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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허한 마음 조회수 : 1,744
작성일 : 2006-03-15 06:03:18
이틀동안을 맘이 허해서 견딜수가 없네요.
남편만 두고 애들데리고 외국에서 공부시키고 있어요.
오면서 무척 친하게 지낸집아이를 데려왔구요.
그집은 사업을 해서 부유(?)하다고 볼수 있지요.
애가 한국에 가서 방청소 해주느라 (평소에 방이 거의 돼지우리수준)들어가서 청소하다가
쉬운성경책이 있더군요. 제가 요즘 요한계시록을 읽는데 좀 어려워서 빌리려하다가,
그밑에 영어 소설이 있는거예요. 것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사진이 있고...
반가운 마음에 열어보았다가 아뿔사~~이미 내눈에 들어와버린 글 몇줄...
소시적에 속독을 좀 해서 무지 빠르거든요... 일기장이었던거죠.
동대문 옷 입는주제에...월급장이주제에...???
무슨얘기일까 싶어서 그 한페이지를 읽어보니 저와 제 남편얘기였어요.
구구절절 ...둘이 맞벌이주제에 꼴랑 집한채라는둥...꼴랑.....
남들이랑 말도 제대로 못한다는둥,
웃기지마라 우리집은 회사가 두개에 집이 세채라는둥...
손이 떨려왔지요. 어찌됐든 일기니까 더 읽고싶지도 않더군요.
요즘 좀 사치가 심해져서 힘들게 부모님이 유학보내시는데 좀 줄이라고 했거든요.
것두 아주 부드럽게...
근데 우리집은 니들처럼 돈 몇푼에 벌벌떨지 않는다며 흥흥 ...이렇게 써놓았더라구요.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없어서 괴로웠어요.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해서 매일 신경써주고 행여나 먹을마음이 동하면 먹으라고 냉장고에 맨날 간식
만들어서 넣어두고...인스턴트 안먹게 하려고 얼마나 애쓰고있고...
남들이 홈스테이 그렇게 버릇들이지 말라고 했건만...
내자식처럼 생각하면 저도 식구처럼 여기겠거니...
다 그렇다치고 둘이 죽어라 벌어서 지금 십 몇억쯤 됩니다.  우리둘이요..
부모도움 한푼없이 그정도면 우리둘..얼마나 입에 단내나게 뛰었는지 아시겠지요?
이제 남편도 퇴직이고 앞으로 저축이 늘어날일은 없는데,
저 어린거한테 우리둘 평생이 그리 하찮아 보였나 싶은게...참 허전하네요.
착하고 항상 엄마만 생각하는 우리 이쁜 딸보면서 저렇게 험하게 크지않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건지...
근데 세상이란 참 묘해서 어려서부터 돈맛알고 살던애들이 돈도 벌더군요.
세상 돈이 다가 아닌건 분명한데, 돈때문에 가끔 막힐땐 (애 교육문제...) 차암~~ 할말이 없어요.
오늘 날씨는 잔인하게 좋은데 제맘은 왜그리 시궁창인지...
요즘 애들은 조숙하다못해 잔인하더군요.




IP : 206.116.xxx.3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고..
    '06.3.15 7:08 AM (218.154.xxx.135)

    속상하시겠어요... 그 아픈맘 전부는 이해 못해도 어느정도 이해는 가요...
    그런데요.. 계속 속상해하셔봤자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은쪽으로 달라질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앞으로 쭉 계속 데리고 사셔야 한다면..
    그 아이를 이해 못하시겠지만... 그냥 용서해주세요....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춘기 일시적인 반항일지 몰라요...
    아무리 부드럽게 말씀하셨어도 애들한테 자기듣기 싫은 얘긴 꾸중이거든요...
    그 아이는 꾸중이라 생각하고 만약 부모님이면 대들었을텐데 부모님도 아니니 속으로 꿍해서
    일기장에 썼을거에요.....
    저 어렸을때도 생각해보면.. 그랬어요. 어른들은 좋은말로 타이르는데..
    저는 반항심에.. 듣기싫다는 생각에.. 일기장에다 쓸말못쓸말 다 썼거든요...

    그 아이 위해 기도해주시고, 용서해주시고, 축복해주세요.
    정말 신기하게...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남으로 인해 속상했을때의 제 방법이에요....)

    그리고 아마 좀더 커서 철들면 님께 감사한마음 다 알고 보답할거에요........

