123)

    부럽네요...
    저두 비슷한 추억이 있는데 이렇게 비내릴땐 가끔 뭐 하고 사나..하고 생각나요

  • 4. ^^;
    '06.6.30 5:02 AM (67.85.xxx.9)

    다른 사람의 사랑얘기는 언제나 재밌습니다.
    더구나 그게 첫사랑임에야! ^^*

  • 5. 참~
    '06.6.30 8:50 AM (125.246.xxx.130)

    참 !
    그놈의 첫사랑은 그렇게도 질기게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있나봐요

    한참전에 죽을 뻔한 적이 있어요
    환갑넘은 직장 상사의 45여년 전의 첫사랑 이야기를
    2시간도 넘게 들어주느라..
    할아버지의 첫사랑이야기가 뭐가 재미있겠습니까?

    컴앞에 앉아서 딴청 부리면서 몸살을 했던 기억이...ㅎㅎㅎ

  • 6. 저두요...
    '06.6.30 9:12 AM (218.156.xxx.133)

    저도 꼭 한번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변변한 추억도 없지만, 그래도 죽기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어요.
    그리고, 꼭 말해 주고 싶어요.
    당신이 나의 첫사랑이었다고...

    그때는 너무 어리고, 용기없고, 그 사람 주변에 어리대는 몇몇 여자들을 보고 지레 겁먹어서,
    그 형의 구애를 모른척했었거든요.
    사실은 그 형이 무지하게 좋았는데, 열번까지는 안 찍더군요.
    몇번만 더 찍어줬더라면, 넘어갔을텐데....

    이리저리 찾아봐도 소식을 알길이 없어요.
    싸이에서는 어떻게 찾는거에요?
    어떻게 사는 지만 알아도 좋겠어요.
    어리대던 여자 중에 하나였던, 미모의 부자집 딸하고 결혼했다는 것 까지만 알아요...
    뭐..제가 들이대었댔자, 경쟁상대가 안되는 좋은 여자분이에요...
    아~~~... 다시 생각해도 가슴 아파라...

  • 7. .
    '06.6.30 9:22 AM (61.98.xxx.118)

    고딩시절.
    열심히 공부해야 되는 시점에 친한친구 사촌오빠가 친구들이랑 놀러왔는데
    미팅을 하자고 했어요.
    학업에 열중해야 할때에, 머리를 잠시 식히자는 의미로다가 미팅에 참석했답니다.
    그런데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들
    세상에 세상에~
    작은 소도시에서 웬 꽃미남 오빠야들이
    간드러지는 서울말씨에 매너또한 낯간지러울 정도로 해줌시롱,
    사람의 혼을 다 빼났었지요.
    그중 한오빠야가 절 나름 귀엽게 봐주는지라,한번도 해보지 않던
    내숭에 꼬맹맹이 소리도 배운적 없어도 자연스럽게 잘되고(일이 잘되다보니)
    하여간 상상속에서나 있을수 있던 꿈꾸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죠.
    몇달을 편지도 하고 전화도 하고 그 오빠야가 4번정도 저를 만나려고
    오고, 저 또한 그리움으로 베갯잎 적시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 꽤나 유명한 배우로 자리잡고 살고 있어요.
    그오빠야가 그때 제 귀에 대고 살며시 들려주던말
    "너가 내 첫사랑 이야. 넌~ "
    오빠야 니도 내 첫사랑 이였어.

  • 8. 세번째는
    '06.6.30 10:00 AM (218.51.xxx.250)

    아니보았을것을~
    공감 입니다.
    추억은 추억이라서 아름답습니다.
    가만히 묻어두고
    가끔 한자락씩만 꺼내어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 9. ㅎㅎ
    '06.6.30 12:03 PM (58.226.xxx.219)

    그 첫사랑이랑 살고 있답니다 ㅎㅎ
    출장갔던 그 첫사랑이 오늘 돌아온답니다...
    아마 지금쯤 공항에 도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 10. 첫사랑
    '06.6.30 1:34 PM (218.153.xxx.131)

    첫사랑은 영원히 잊을수가 없어요 흑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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