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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입학한 학교 교장선생님이 30년전 제 담임선생님이에요..

이런 인연이.. 조회수 : 1,378
작성일 : 2006-03-21 23:54:35
오늘 학부모 총회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교장선생님이 말씀을 하시는데 글쎄
30년 전 저 초등학교(그 때는 국민학교였죠)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신 거 있죠???
어찌나 반갑던지
당장 뛰쳐나가서 인사드리고 싶은 걸 겨우 참았네요.

저 일곱살에 학교 들어가서
좀 우중충한 저학년 보냈었어요.
2학년 말에 편도선 수술도 했었는데
그 선생님 그 때 병실로 문병도 오셨더랬어요.
저 그 때 부반장이었는데, 임원아이들과 같이요.
친정엄마께 전화하니
"아..그 총각선생님~ 발랄했던 그 선생님" 기억하시더라구요.

당장 내일이라도 교장실로 찾아가서
"선생님, 저 누구에요~"하고 인사드리고 싶은데
30년 전 담임 반 아이를 기억이나 하실런지,
또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한테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하는지
빈손(?? 촌지가 아니라 빵이나 음료수나 뭐 그런 인사)으로 가면 안 되는 건지
등등 사소한 게 약간 신경쓰이네요.
그래도  너무 반갑네요.

글쓴 김에
지금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자랑도 할게요.
우리 아이가 좀 잘난 척도 하고 나서는 편이에요.
좋게 보면 똑똑하고 활달하지만
나쁘게 보면 찍히기도 좋죠.
입학식 딱 일주일만에
교문까지 두 줄로 선생님이 하교지도하시는데,
우리 아이랑 짝만 다시 교실쪽으로 데리고 들어가시더라구요.
그러더니 다시 줄서는 연습을 ^^;;;
그 많은 학부형들 다 있는 가운데에서
줄서기 '나머지 공부'를 한 거죠.
그리고 며칠동안
선생님에게 지적받은 이야기, 친구랑 사소하게 다투다가 일어나서 '손머리'한 이야기,
"누가 너네 반에서 제일 많이 장난쳐?"라고 물으면 "나"라는 이야기 들을
줄줄이 들었죠.
어찌 걱정이 안되겠습니까...

저번주에 드디어 16개월짜리 동생 들처업고
청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엄마들이 벌써 예닐곱 명 청소하시더라구요.
좀 뻘쭘했는데, "저 OO엄마에요"하니까 환히 웃으시며 맞아주셨어요.
다 끝나고 선생님한테
"우리 아이가 너무 까불어서 힘드시죠?"
했더니 막 웃으시면서
"칭찬도 제일 많이 받고, 벌도 제일 많이 받아요. 하지만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아요. 똑똑하네요."
하시더라구요.
제가 "집에서 얌전히 하는 법 따로 더 교육시켜야 할까요?"했더니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많이 받아주세요. 1학년 애들이 학교생활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아마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을 거에요. 규칙은 학교에서 차차 익히면 돼요. 집에서는 많이 풀어주세요.
안 그래 보여도 속은 많이 여린 아이더라구요."
헉.
저 감동먹고 잠시 말을 잃었는데
뒤에 다른 몇 명 엄마들이 쭈뼛쭈뼛 가시려 했나 봅니다.
선생님이 불러 세우십니다.
"어머니.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보시고 가세요."
그러니까 어머니들이 하나 둘
"우리 아이는 왼손잡인데요..", "우리 아이는 글씨를 잘 못 쓰는데요.."하고 말을 꺼내십니다.
저는 그 모습 뒤로 하고 인사 크게 드리고 나왔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고 안심이 되는지..

이제 교직생활 10년째의 젊은 선생님이셨습니다.
아마 이런 선생님께 촌지 내밀면
제가 너무 부끄러울 거 같아요. 그런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반은 모집 힘들다던 녹색 어머니회, 지킴이 등등이
단번에 마감이 되었답니다.
보기에 따라서 치마바람이랄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 뵙기가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엄마들이 '봉사'차원에서 좋은 마음으로 한 거라고 믿어봅니다.
그래서
16개월 동생 있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 맡고 온 저
별로 찝찝하지 않습니다. ㅎㅎ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지만 아무튼...
저 교장선생님 찾아뵈도 되는 거겠지요???
IP : 59.10.xxx.6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3.21 11:59 PM (211.104.xxx.214)

    와~ 듣기만 해도 감회가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꼭 찾아가세요.. 모르시더라도 반가워해주시지 않을까요? 부반장까지 하셨으니 ^^

    촌지는, 동네별로 다른거같아요. 특정 몇몇 동네들만 심한 거 같더라구요.
    전 좀 심한 동네에서 자라서 그런지 안좋은 추억이 많네요.. 결국 저희 엄만 하셨구요.
    저는요 거의 협박조 요구에 학부모가 응해주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지 않아요.
    일단 이거먹어라는 식으로 주니까 잠잠해져서.. 이런 표현 하니 속이 시원할 정도로 밉습니다 그 선생님들.

