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말 황당한 사고를 쳤습니다.
지난 달 중순부터 울 집 애들이랑 저랑 번갈아가면서 감기앓느라 정신 없었죠.
쪼~금 정신차리고 나니 4월 27일 수학평가, 28일 중간고사 연달아 이틀 애들 시험보대요.
뭐, 엄마라고 특별하게 신경 써 주는건 없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신경이 가더라구요.
근데...
그것이...
눈알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머리통을 비림빠(벽을 말하는 경상도사투리)에 쳐 막고 싶었습니다.
신랑보기 정말 미안합디다.
애들 시험날짜라는 것만 알았지 시엄머니 생신이라는것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더랬습니다.
년초에 새달력에 표시해두는데 올해는 어케 된 일인지 울 아들 음력생일에다가 어머니 생신이라고 동그라미 해 뒀으니...
4월 22일,23일은 제 몸 아프다는 이유로(그때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음) 안방에 누워 엑스레이만 연방 찍어대고 있었죠.
휴일은 지나 식구들 모여 식사는 무리인것 같아서 27일 미역국 끓이고, 회뜨고, 열무김치 담고, 밑반찬해서 혼자 시댁가서 어머님, 아버님이랑 셋이서 밥먹고 왔습니다.
운전대 잡고 돌아오는데 울 어머님 아버님의 모습이 왜 그리 서글퍼 보이던지요...
평상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농사만 짓고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아직까지도 자식들 걱정에 노심초사하시면 사시죠.
주책없이 눈물만 흘리며 한 20분을 운전했습니다.
저요~ 여기까지 얘기들어보면 착한 며느리인것 같죠?
근데요...
20분 정도, 울 집 까지 딱 반을 남겨놓고 마음이 싸--악 바뀌는 거 있죠
제가 둘째이자 막내며느리거든요. 울 형님 계시거던요.
시집 제가 먼저와서 여지껏 제가 어머님 생신 챙기고 칠순까지 했거든요.
근데 생신날까지 전화한통 없는 울 형님은 뭐냐구요...-ㅗ-
아니, 대체 이거 뭐야?
왜 나만 갔다오는거야?
신랑도 없이 내가 운전하면서까지 왜 갔다오는거야?
괜히 성질빼기 납디다.
뒷 얘기 들어보면 저 나쁜 며느리인거죠?
제 정체성을 모르겠습니다.
박쥐도 아닌 것이 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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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둘 중 어디에 속하지?
나쁜,착한 조회수 : 759
작성일 : 2006-05-16 12:21:23
IP : 218.150.xxx.9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착한
'06.5.16 12:43 PM (218.239.xxx.83)며느리 분명하십니다.나름 최선을 다하시잖아요.
저도 삼형제 막내지만 시어머님 모시고 살아요.제사 때 저혼자 장보고 음식 다해 놓으면
형님들 퇴근하고 와서 저녁 먹고 제사 지내고 음식 싸드리면 가지고 갑니다.
새벽 세시까지 설거지하고 치우고 담날 어머님 친구분들 점심까지 차립니다.
생신때도 마찬가지구요.
결혼하고 14년동안 어머님 진지상 차린일 밖에 한게 없는거 같아요.외출도 거의 없습니다.
그냥 내가 당연히 해야 되는일이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요즘 몸이 자꾸만 아파와서 조금씩 우울해지고 서글픕니다.
어젠 어머님 모시고 종합병원 가서 MRI찍고 이것저것 검사해 놓고 왔습니다.
파킨슨씨병초기 같다고 해서,,,맘이 조금은 안좋았습니다.
저에게 그렇게 모질고 정없이 대하셔도 또 마음이 짠한게 약해지더군요.
저는 나름 도리는 다하자하며 맘 다지고 살고 있구요,,,
자꾸만 비집고 들어오려는 우울증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나마 저의 천성이 밝고 긍정적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착한며눌에 한표 꾹 눌러 드려요.2. 나쁜,착한
'06.5.16 12:45 PM (218.150.xxx.94)착한 님!
정말 훌륭한 며느님이시군요. 제 마음이 갈팡질팡했다는것 자체가 님 앞에서 부끄러워 집니다.
밝고 긍정적이라니 아마 우울증도 한방에 날려버리라 생각됩니다.
매일 매일 즐거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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