  • 2. 코스코
    '06.3.15 7:30 AM (211.196.xxx.170)

    혹씨 브리지트 존스 다이어리 라는 영화 보셨어요?
    거기에서 말하죠, (정확한 말은 모르겠는데... 대충) 다이어리에는 쓸데없는 허절구래한말들을 적어넣는다고요
    그 말이 맞는거 같아요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다이어리는 오늘 모했다, 오늘 날씨가 어땠다, 오늘 누구가 어쩼다~ 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믿고있는 다이어리는 무슨말을 못쓰겠어요
    부모욕도 하고, 누굴 죽도록 사랑한다고도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서도 하고...

    그녀석이 심하게 말을 쓴건 허한마음님 가슴아푸게 했겠지만, 다이어리는 그저 다이어리로 쓸데없는 허절구래한 말들을, 녀석이 야단맞아서 (?) 말댓구도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적어놓은거라 생각하세요

    아마도 그집 부모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을꺼에요
    그렇게 정성을 들여 남의 아이 봐주는거 쉽지 않거든요

  • 3. 맞아요
    '06.3.15 7:32 AM (61.66.xxx.98)

    안듣는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쟎아요.
    에고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도 청소년기에는 일기장에 별별말 다 썼었어요.

  • 4. 상상
    '06.3.15 7:43 AM (59.187.xxx.93)

    저 어릴적에 일기에 올케언니에 대한 글을 제 자신만의 언어로 썼다가
    조카놈이 일기장을 찢어놓는 바람에 언니가 그 일기를 읽은거예요.
    전 그 일기를 적는 그 순간에 감정이 다 날라가 버려서 더이상 남아있는게
    없는 상태였는데 말이죠.

    너무 그렇게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될것 같아요.
    아이라도 님의 진심은 통합니다.
    해오셨던대로 계속 일관성 있게 대우해 주세요.

  • 5. 허한마음
    '06.3.15 7:52 AM (206.116.xxx.31)

    후우~~
    정말 고맙네요.
    꽤 이른시간인데 그냥 지나치지 않으신분들...
    제가 좀 정도 많고 상처도 잘받고 그래요.
    애가 한 말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해도 참 못나게스리 안되드라고요.
    가뜩이나 남편 실직때문에 심란해 있다가 더 그런일이 생겼어요.
    시험때면 몇번씩 들락거리며 깨워주고 다독여주고...
    있는투정 여러비밀들... 엄마한테 말하진 못해도 저한테는 하거든요.
    아마도 배신감 때문에 더 그랬나봐요.
    에고님... 그리고 다른분들 충고 고마워요.
    위로받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아이를위해 기도할께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 좋은분들...

  • 6.
    '06.3.15 9:15 AM (61.252.xxx.53)

    "근데 세상이란 참 묘해서 어려서부터 돈맛알고 살던애들이 돈도 벌더군요."
    이 말이 공감이 가는지...주위에 있는 집 자식들이 돈도 잘 벌더군요..
    성격 좋고 주위 사람들한테 잘하는 속 좋은 사람들도 잘 살지 못하고 그 집 자식들도
    잘살지 못하고.....저는 후자에 속합니다....쩝...

    일기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전제로 쓰기 땜에 그럴 겁니다...
    저같이 속 좁은 사람은 어릴 때 울 동생이 내 일기 훔쳐볼까봐 쓰지도 않았다는 전설이....^^;

  • 7. 왜님
    '06.3.15 9:23 AM (211.193.xxx.95)

    말씀 맞아요. 친구 중에서도 어려서 부자인 아이들이
    그걸 유지하려 애쓰고 돈의 힘을 알더군요.
    지금 평범한걸 불안해 하구요.

  • 8. 그래요
    '06.3.15 9:29 AM (218.145.xxx.173)

    저도 중학교땐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촌에 대해 욕을 왕창 써놓은 일기장을
    들키는 바람에 철렁 했던 적이 있었어요
    예쁘지도 않은게 예쁜척한다는 둥
    아주 악의적으로 썼었는데
    얼마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아마도 속으로 그 아이를 많이 질투했었나봐요
    그러니 예뻐서 부럽다고는 못하고
    예쁜척한다고 욕했던 거죠

    그 아이 맘 속에 자기는 부모 누구와도 함께 하지 못하는데
    원글님 아이들은 엄마랑 같이 있으니
    그게 너무너무 부럽다못해 미워서 그랬던건 아닐까 싶네요
    이해해 주세요
    질풍노도의 시기 아닙니까..ㅎㅎ