    저야말로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샜네요. ㅎㅎ
    쥬스나 떡 같이 선생님들 나누어드실 수 있는 간단한 선물은 가지고 가셔도 괜찮을 듯해요.
    담임 선생님도 좋은 분 만나신 거 같네요. 축하^^

  • 2. ^^
    '06.3.22 12:06 AM (211.207.xxx.18)

    우와..그렇게 만나지는 인연도 있군요..
    선생님들은 대부분 인사드리면 기억하시더라구요..
    인사 꼭 드리세요..

    아이 선생님도 참 좋은 분 만나셨군요.부럽네요.^^

  • 3. 강물처럼
    '06.3.22 12:08 AM (124.63.xxx.67)

    정말 반가우셨겠어요..

    선생님도 좋으시고... 교장 선생님 꼭 찾아가셔서 인사하셨음 좋겠어요..
    저도 학교때 선생님들 다 기억하고 있는데, 몇해전에는 편지도 한번 보냈어요..

    초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은 돌아가셨더라구요...ㅠ.ㅠ


    선생님도 정말 반가워 하실거에요..

  • 4. 유난히
    '06.3.22 12:13 AM (200.63.xxx.58)

    치맛바람이 거세던 제 초딩시절..울 엄마는 가게 하시느라 학교에 오신적이 없으세요.
    전 있는듯 없는듯 지내는..그런 소심한 아이였는데 초5때 갓 부임해오신 총각샘이 저를 너무 이뻐하셨어요.

    정말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저를 ...왜그리 이뻐하셨는지..옆반 여자샘께 저를 일부러 델고가서 "얘 이쁘지 않느냐고.."하시기도 하구요.(저 별로 이쁘지 않거든요)

    세상을 얻은듯한 느낌이였고..어린나이에 학교생활이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내요.

    30년이 지나고 이제 인터넷을 통해 그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저를 기억못하시더라구요..당연하지요..특별한 아이가 아니였고 세월도 너무 오래되었고...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저 외국사는데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어요..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도
    전했지요..

    저를 기억못해서 많이 안타까워 하시며 연락처를 주셨어요..한국나오면 꼭 연락하라시며...

    주소를 보니 지금 친정부모님이 살고계신곳에서 버스 딱 한정거장정도...^^
    웬지 쑥스러워 한국가서도 전화는 안드렸지만 선생님 생각할적마다 참 행복합니다...

    좋은 선생님 만나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5. 어머낫
    '06.3.22 12:54 AM (221.140.xxx.191)

    정말 제가다 기분이 넘 좋네요.
    부디 교장선생님꼐 꼭 찾아가세요.
    기억못하실까봐 걱정되신다구요?
    혹이라도 기억 못하신다 하더라도 교장샘은 너무나 너무나 반가워하시고 뿌듯해하실거예요.

    저 새내기 교사지만요......
    나중에 제자녀석들이 어른이 되어 저 찾아주면 넘넘넘 고맙고 교직생활에 대해 뿌듯하고 보람느낄거예요.
    ^^*

  • 6. 인연
    '06.3.22 9:47 AM (59.27.xxx.109)

    정말 특별하고 귀한 인연이네요.
    저희 아버지가 초등교사로 퇴직하셨는데요...퇴임 무렵 맡았던 학생의 엄마가 옛날 제자였답니다.
    아버지, 옛날 앨범 들춰보시고 정말 좋아하셨고요 그 모습 보는 저희들은 예전 선생님을 기억해 낸 그 제자분(학부형)이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초등학교는 배출한 졸업생에 비해 성인이 돼서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드물거든요.

    선생님 입장에선 빈손으로 와도 전혀 상관없는데(제자 자체가 선물입니다^^) 그래도 뭣하시면 작은 음료수나 케익 정도면 돼요.
    혹시, 너무 오래전 일이고 많은 학생들 틈에서 님을 정확히 기억 못하시더라도 섭섭해 하진 마세요.
    (보관해 둔 앨범이나 사진 가져가시면 옛 추억을 더듬는데 도움이 될지도 ㅎㅎ)

  • 7. 인연2
    '06.3.22 9:53 AM (220.75.xxx.162)

    정말 너무 반가우셨겠어요.
    꼭 인사드리러 가세요. 추억이란건 행복하고 소중한거죠.
    더군다나 아플때 병문안까지 와주셨던 선생이었다면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릴만하죠
    그런분이 교장선생님이 되셨다니 불신했던 대한민국 공교육에 쬐금 믿음이 갑니다.
    전 내년에 아이 초등학교 보내는데 원글님처럼 좋은 선생님 만났으면 좋겠어요.

  • 8. 정말 좋은..
    '06.3.22 10:17 AM (58.226.xxx.219)

    저 초등6년때 새로오신 교장선생님..
    알고 보니 우리 아빠 초등 6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더랍니다..
    두분 모두 많이 반가와하시던 모습이..
    종종 교장실에 불려가 학창시절 아빠 모습을 생생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답니다..
    꼭 찾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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