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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부모라....

가슴이아파요.. 조회수 : 535
작성일 : 2006-02-03 10:53:29
어제 부모의 조건이 무얼까라고 어떤분이 쓰셨던데
저도 아직 아이는 없지만 언젠가는 엄마가 될 사람으로서 많이 생각하는 부분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조건은 사랑과 관심이에요.
경제적인 능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사랑과 관심이 없이 크는 애들이 잘되는건 못본거 같아요.

요근래 마음 뒤숭숭한일이 생겼습니다.
온라인에서 약 3년정도 알고 지낸 동생들인데 저희부부랑도 잘 아는 사이에요.
이제 막 스무살짜리들이 대형사고를 만들어 버렸는데 막막하니 저희부부한테 도움을 요청하더군요.
직접 말할 면목은 없던지 남편한테 문자가 왔더라구요.
"형 미안한데 25만원쯤 빌려줄수 있어?"

금액에서 딱 감잡고 제가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적은 금액은 아닌데 무슨일이냐고 혹시 병원갈일이냐고..
머뭇머뭇하더니 인정하더군요.
지금 상황에서 애는 낳을수 없으니 수술해야 될거 같으니 돈 빌려 달라고 하대요..
언제 알았냐고 물으니까 약 삼일됐다고 하는데..
삼일밖에 안됐는데 수술하기로 결정내린건 너무 성급한거 같으니 더 생각해보라고 하고 전화끊고
다음날 불러 직접 얘기해보기로 했습니다.

여자애나 남자애나 가정환경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남자애는 중1때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3급장애인이 됐는데
보상금으로 몇억이 나왔다는데 아버지가 사업하신다고 다 까먹고 여자때문에 까먹고..
지금 결국 월세로 중국여자랑 혼인신고 하고 사신다고 하십니다.
지금은 택시기사 하신다는데 일하고 싶을때만 일하는거 같구요.
(이대목에서 저랑 남편은 얼렁 집에서 나와서 독립해서 돈벌라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중퇴하고 집에서 놀고 있는데 용돈도 안받은지 오래 되고
인터넷도 설치안해줘서 애가 맨날 겜방에서 놀고 있어요.

여자애는 올해 수능봤는데
대학은 안간다고 버티고 있고 아버지가 알바도 못하게 한다네요.
부모님은 이혼하셨는데 아버지가 간섭이 심하지만 자세하게 신경써주는거 같진 않았고
(맨날 라면만 먹습니다.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요.위도 안좋고 빈혈도 있는거 같은데;)
집안에 빚도 있고 이혼한 부모님 사이도 안좋다고 합니다.

양쪽 집 둘 다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저희부부가 보기엔 둘 다 집안에서 방치상태가 심각해보였구요..
만약에 애를 낳는다면 남자애가 처가살이를 하는게 좋을거 같다라고 의견을 냈어요.
수술 하려면 일찍하는게 좋긴 좋지만 여자몸에 무리가 많이 가니까 둘이 얘기 잘 해보라고 했지요.
알았다고 돌아가는데 여자애가 벌써 먹고싶은게 생겼나 본데
둘 다 돈이 없으니 참는거 같아서 불쌍해서 용돈도 좀 쥐어 보냈습니다.

연휴지나고 연락이 왔습니다.돈 빌려 달라고..
연휴전에 여자애아버지한테 일단 인사부터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난리가 나신모양이에요.
남자애가 밖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데 옆에서 소리치고 나가시더랍니다.
"너 집밖에 한발자국이라도 나가면 아빠랑 인연 끊을 줄 알아!!"
애 생겼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네요.
남자애는 남자애 나름대로 황당하기도 하고 좀 화도 난거 같던데
자기들이 결정했다는데 저희가 더이상 뭐라 하기도 그래서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날 저희 부부 둘다 기분이 안좋아서 별로 말을 안했네요.
저같은 경우엔 저희부부도 동조자가 된거 같아서 기분도 안좋았구요..
여자애 몸조리는 잘 했을까 생각도 나고...우울하네요.
(남자애랑 더 친하지만 저도 여자다 보니 여자애가 더 불쌍해보여요)
얼마나 의논할 상대가 없었으면 우리한테 얘기했을까 싶기도 하고
둘이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다가도 능력없는 남자애가 미워지고..

남편이 아는 여자애가 또 한명이 있는데
애가 참 이쁘장하고 키도 커요.
근데 얘도 부모님이 이혼을 한다 안한다 싸우는동안 방치되서
사귀던 양아치 남자애한테 푹 빠져서 거의 살다가 부모님 이혼하고 정리되면서 겨우 정신차렸거든요.
그때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은 친오빠같이 지내는데
얘도 혼전임신을 했는데
남친이 학생에 군인신분이지만 다행히 상대남자부모님들이 좋은 분이라서 결혼했어요.

저희 외삼촌중 한분도 애들 초등학교때 이혼하시고 딸 셋이랑 같이 살아요.
이혼하고는 집 얻을돈이 없어서 저희집에서 살다가 지하실방으로 옮겨갔었는데
지금은 1억대 아파트에서 사세요.
외삼촌이 굉장히 애들한테 미안하게 생각하시면서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키워서 그런지
가족분위기도 좋고 애들이 어긋나지도 않고 잘 컸어요.
요즘에도 애들 출근할때 외삼촌이 아침 차려주고 그러신다네요;
그래서 그런지 막내가 속은 좀 썩혔지만 애들이 번듯한 직장다니고 그래요.

여자애 아버지 얘기듣고 저랑 남편이랑 둘이 마주 앉아서
"좋은 부모 되기 참 힘들구나.."하고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리고 우리 둘이 일찍 죽지말고 애들 챙기면서 잘살자고 약속했습니다.
남편은 아기때 친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부모님의 사랑을 못받아서
남자애한테 신경을 많이 썼는데 실망한 눈치였고
전  시집오기전에 엄마랑 싸우고 속썩였던거 생각하면서 반성했습니다.
사사건건 저랑 부딪혔던 엄마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잘 커서 결혼도 할 수 있었던 건데
엄마의 사랑을 전 잘 몰랐던거 같아요.

어제 자는데 남편이 그러대요..
"걔 미역국은 먹었을까..."
IP : 211.221.xxx.25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40대 엄마
    '06.2.3 11:37 AM (211.51.xxx.223)

    마음이 참 아프네요...
    저도 자식 키우는 데 항상 부모란 뭘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좋은 부모 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랑도 관심도 다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조금만 넘쳐도 안되는 것이고 또 조금만 모자라도 확 표시가 나는 것인지라...
    또다시 부모의 조건에 대해서
    난 자격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네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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