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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제 생각 전합니다. (동병님 글이요.)

아들딸 조회수 : 1,400
작성일 : 2006-06-29 10:46:16
저는 나이 서른에 첫 아이를 만났습니다.

너무 늦게 아이를 가지면 혹시나 안 좋은 일 생길까봐 결혼하고 한 달만에 바로 아이를 가졌습니다.

저는 뱃속의 아이에게 외할아버지가 너무너무 이뻐하실 공주님으로 태어나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딸인 저를 끔찍하게 이뻐하시고 믿어주시고 아끼시는 울 친정 아버지가 딸 시집보낸 섭섭함을
딸 닮은 손녀를 보면서 조금은 잊어주십사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딸은 크면 엄마 친구 된다는 말, 지금 친정엄마와 나와의 관계를 보면서 새삼 맞는 말이구나 하고요.


어쩌면 저 밑에 글쓰신 분은 저와 반대의 생각을 갖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의 상황에서 정말 아들이 너무너무 갖고 싶어서 딸인 게 섭섭하셨겠지요.

자기가 바라는 성별이 아닐 때 당장은 조금 섭섭한 마음 누구나 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제가 이런 단서 다는 것이 불쾌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금방 극복하고 단지 내 아이라는 것만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이쁘게 키우게 됩니다.


솔직히 낳아놓고도 처음엔 내 자식이려니 실감이 안 납니다.
하루 종일 왜 우는지 모르게 우는 아이 안고 씨름할 때는 다른 사람이 아이 안아주고 데려가 주면
홀가분 할 때도 있습니다.

혼자 어떻게 키우나 겁이 덜컥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키우다 보면 이 녀석이 나보고 웃을 때, 그 조그만 손을 내 가슴에 대고
맘마 먹겠다고 쭉쭉 빨아먹을 때 아이 목에 젖넘어가는 꼴깍 꼴깍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오질 수가 없습니다. (사투리 나와서 죄송합니다. ^^)

우연히 보게 된 육아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신생아에게 슬픈 민요를 들려줬더니 앙~ 하고 울더랍니다.

목소리 다른 여러 명이 해봤는데 계속 그러더랍니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노래 속의 슬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 아이가 자기가 왜 미움받는지 모르면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적개심 속에서 성장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소름 돋습니다.


아마도 크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크면 클수록 미워할 거야.. 나는 엄마에게서 미움받는 존재야.

어린 아이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났을 지, 나중에 다시 이게 치유될 수 있을지..


아이 낳고 키우면서 우리 신랑이 제게 여러 번 말했습니다.


"고아원에서 부모 사랑 받지 못하고 크는 애들은 얼마나 불쌍하냐.
이렇게 울 때마다 달려와 안아 줄 사람 없고 엄마 맘마도 못 먹고
옆에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크냐."


애들은 엄마 숨을 먹고 자란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어만 줘도 아이들은 세상이 자기 것인양 두려움없이 클 수 있습니다.


그런 소중한 관계에서 상처받고 상처주고..

원글님이 적으신 글 보면 이제 조금씩 노력하는 회복기로 보입니다.
최소한 이성으로라도 분노를 억제하고 아이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시니까요.

그런데요..

아이들도 알 거에요.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이 정말인지 가짜인지.


그 말이 정말이 되도록 좀 더 노력하셨으면 좋겠어요.

가장 소중한 공동체인 가정이 먼저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본인이 겪어본 경험으로는 원하지 (?) 않는 아이는 키우기 힘들다 하셨는데
그것도 하나의 의견일 수 있지요.

받아들이는 분이 잘 알아서 선별하시면 될 것이고

먼저 원글님이 현재 상황을 잘 이겨내셨으면 합니다.


답글이 무척이나 비판적이고 냉정하게 달렸는데 왜 이런 말씀들 하시나, 82가 이렇게 살벌(?)한 데였나 하시지 마시고 내가 잘못했구나 하면서 깊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두서없는 글 길게 적었습니다.
IP : 203.90.xxx.7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옳소
    '06.6.29 10:52 AM (220.73.xxx.99)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냉정하게 잘 생각해보시는 '동병'님이 되셨으면..

  • 2. 동감..
    '06.6.29 10:55 AM (202.4.xxx.65)

    울 아기 이뻐하면서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래서 적은 돈이지만 기부도 하구있구요..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성별 구별없이 모두다 소중합니다.

    딸로 태어나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받은 상처들 없으신가요?..
    전 있어요..그래서 전 제 딸이 당당하게 자랄수있도록 더 열씨미 사랑해주고 보살펴줄겁니다..

