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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0원의 축의금

회상 조회수 : 2,005
작성일 : 2006-02-07 10:17:31
아침에 출근해서

참으로 가슴이 찡한 글을 읽었습니다.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이철환 작가의 "축의금 만 삼천원"이란 글입니다.
              
*******************************************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친구가 -
*
*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
*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 오광수

            [옮김]

************************************************************

이 글을 읽고 왠지모를 눈 시울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없어서 해주지 못하는 아픈 가슴이

제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그런 아픔을 느꼈습니다

무엇이 그 부부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

흐려지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참 많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바라게 되는

새상을 살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제자리일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주위에는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정녕 나눌 수는 없어도

작은 아픔이라도 주지 않는

그런 고운 마음이기를 빌어 봅니다



IP : 61.79.xxx.16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06.2.7 10:26 AM (222.108.xxx.104)

    눈물이 핑 도네요. 얼마전에도 여성시대에서 그런 사연 들었거든요. 25000원 축의금이 화가나서 친구한테 뭐라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틀동안 붕어빵팔아 번 돈으로 가져온 축의금 이였다구.
    최선을 다해 마음을 전해준 친구모습이 너무 고마울거 같아요. 또 그마음 알아주는 친구도 고맙구.

  • 2. 흠.
    '06.2.7 10:40 AM (211.221.xxx.188)

    이 이야기도 꽤 오래전부터 나오던 얘기라 알고 있는 건데요. 역시 매번 읽어도 가슴이 찡~해요.

  • 3. 감동적이네요..
    '06.2.7 12:04 PM (220.126.xxx.10)

    눈물 한방울흘렸어요...

  • 4. -.-
    '06.2.7 1:57 PM (211.208.xxx.80)

    코끝이 찡합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이 작가도 다른 어떤이에게
    이런 친구가 될수 있겠네요. 저는 그릇이 작아 이런 친구도 없고 다른이에게도
    이런 친구가 될수 없음이 슬픔니다.

  • 5. 친구야!
    '06.2.7 11:37 PM (211.198.xxx.2)

    눈내리는 밤, 친구가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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