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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의대로 진로 바꾸기
나이 들어 의약계열로 진학 하려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에요.
저랑 제 친구들 다 일류대 나와서 밥벌이 잘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름있는 직장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한계가 보이는 시기가 있어요. 그 안에서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게 되는거지요. 자리는 올라갈수록 적어져요.
지금 아무리 잘 나가는 직장인이라도 연봉 6-7000 되더라도, 이사 승진 안 되면 나와야 되거든요. 제가 다니던 직장, 45살 넘은 사람 거의 없었어요. 30대 후반에도 나가기도 하구요. 길어야 10-15년 남은 거지요. 그 뒤엔 뭐먹고 삽니까. 애들 대학도 못 갔을텐데. 집안 괜찮아서 그 때까지 여기저기 좀 투자해 두면 먹고 사는 거야 괜찮겠지만 앞으로 남은 40년 인생 너무 길지요.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기도 점점 힘들어질텐데.
그리고, 직장을 다녀 볼 수록 스스로의 힘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요. 물론 직업적 노하우를 익혀서 그걸로 나중에 독립할 수도 있지만 사실 대기업 들어가서 한 가지 분야 전문가 되기는 힘들지요. 대개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며 제너럴리스트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그 조직을 떠나면 아무도 내 밥을 보장해 줄 수 없는, 한마디로 조직을 떠나서는 밥벌이도 못 하는 사람이 되는거에요.
오래 그 조직 안에서 버티면 다른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직장생활이라는게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라 아 이대로 몇 년만 더 지나면 정말 나는 아무 것도 남지 않고 다 소진되어 버리겠구나, 그 전에 다른 걸 찾아야겠어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실 이런 고민은 직장인들 대부분이 한 번씩 해 보는건데, 그 중에 정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요. 안 그런 사람들도 있구요.
나이 들어서 숭고한 이상만 가지고 의사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오히려 뭔가 확실한 나만의 기술을 가지고 내 밥벌이는 내가 한 번 해보겠다, 이런 생각으로 이 길을 택하겠지요. 아마 떼돈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거에요. 사회 생활 해 본 사람들이 많으니 막연한 환상만 갖고 결정하지도 않을 거구요. 나름 대로들 손익계산서 여러 번 뽑아보고 이리저리 많이들 알아보고 결정하더군요.
반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의사 예전같지 않다, 힘든 직업이다 하세요. 그런데 그 정도 벌면서 힘들지 않은 직업도 둘러보면 별로 없어요. 남의 돈 벌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공계 금융계 제조업 다 나름대로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지요. 앞으로는 더 심해질 거에요. 이공계 박사 과정 마쳐가는 동기들, 의사 아버지가 극구 말려 의대 안 간것 지금 후회하기도 해요.
저는 자리 박차고 나온 축에 속했고, 사람들이 그 좋은 직장 왜 때려치냐고 할 때 이런 얘기 일일이 해 주진 않았어요. 저는 아직 미혼이고 다행히 여유가 조금 있어 결정을 내리기가 쉬웠어요.
고민하시는 남편분도 여러 생각이 많으실 것 같아 결론도 없는 소리를 주절주절 했습니다. 요즘 봄이라 꽃향기가 참 좋네요. 좋은 하루들 되세요.
1. 다른생각
'06.5.20 10:55 PM (203.229.xxx.228)의학대학원 한 학기 등록금은 1천만원 입니다. 8학기 다니면 8천만원.
책값까지 하면 1억은 가뿐하지요.
그리고 기회비용. 연봉 5천 받는 사람이 4년동안 직장을 잃으므로써 2억 손실.
(연봉을 다소 높게 책정한건, 그 만한 위치에는 있어야 의약계열에 합격할만한 실력이 있을 거라고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4년동안 그동안 벌어 놓은 돈 까 먹으면서 생활해야합니다.
한달 100만원이라고 계산하면 48개월 동안 4천 8백만원.
거기다가 인턴에 수련까지 받으면 다시 5년이지요.
그 5년동안은 월급은 나오지만 저축은 거의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9년에 제일 짧게 잡은거고, 의대 입학부터 다시 한다면 11년이겠죠..
저라면 뜯어 말리겠습니다.
의대 등록금 들어갈 돈으로 장사를 해도 11년 후에는 기반이 잡혀 있을거에요.
