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참으로 가슴이 찡한 글을 읽었습니다.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이철환 작가의 "축의금 만 삼천원"이란 글입니다.
*******************************************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친구가 -
*
*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
*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 오광수
[옮김]
************************************************************
이 글을 읽고 왠지모를 눈 시울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없어서 해주지 못하는 아픈 가슴이
제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그런 아픔을 느꼈습니다
무엇이 그 부부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
흐려지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참 많이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바라게 되는
새상을 살면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제자리일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주위에는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정녕 나눌 수는 없어도
작은 아픔이라도 주지 않는
그런 고운 마음이기를 빌어 봅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13,000원의 축의금
회상 조회수 : 2,005
작성일 : 2006-02-07 10:17:31
IP : 61.79.xxx.16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그냥
'06.2.7 10:26 AM (222.108.xxx.104)눈물이 핑 도네요. 얼마전에도 여성시대에서 그런 사연 들었거든요. 25000원 축의금이 화가나서 친구한테 뭐라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틀동안 붕어빵팔아 번 돈으로 가져온 축의금 이였다구.
최선을 다해 마음을 전해준 친구모습이 너무 고마울거 같아요. 또 그마음 알아주는 친구도 고맙구.2. 흠.
'06.2.7 10:40 AM (211.221.xxx.188)이 이야기도 꽤 오래전부터 나오던 얘기라 알고 있는 건데요. 역시 매번 읽어도 가슴이 찡~해요.
3. 감동적이네요..
'06.2.7 12:04 PM (220.126.xxx.10)눈물 한방울흘렸어요...
4. -.-
'06.2.7 1:57 PM (211.208.xxx.80)코끝이 찡합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이 작가도 다른 어떤이에게
이런 친구가 될수 있겠네요. 저는 그릇이 작아 이런 친구도 없고 다른이에게도
이런 친구가 될수 없음이 슬픔니다.5. 친구야!
'06.2.7 11:37 PM (211.198.xxx.2)눈내리는 밤, 친구가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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