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회사에서 일 저질렀네요.
제대로 확인하고 진행했으면 당연히 알아차렸을 건데 그땐 뭐했는지 모르겠고, 결국 또 일 저질렀네요.
아주 중대한 일은 아니지만 제 이미지, 우리 회사 이미지에 영향이 가겠어요.
일 하는 게 왜 저 모양이냐 소리 들을만한...ㅡㅡ;
제가 먼저 발견을 하고 앞이 노랗게 변하더군요.
저 어릴 때 심각하게 완벽주의자 였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때부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자책하던 기억들이 나네요.
딴 친구들은 공부를 좀 못해도 활발한데 나는 늘 남에게 조금이라도 얘깃거리가 되는 걸 참을 수 없어서 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았고, 공부 못하는 애라고 놀림받을까봐 성적에 늘 신경을 썼네요.
하지만 경쟁하는 걸 무서워해서 1등보다는 2등을 좋아했고, 어쩌다 1등을 하게 되면 다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어요.
참 웃긴 아이였죠.
내 목소리도 싫었고, 내 이름도 싫었고... 누가 나에게 말걸면 대답하면서 내 목소리 들려주는 것도 창피해서 조그마하게 말하고, 누가 날 부르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심하게 듣기 싫은 목소리도 아니고, 촌스러운 이름도 아닌데 그걸 깨달은 것도 대학생때였던 거 같네요.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너무 실수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제가 생각해도 그랬거든요. 점점 커가면서 종일 그런 곳에 신경을 쓰면 머리가 지끈지끈.... 내가 왜 이래야하나 싶고..
그래서 대학생이 되면서 성격을 많이 바꿨어요. 대충대충하고, 오늘 내가 창피한 일을 겪었어도 사람들은 아무리 길어봤자 1주일이상 기억하고 싶어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근데.. 요즘은 너무 심하네요. 성격은 늘 찜찜하고 나한테 못마땅한데 실수까지 자꾸 하니까 그 실수의 근원이 저이니까..
오늘 아침에는 출근직전에 지갑을 못 찾아서 20분 헤매다가 지각까지 했네요. 정말 바보처럼 사는 거 같아서 눈물이 다 날거 같아요. 차라리 어릴 때 처럼 나는 남에게 싫은 소리 듣고 살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사는 버릇이 다시 생겼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생각은 헤이해져있는데 이렇게 안 좋게 결과가 오면 앞이 노래지면서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자책이 또 시작되네요.
만사 다 뿌리치고 며칠 쉬다 올까 하다가도 쉰다고 해결될 거 같지도 않고...
일을 그냥 관두자니 맞벌이 안 하고는 못 살 형편이고...
좀 재밌게 살고픈데 난 한심하게 너무 현실에 끌려다니는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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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심정..
.. 조회수 : 941
작성일 : 2006-04-17 12:24:12
IP : 203.229.xxx.22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에구, 토닥토닥~
'06.4.17 12:34 PM (69.235.xxx.246)맘을 편히 가지세요.
그럴수도 있지요.
담부터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강한 결심을 하고 그렇게 하면돼고,
어디 아프고 큰 손해난것도 아닌데요 뭘.
회사에서는 좀 미얀하겠지만 더 열심히 일해주셔서 다시 이미지 복구할수 있답니다.2. ㅠㅠ
'06.4.17 12:35 PM (222.101.xxx.210)심리적 도움도 분명 도움이니까요.
원인모를 불임이 얼마나 많은데, 임신에 신경쓰면 더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 판에,
이 약을 먹었으니 분명 임신이 될 것이다, 라는 편안한 마음이 임신에 도움되죠. 왜 안돼요.
위약효과라는 것도 있는데.3. 회사일에
'06.4.17 12:58 PM (200.63.xxx.58)실수하는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매사에 완벽주의자보다는 좀 허술해보이는 사람이 인간미있어 보이고 상대방이 편하거든요..
자책하지 마시구요..담번에 잘 하시면 되지요...
누구나 다 실수는 하는거구요.저같은 경우는 방금 한 일도 뒤돌아서면 까먹는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사는데 큰 지장없더라구요.
맘 편히 가지세요...^^4. ..
'06.4.17 2:37 PM (203.229.xxx.225)아침부터 머리가 띵했는데.. 다행히 다들 심하지 않게 넘어가 주시네요. 휴.. 이제 한시름 놓습니다. 앞으로는 꺼진불도 다시보자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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