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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애키우기

그냥 푸념 조회수 : 751
작성일 : 2006-04-10 10:04:08
말 그대로 그냥 푸념입니다.
좋게 생각하고 내 몸 안아끼면 될 것을 속 편히 그렇게 못하는 내 탓인가 하면서도 참..

시댁 가까이 사시는 시이모님께 애기 맡긴다고 시댁 근처로 이사와서 돌전 딸내미 하나 두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남들 보기엔 나름 살만하고 편해보이나 봅니다.
평일엔 직장에서 9시 넘어 돌아와 애기 보다가 새벽 1시는 되야 오는 남편 야식 챙겨주고 2시는 넘어야 자고, 주말중 하루는 일주일 내내 애기 보고 싶어하시는 친정 다녀오고, 또 남은 하루는 늦잠 좀 자고 빨래 돌리고 글케 삽니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 오던 남편이 매일 온지도 겨우 2주 남짓 되었네요.

시부모님이 정말 너무나 피곤하고 힘들게 가게를 하고 계시는데 처음 이사와서 아침, 저녁으로 인사차 들렀더니 가게 일을 봐주는 큰시누이가 저랑 자기 남편을 대하는 게 다르다고 시부모님을 볶아대고 제게 트집을 잡아대서 어머님께서 가게에 아예 들르지 말라 하셨지요.
저희 시부모님 정말 좋으신 분들이십니다.
근데 시누이들의 기대치에 제가 부응하기 힘들어지네요.
정말 심한 시집살이 하는 분들에 비하면 참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어제는 어찌나 속상하던지 나 힘든건 아무도 몰라주는구나 하는 서러움에 남편 앞에서 마구 울어버렸어요.

가게에 잘 안들르게 되니 아무래도 우리 부부, 시부모님께 무심하게 보여져서 요즘 그런 말들을 좀 들었어요.
그러더니 어제는 시이모님이 전하는 작은 시누이 왈, 평일엔 시간 없을테니 토요일 아침에라도 저더러 가게 나와서 밥을 좀 하면 안되겠냐고 하더라네요.
시부모님이 저 보는거 좋아하신다구요.
얘기 전하는 이모도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는 식입니다.
저 대놓고 못한다 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피곤하고 힘들다고.. 지금 내 체력이 버티는게 신기할 정도라고..
얘기 전한 이모님 곤란한지 작은 시누이가 얘기 꺼내도 자기 얘기는 못들은 척 하랍니다.

평일에 남편 와서 집에 가 잘때는 아침에 자고 있는 애기 델꼬 오면 애기가 고생이라고 이모님이 애기 데리고 주무십니다.
솔직히 많이 고맙고 의지되지만 그렇다고 편하기만 한 건 아닌데..
애기랑 놀고도 싶고, 나 힘들다고 집에 휑 가버릴 수도 없고, 이모님께 미안하고, .. 11시반은 되어야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도 남들 보기엔 평일엔 24시간 애기 맡기고 직장 다니니 편해 보이나 봅니다.

남편한테 그랬어요.
누나들은 일만 하면서도 힘들어 죽겠다고 하고 맨날 아프다고 하면서 애 키우면서 일하는 내가 더 힘든건 왜 몰라주냐고.
돈으로 떼우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용돈 50만원씩 드리는 것도 내가 일하니까 가능한거고, 큰 시누이 예민떨지만 않았더라면 평일에 가게 자주 들러서 무심하다 소리도 안듣고 서로 좋았을 것 아니냐고.
누구도 나 힘든건 몰라준다고.

시누이들이 제 또래지만 손위인데다 결혼을 했어도 친정 근처에 살고 애기도 없고 해서 애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게 어떤 건지 너무 이해를 못해줍니다.
나도 너무 힘든데 더 힘든 남편 때문에 손이 가야 하는건 다 내가 해야 하고, 한번씩 외식을 해도 애 있는건 생각도 안하고 방도 없고 애기 의자도 없는 식당엘 가자고 하고, 그 애를 내가 힘겹게 안고 앉아 있다가 누가 잠시 봐주면 허겁지겁 밥 먹고 애기를 받아들면 옆에서 편히 밥 먹고 있는 남편이 너무 밉고..

남편이 마음이 없거나 받으려고 하는 성격은 절대 아닌데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장난이 아니고(같은 직종이라 제가 너무 잘 알아요) 지금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렇다는 건 잘 알고 있는데도 제가 너무 힘드니까 정말 미워집니다.
잠자리를 원해도 그럴 기운 있으면 청소라도 도와주지 하는 생각에 미워져서 짜증이 납니다.