왜 그 어려운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
결혼 후 집에서 쉬는 고급여성인력이라면 또 다르게 생각합니다만
직장이 있는 사람이 그만두고 들어오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2. 꽃향기
'06.5.20 11:08 PM (211.35.xxx.62)아마 공부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사회 생활을 좀 해 보면 사실 공부만큼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어요. 좁은 시야를 갖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제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뼈저리게 느낀 게 그거에요^^
그리고, 그 돈으로 장사를 시작해서 기반을 잡기는 힘들 것 같았어요. 가장 확실한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경우도 100% 성공적일 수가 없는데, 다시 아이템 서치 시장 조사 등등부터 시작해서, 과연 1-2억으로 남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어떤 장사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요. 장사라면, 제 머리를 팔 수 있는 이 장사가 제일 남는 거라고 생각을 한 거죠.3. 의사도
'06.5.20 11:56 PM (61.98.xxx.101)그 분야에서 살아 남을려면 쉬운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그것이 좋은 의사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봅니다.
의대 갈려는 우리 아이 적극 말려서 다른데 보냈어요.4. 꽃향기
'06.5.21 12:03 AM (211.35.xxx.62)사회에 뛰어들면 쉬운 일이 없지요. 그 어려운 길을 조금이라도 확신을 갖고 걸어가기 위해서 전문직이 필요한 거구요. 아마 제가 좋은 의사가 된다면, 그건 공부를 잘 해서라기 보단 그 전의 인생 경험이 남다르기 때문일 확률이 더 커요.
5. 원글님!
'06.5.21 12:35 AM (194.80.xxx.11)이미 힘든 결정 내리신 거 같은데 그 용기에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열심히 하셔서 꼭 꿈을 이루시기 바래요.
마흔에 의사가 되더라도 남은 인생 3, 40년은 그 직업에 종사하실 수 있잖아요.
슈바이처 박사도 30대에 들어서서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 어디선가...예순살의 수녀님이 의대에 진학하면서 그랬다죠.
70에 의사가 되면 80까지, 적어도 10년은 일할 수 있다구요.6. 화이팅
'06.5.21 1:40 AM (61.74.xxx.15)원글님 힘내세요~
미국에선 주로 원글님이 얘기한 그런
인생경험이 왠만한 사람들이 메디컬 스쿨에 입학합니다.
별로 늦깎이라고 생각할 필요두 없구요,
그냥 정보산업사회에서 물흐르듯이 자연스런 선택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디 좋은 의사가 되세요~그리고 그 결과물로 안정된 부를 쌓으시면 금상첨화이구요.7. 우리 남편 40중반
'06.5.21 7:05 AM (221.148.xxx.211)대학병원 부교수 입니다. 의사와이프에게 물어보세요. 자식 의사시키고 싶은지.
의사라는 직업, 보기와는 아주 다릅니다. 제 생각에는 의사는 좋은 의사는
일단은 타고 나야하고요. 적성이 정말 맞아야하고요. 앞분이 설명을 아주
잘해 주셨는데요 의사되기까지 돈과 시간, 어려움은 물론 말하지 않더라도
의사 세계 정말 다른 직장과 다를 바 하나 없어요. 저도 직장 생활 10년
했지만, 의사 세계 정말 힘듭니다. 개업하고 유지하기도 힘들고 대학에
남기는 정말 바늘 구멍이고. 전문의 자격증하나로 해결되는 시대는
이젠 아닌 것 같아요.8. 앞으로..
'06.5.21 8:06 AM (218.52.xxx.64)의사 세계가 어떤 위치 및 수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윗글님 의견처럼 11년 +5억이 들어도 이후가 보장되어 있으면 하실 수 있겠지만, 지금같은 체제가 지속되면 그런 투자는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들과 비교해 보면 앞으로도 확실히 남을 merit는 정년이 없다는 것 하나!! 수입이 많다던지 (급격히 불안정해 지고 있죠), 존경을 받는다(이건 하나도 기대하지 마십시요. 다 돈벌려고 한다고 생각하면서, 의사들 비난할때만 써먹는 말이죠. 뭐 희생 봉사정신...)는 지 하는 것들은 11년 후에는 어찌될지 너무 미지수입니다.9. 흠..
'06.5.21 9:44 AM (221.147.xxx.87)학생때 보고 느끼는 것,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수련하면서 느끼는 것, 전문의 따고 나와서 field에서 직접 일하면서 느끼는 것.. 모두 달라요.. 정말 다릅니다.. (부정적인 면에서..)
점점 현실적인 면들이 눈에 보이게 될꺼에요
저나 남편이나 전문의 딴지 몇년 되었지만.. 정말이지 요즘은 예전같지 않아요
우리가 자라면서 주변에서 보고 생각해왔던 '의사생활' 과는 많이 달라요..
