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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의 추억

그립다 조회수 : 591
작성일 : 2006-06-21 22:24:23
결혼한지 곧 2년이 되는데 아기가 안생겨요...
신랑이 어렵게 태어난 외아들이고, 그래서 시부모님 연세도 많으신데 왜 아기가 안올까요.

오늘 마법에 걸렸어요. 그래서 지금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우울합니다...
여태까지 1년 넘게 실패하면서도 마법걸린날 울어본 적 없는데
이번달에는 진짜 마음 비운다고...
이번달에도 실패하면 인공수정해야지 결심하고,
어차피 인공할거니까 이번달에 아기 안생겨도 상관없다고...여태까지 중에서 젤 마음을 비웠는데
막상 마법이 시작되고보니 눈물이 납니다.

집안일을 하다가 음악을 틀었어요.
저 음악을 잘 안듣거든요. 아가씨일때 제 방 미니콤포넌트가 고장났는데 6개월이나 안고치고도 별 필요성을 못느꼈어요.
그런데 신랑은 음악광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 뮤직비디오 틀어놓고 도저히 끌 수가 없어서 잠을 못잘 정도.
알람대신 음악이 켜지고 잘때도 자동꺼짐 설정해놓고 잘 정도에요.
저희 집 씨디장엔 정말...누가봐도 놀랄만큼 가득 신랑이 좋아하는 CD들이 가득 차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가요가 듣고싶었어요.
김현철best가 듣고싶었는데 없네요...테입으로 가지고 있었나...친정에 두고 왔나...
그러다 다 뒤져서 가요CD만 겨우 골랐는데 10개도 안돼요.
전람회를 들으려고 꺼냈더니 알맹이가 없고..그래서 015B 3집..듣고 있어요.

우리 이렇게 서로 스쳐보내면 다시 볼 수 없을지 몰라도...
윤종신과 박선주던가요? 듀엣곡 나오는데 눈물이 나와요.

학교다닐때...삐삐가 있던 시절에요.
지금 핸드폰의 컬러링처럼 앞부분에 음악을 녹음했잖아요.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플레이 딸깍 소리 안나게 누르고 수화기를 스피커에 갖다대고 녹음했었어요.
볼륨이 맘에 안들고, 이부분이 아니고, 어쩌구 하면서 여러번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
항상 그때그때 내마음을 표현해주던 가요들로 골라서...

그 시절 가요를 찾아 들으니 지금 더 마음이 아파요.
아프다고 생각했지만, 시들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마냥 싱그럽기만 했던 시절이었어요.
나중에 나이가 들면, 지금 이 순간도 아름답게 혹은 무덤덤하게 기억할 수 있겠죠?

그냥. 지금이 너무 힘들어요.
비도오고...기다리는 아기도 안오고...몇년째 저에겐 기쁜일이 하나도 없네요.
흑흑
IP : 218.144.xxx.2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울....
    '06.6.21 10:43 PM (211.207.xxx.178)

    에고.... 가요 제목 보니, 제가 대학교 때 좋아했던 음악들이군요. 전람회...015B ...김현철...
    저는 72년생, 91학번이에요...

    에휴.....원글님은 그토록 기다리시는 아기가 안 와서 힘드시고, 저는.....두 아이들이 아파서 세째는 여력이 없음에도, 생겨버려서 힘들고....그렇네요.... 저는 임신우울증이 심하답니다.....ㅠㅠ

    저도 지금 마음이 거시기해서 예전 팝송 베스트 크게 틀어놓고 있네요... 평소에 거의 음악을 듣지 못하는데......

    우울할 때요, 그냥 입모양이라도 웃는 모습으로 하면 좀 나아진대요.
    저도 지금 입꼬리만 올리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면서...

    원글님께 예쁜 아기가 오길 기도할께요...바라면 이루어진대요!!! 아자아자~~//

  • 2. 말괄량이..
    '06.6.21 10:48 PM (222.99.xxx.46)

    삐삐인줄 알았네요^^
    저두 삐삐차고 20대를 지났는데 님글 읽고 나니 삐삐가 그립네요
    지금은 핸드폰 오면 그냥 받고 바로 통화되지만 삐삐는 호출하고 기다리고
    또 호출하면서 음성 넣어두면 그거 듣는 재미도 쏠쏠했었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아이 늦게 생기는 집이 많은가봐요.
    저 아는 분도 결혼하고 8년이나 되어서 생겼는데
    첫 애 낳고 나니 둘째는 또 금방 생기더라구요.
    아는 동생도 아이가 안생겨 마음 고생 많이 했는데
    기다리니 생기고...너무 우울하게 생각마시고 마음 편히 먹고 기다려보세요.
    그리고 아이 생기면 남편이랑 달콤한 시간(?)은 아예 없어지니 그동안 두분이 예쁜 추억도
    많이 만들어두시구요. 기운내세요

  • 3. 원글
    '06.6.21 10:55 PM (218.144.xxx.22)

    님들의 답글 읽으며 또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그냥 고마워서요.
    저희남편은 제가 우는걸 제일 싫어해요. 울면...위로는 커녕 짜증을 냅니다. 울면, 행복이 안온대요.
    남편오기 전에 실컷 울렵니다.

  • 4. 그러세요
    '06.6.22 12:06 AM (58.226.xxx.34)

    울쩍할땐 우는게 최고입니다. 실컷 우시고 좋은 마음 가지도록
    노력하세요. 밝은 음악도 열심히 들으시구요 ^*^

  • 5. 콩순이
    '06.6.22 8:41 AM (211.255.xxx.114)

    에공 그 집 미래아기 너무 부럽네요
    매일 좋은 음악에 그토록 엄마가 기다렸으니^^;;

    저는 30대고 결혼 3년차에 아직 아이가 없어요
    뜸금없이 찾아온 애기도 너무 소중했겠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제게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해요.
    엉엉 우시고 마음 푸시고..다음달엔 아마 저 임신했어욧!!! 하는 글 올리시게 될꺼예요
    화이팅^^

  • 6. 원글
    '06.6.22 9:19 AM (210.121.xxx.241)

    어젯밤엔 기운이 정말 하나도 없었는데
    리플달아주신 고마운 분들때문에 기운이 납니다.
    저도 다음에 다른분의 힘든 심정에, 희망의 리플을 달아드리는것으로 보답할께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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