까짓것 토요일 아침 좀 서둘러 일어나서 나가서 밥 하는거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지들이 좀 그렇게 해보지 하는 생각부터 드니..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암튼 그냥 푸념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IP : 211.42.xxx.12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화팅
    '06.4.10 10:13 AM (210.95.xxx.231)

    그쵸 ?? 애기키우면서 직장다니기 정말 힘들어요

  • 2. 힘드시죠
    '06.4.10 10:26 AM (125.245.xxx.138)

    저도 진짜 힘듭니다.
    님은 저보다 더 힘드시겠네요.(객관적인 기준으로)
    특히 외식할때 아이들 보느라 제때 먹지도 못하는데 지들 다 먹었다고 일어나려고 할때 정말 열 받습니다.
    다 식은 밥 먹는데 정말 눈물 나더군요.
    이젠 외식 잘 안합니다.
    애들의 과도한 호기심때문에 먹은 밥 체하기 일수입니다.
    정말 리플 달면서도 우울해지네...쩝

  • 3.
    '06.4.10 11:22 AM (222.108.xxx.247)

    죽기살기로 애를 남편옆에 앉힙니다. 요즘은 남편도 당연히 자기자식은 자기가 먹여야 되는줄 알아요. 아니면 애가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 옆에 앉습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원하셔서 그랬고, 나중에는 애들도 그게 좋으니까... 뭐든 받아주시고, 잘 먹여주시니까..
    전 사실 애랑 동시에 같이 밥을 못먹곘더라구요. 아이먹이고 저 먹이려다 보면 아이를 재촉해서 자꾸 먹으라고 강요하게 되고, 소리가 자꾸 높아지고... 동시에 먹자니 서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이렇게 먹고나면 체해서 속이 안좋아서 고생하고.
    그래서 요즘은 일단 저부터 먹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는 이젠 스스로 아빠나 할머니 쪽으로 가네요

  • 4. 동변상련
    '06.4.10 11:55 AM (217.169.xxx.254)

    어쩌겠어요. 아직은 엄마 손이 많이 필요로 하는걸~
    제 애는 아직 젖만 먹어서 좀 수월하긴 하지만 아마두 이유식들어가면 저도 그럴거같네요.
    근데요 남자들..
    평상시 집에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서 외식할때 단 한끼만이라도 애좀 봐주면 안되나요??
    한번은 식당에서 한 부부가 돌이전 애기데리고 와서 밥 먹는데
    여자는 애보느라 바쁘고 남자는 먹느라 정신없고..
    으휴..

  • 5. 아이가
    '06.4.10 3:40 PM (211.224.xxx.138)

    아직 어려서 더 힘드실꺼예요.
    우린 이젠 9살 5살이 되었더니 좀 살만해요.
    저녁에도 둘이서 놀고 텔레비젼보구.... 게임할때도 꼭 형 옆에 붙어서 함께 있구....
    장난감도 좀 덜 어지르고.... 작년까진 저도 무지 힘들게 일했는데...

    아이도 좀 크고 나면 조금은 수월해집니다...
    시간이 약입니다.

  • 6. ..^^
    '06.4.10 5:02 PM (218.50.xxx.96)

    근데.. 사실 님이 너무 착하시네요. 남편분이 엄청 피곤해서 챙겨주시는 건 알겠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해 줄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늦은 귀가시 야식이나 외출 시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
    시부모님 가게 들르는 것 등등, 잔손 가는 것들 대부분 남편분이 해줄 수 있는 것들로 보이거든요.
    돈을 훨씬 많이 버는 가장아니냐, 하실 지 몰라도.. 요즘 남편들 돈 다 벌고 늦게 오고 힘들어 헉헉대도
    아내보다 일 더 챙겨주고 아이도 봐줄려고들 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물며 시댁 일이라던가, 시누이문제
    라던가 아이라던가, 이런 부분은 남편한테 많이 미뤄도 될 것처럼 보이는데요...

  • 7. 원글이
    '06.4.10 6:09 PM (211.42.xxx.129)

    님들이 위로해주시고 시간도 좀 지나고 하니 나름대로 좀 차분한 맘이 됐습니다.

    남편이 정말 너무너무 상상 못할 정도로 피곤한 상태이지만, 또 사실 많이 게으른 편이예요.
    평일에 하루 3, 4시간 정도밖에 못자는 생활을 여태 몇년째 해오고 있답니다.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나서거나 시키면 하긴 하는데 먼저 나서서 치우고 어쩌고 하는걸 "귀챦아서" 절대 못합니다.
    대신 밥을 주거나 옷을 다리거나 챙겨주고 하는 것들을 필요 없어 하는 손을 전혀 타지 않는 타입이지요.
    야식도 매일은 아니고 가끔 떡볶기 해주거나 빵이랑 우유 사다 놓는 정도구요.
    수입은 연봉으로 볼 때 거의 비슷하고, 월 급여는 제가 좀 많아요.(남편은 연봉외에 인센티브니 하는게 좀 더 있거든요)
    그러니 윗님 말처럼 돈 더 벌어온다고 봐주는것도 아니군요.

    아까 맘 정리가 좀 되서 남편한테 이메일 보냈어요.
    내가 이러이러해서 힘들고 지치니 우리 서로 좀 더 대화하고 이해하고 최소한 집안일 두가지정도라도 맡아놓고 해주면 최소한 내가 혼자라는 외로움은 잊을 것 같다.
    나 열심히 잘 살고 싶으니 도와달라 이런 요지로요.

    아, 이모님한테도 문자를 보냈군요.
    생각해보면 이해못할 일도 아닌데 어젠 내가 예민해져서 불편하게 해드린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이모님, 괜챦다고, 시간이 약이라고, 어디 벚꽃이라도 보러 가자고 답 보내셨더군요.

    에효.. 정말 시간이 약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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