우리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죠.. 경제적인 부분이나 사회적 인식, 주변의 시선 모두 다..
앞으로 더 많이 달라지겠죠
물론 여전히 소위 잘 나가는 의사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의사도 많아요
그렇지 못한(그 반대에 속하는) 의사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게 문제이죠
전 제 자식이 굳이 의사하겠자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제가 나서서 시키지는 않을거에요..
원글님도 성공하시길 빕니다..10. ...
'06.5.21 10:09 AM (209.150.xxx.38)주로 이렇게 늦게 의/치/한 가시는 분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시는 분들이, 그 쪽에 이미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 그런 분들도 많이 계시구요).
근데, 사실 늦게 그쪽으로 뛰어드시는 분들이, 뭐 떼돈 번다거나 존경받으러 가시는 거는 아닌거 같아요.
정년이 없다는 거 하나 그게 좋은 점이라고 앞으로../ 님이 쓰셨는데,
정년이 없다는 거 하나는, 그렇게 작은 장점이 아닙니다.
솔직히 월 500-1000 사이 벌고, 정년없이 (뭐 없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40-50에 짤릴 걱정 안하고) 살 수
있다면, 개업해서 떼돈 못 벌고 존경 못받아도, 그 길을 갈려는 분들이,
그길을 갈 능력이 되시지만 다른 일 하고 있는 분들중에 정말 많다고 생각됩니다.
월 500이상 못버는 의사들 거의 없잖아요.
페이닥터를 해두요. 게다가 정년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의사 어렵다 해도, 세상에서 자기 자리 잡고 사는 거 (어느정도 성취욕을 가진 분들의 경우)
다 그만큼 어렵다 생각되네요.
정년이 보장되고 적당한 수입이 보장되는 길을 사람들이 가려고 하는 거, 당연한 거죠 뭐.11. 정년..
'06.5.21 12:09 PM (70.187.xxx.185)위의 분들이 의사가 정년이 없다 하셨지만.. 언제까지 페이닥터를 할수없다는게.. 종합병원에 남지못한 모든 의사들의 고민인 듯해요.. 토요일은 평일보다 더 바쁘고..
친구들과 만나 회포풀다가.. 콜 받으며 자리 뜨는 사람들 보면.. 그닥 쉬워 보이지 않는 답니다..
본인의 의사라는 의식은 얼마나 강한지.. 씀씀이는 크구요.. 본인에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냥 본인이 의사가 되고 싶으시다면.. 말리지 않지만.. 잘나가는 직장을 포기하는건.. 그냥 제가 보기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인듯합니다..12. 화이팅
'06.5.21 1:05 PM (218.39.xxx.79)주위의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여러가지 긍정적이지 못한 문제에 대해선 원글님도 많이 고민하고 알아본뒤에 결정하시지 않았을까... 전 그렇게 생각해요. 안좋은 경우가 많다고해서 나도 그렇게 되란 법이 어디있겠어요. 세상의 모든일이 피눈물나게 이악물고 노력하는 자가 앞에 서는거고... 앞에 서는 사람이 있으면 뒤에서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과감하게 시작하신 일이니 열심히 하셔서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13. ..
'06.5.21 2:14 PM (218.52.xxx.75)어쩄거나 용기가 가상합니다.
나이가 어느정도 있는 상태의 여자가 다시 의사가 되겠다고 진로 변경하는게 그냥 공부 잘하고 학비 걱정 없다고 가능한게 아니니까요.
외부에서 보면 의사 사회야말로 남녀 차별이 없을거라 믿지만 그안에서의 어마어마한 차별을 상상하실수 있을런지요. 수석 졸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란 이유만으로 科에서 받아주지 않아
원하는 전공과를 못한 케이스도 여럿봤고 여자인건 상관없지만 나이가 많아 상하 계급 사회인 의사사회에서 질서유지가 곤란하다고 난색을 보이는 과장님도 여럿 봤고요.
결국 진로 수정하여 졸업과 동시에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일반의로 개원하는 케이스도 봤습니다.
이미 사회에서 별별 온갖 꼴을 다 보신 원글님이시니 어떤 난관도 현명히 헤쳐 가시리라 믿어요.
위의 댓글중 핑크빛으로 말씀 하신분들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케이스라
그래도 의사가 아직은 좋은직업이다 생각하신 것이고
조금이나만 부정적 글을 달아주신 분들은 의사이거나 그 가족으로 가까이서
피부로 현실을 체험하신 분들이겠죠.14. 꽃향기
'06.5.21 8:00 PM (211.35.xxx.62)정말 왠만한 사람보다 백배 낫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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