  • 9. 요즘애들
    '06.3.15 9:43 AM (219.255.xxx.186)

    요즘애들이 좀 그런가봐요
    제 친구 미국으로 이민갔습니다. 몇년있다가 오빠네 애들둘 데려다 공부시켜주고
    데리고 있는데요 겨우 생활비보조정도 받구요
    어느날 조카일기장에 (18,16살) 얘를(지들고모) 미친*이라고 써 놨더랍니다.
    잔정은 없어도 기본은 하는 친굽니다. 엄마처럼 해 줄수는 없겠죠
    저도 듣다가 열나서 그러게 머리검은 ** 거두는게 아니다라고 옛말했더니
    그래도 걔들은 애라고 그럴수 도 있다고 괜찮다고 합니다.
    전, 다 컸는데 애는 무슨 애 냐고 화 냈습니다.
    속 깊은 친구 하는말이 그래도 지가 어른이기 때문에 참아야한다고 합니다.

    저 어제그제 잘난 시누땜에 열받고 있습니다. 너나 잘해라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기분이 조석변입니다. 싸이코같애요
    어른도 그런데 아이가 그럴수 도 있다고 이해해 주세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진심이 통할 거예요

  • 10. 원글이
    '06.3.15 10:15 AM (206.116.xxx.31)

    답글 계속 읽고있네요.
    한분한분 참 감사해요.
    남편없이 씩씩한척했는데 내심 외로웠나보죠.
    엄마랑 같이 있는게 부러워서 그럴수도 있다는 말씀...와닿네요.
    그아이 거의 한국에서 지 엄마랑 끝까지 갈데까지 가도록 싸운 전력이...
    담배도 엄마 맘아프라고 일부러...
    근데 여기서 저랑 제딸아이가 생활하는거 보더니 슬그머니 한국에 전화도하고 엄마를 그리워하기도
    하네요. 그말씀 맞는거 같습니다.
    암튼 여러가지로 사람모습 만들어 가려고 노력중입니다.
    지혜를 모아주셔서 감사해요.

  • 11. ..
    '06.3.15 10:32 AM (211.215.xxx.29)

    원글도 댓글님도 다 좋은 분이네요..
    저같으면 일기장 다 싸서 보내겠다.이러려고 했다가 슬며시 마음이 바뀌면서...
    그래 애들인데 나도 그애를 위해 기도해줘야겠다..이렇게 마음이 되네요..
    저도 그 애를 위해 기도할께요...
    그리고 님의 아이나 착하신 님을 위해서도...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랄께요.

  • 12. 원글님
    '06.3.15 11:06 AM (211.193.xxx.95)

    정말 훌륭한 분이네요.
    저 같으면 쫒아 냈어요.
    반 죽여서요. 제가 배우고 갑니다.

  • 13. 에고..
    '06.3.15 11:44 AM (125.191.xxx.31)

    아까 출근전에 댓글 남기고 계속 마음이 쓰여 또 들어와봤는데..
    저는 당사자가 아니라 말만 너무 쉽게 했나.. 싶었거든요...

    근데 윗님 말씀대로 원글님 너무 훌륭하시고 멋지십니다!. ^^
    앞으로 원글님앞에 기쁜 일만 가득하도록 기도할께요.

  • 14. 이구이구
    '06.3.15 1:06 PM (61.255.xxx.3)

    이럴땐 정말 토닥토닥~ 등이라도 두들겨 주고 싶다니깐요
    원글님 너무 이쁘세요 ^^
    철없는 아이가 일기장에 성질 부려논거에 맘상하지 마세요
    그깟일에 속상하면....건강에 안좋아요 ^^
    저도 사춘기때는 일기장에 엄마욕 아빠욕 얼마나 많이 썼었는데요
    씩씩 거리면서 분푸는거죠
    두고보자 막 이러면서
    다 순간적인 거니까 맘상하지 마세요

  • 15. 더 겁나는건
    '06.3.15 4:05 PM (211.169.xxx.138)

    저는 자식교육 그렇게 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내 자식도 밖에 나가서 어떻게 하는지
    제가 자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어린 아이들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요.
    저는 어릴 때 저희 엄마에게도 그런 맘 먹은 적 있는걸요.

    원글님 적선하시면 자식들이 복을 받을 겁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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