  • 3. 반대의견
    '06.6.29 11:00 AM (124.59.xxx.77)

    저 아래 동병님 글을 보면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자식에게 이미 낳을 때부터 상처를 줘 놓고서 나중에야 그래도 부모니깐 의무감으로 대해야 된다니요?
    이것은 정말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절실히 깨달아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결국 상처받아서 말까지 더듬고 또래애들 보다도 뒤쳐저 병원치료받고 이러한 모든 것이 자기가 예전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서 자기가 고스란히 그 죄를 받는다구요?
    말못하고 병원다녀야 되는 아이의 심정은 어떻겠냐구요. 지금도 마음으로 아이가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질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뉘우쳤다는 부모가 하는 말이 고작 27개월된 아이를 가진 예비엄마에게 할 소리랍니까?
    이해할 게 따로 있지요. 그 부모님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박살내놓고선 겨우 한다는 소리가 접착력없는 풀로 붙여보려는 걸로밖엔 보이질 않습니다.
    제목에 동병은 무슨 얼어죽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면 애 지우라는 소리는 절대 못하십니다.

  • 4. 한국전쟁사진..
    '06.6.29 11:00 AM (211.194.xxx.251)

    며칠을 인터넷 사진에 올라있던 한국전쟁 사진중에 죽은 엄마시신옆에서 하염없이 울고있는 아이들 사진이 그렇게 가슴을 아리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엄마없이 클 아이들이 얼마나 불쌍한지... 아이들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랍니다. 엄마가 바로 서야 아이들이 바로 자란답니다.

  • 5. ㅠ.ㅠ
    '06.6.29 11:03 AM (211.105.xxx.75)

    님 글 감동입니다.
    저도 얼렁 아이랑 만날수 있기를....
    하나님 저한테도 건강한 아이를 주세요 ㅜ.ㅜ

  • 6. ..
    '06.6.29 11:08 AM (125.178.xxx.142)

    애정에 관해 가장 본능적인게 아이인거같아요.
    겉으로 이뻐하는것과 진심인것도 아이들은 너무 잘 구분하거든요. 신기할 정도로.

    의무감.. 있으신 건지 모르겠어요.
    자식 키우면 내 기분이 괜스리 애까지 미워서 더 혼내고 짜증 부릴때도 있지만
    그건 근본적인 미움이나 증오는 아니거든요.

    예전에 자료화면 봤는데요.
    우울증 걸린 엄마의 전형적인 표정으로 7개월 된 아이를 물끄러미 봐요.
    첨엔 웃다가, 뭔가 불안한듯 시선이 불안정해지더니 침까지 흘리고..
    그게 장시간 계속되면 (불안한 심리가 오래 지속되면) 아이에게 치명적이랍니다.

    아이들 위로 높이 던져주면 까르르~하잖아요.
    그걸 웃는걸로 좋아하는걸로 생각하면 안된데요.
    불안해서 웃는 경우가 많답니다.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오래 반복하면 안좋데요.
    불안한 심리가 지속되는게 아이에게는 가장 안좋은 거라네요.

    동병님..
    마음이 나아지고 있으니~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아이와 엄마를 같이 상담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지 않을가 싶네요.

  • 7. 그렇군요..
    '06.6.29 11:12 AM (202.4.xxx.65)

    정말 인가요?..
    아이들 위로 높여 올려주면 껄껄껄 웃길래,,이뻐서 자꾸 해주는데..
    불안심리에서 그런다구요?..
    이런 오늘부턴 절대 하지말아야겠어요..

  • 8. 어제..
    '06.6.29 11:18 AM (220.87.xxx.242)

    저희 지역에 유치원자원봉사자 교육을 교육청에서 해서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유아관련 강의를 듣는데요..정서에 관한 얘기를 하시더군요..
    아이들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전에 감정으로 느끼고 인지적인면보다 감정적인 면이
    더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감정을 담아두는 그릇이 가득 찰 때라야만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한 성장과 좋은 행동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저두 강의 들으면서 많이 반성하고
    감정의 그릇이 비워지지 않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동병님 글은 읽지 않았지만..
    그 아이는 님의 몸을 빌려서 나왔지만 님의 것이 아닙니다..
    님의 소유가 아닙니다..
    한 직업의 전문가가 되기위해서 전문교육을 받는것처럼
    좋은 부모가 되기위해서 평생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여러면에서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노력해주세요..

  • 9. ..
    '06.6.29 11:38 AM (125.178.xxx.142)

    그렇군요..님.. 아이를 안고 손을 쪽~ 뻗어서 올렸다가 가슴팍까지 내리는거..
    그거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요.
    적당한 속도감은 아이에게 도움도 된데요.
    (이불에다 아이 올려놓고 양쪽에서 잡고 흔들어주는것도 아이 균형감각을 익히는데 좋답니다.
    이것도 역시 휙~휙~ 정신 못차리게 흔들면 안되겠죠. 흔들의자 움직이듯이 하는정도..)
    하지만 가끔 정말 아이를 공중으로 던졌다 내려놓을때 있죠? 거의 날리듯이..
    그럼 아이가 숨을 헉~하다가 내려오면서 까르르~거려요. 그건 불안함에서 오는 웃음이래요.

  • 10. 옳소
    '06.6.29 1:18 PM (211.203.xxx.68)

    님이랑 친구가 되어지고 싶네요.
    참. 님 아뒤가 궁금하네요.
    어느분이신지.

  • 11. ..........
    '06.6.29 11:21 PM (204.193.xxx.8)

    반대의견님하고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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