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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 조회수 : 363
작성일 : 2005-12-28 17:01:13
남의 뒷담하는 일이라 좀 뭐하긴 한데 제가 답답해서 글 올려 봅니다.

저는 아직 결혼 안 한 학생이구요, 며칠 전까지 룸메이트랑 같이 살았었어요.
방 두 개짜리 집에 방 하나씩 쓰고 살았죠. 원래 저랑 저희 오빠랑 살던 집인데, 오빠가 이사를 나가고 방이 비면서 룸메이트가 그 방으로 들어왔답니다. 그래서 오빠가 방에 남겨두고 간 이불이랑 쓰레기통이나 온풍기 같은 걸 그 애가 쓰고 있었어요. 그 애는 거의 짐없이 자기 옷이랑 자기 이불 몇 개랑만 가지고 와서, 욕실 용품같은 거라든지 가끔 밥먹을 때도 거의 제걸 다 썼었어요. 전화조차도요. 그때도 저한테 물어보고 쓰거나 그러지 않았아서 제가 좀 꾸중;하곤 했답니다. 쓰는 건 다 써도 상관없지만 한 마디 말은 하고 쓰라구요.

근데 며칠 전에 룸메이트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러면서 자기가 쓰던 제 오빠의 이불하고 쓰레기통을 다 가지고 갔네요. 그래서 기분이 팍 상했답니다. 왜 자기 것이 아닌데 당연하게 들고 가는지요.

이불이나 쓰레기통......정말 작은 것이고, 지난 일년간 제가 그 아이에게 기쁜 마음으로 줬던 옷이나 음식 등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양인데, 그게 그렇게 속이 상하더군요. 저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자기가 쓰던 거라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져갔다는 것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예의가 아니잖아요. 제가 그걸 걔한테 준 것도 아니고.

저는 니것/내것의 분별이 굉장히 심한 편이에요. 아무런 말 없이 남의 것을 갖다 쓰는 행동, 어렸을 때는 한 적이 있지만 그게 상당히 예절없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안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너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걸까요? 제가 주는 건 상관없지만, 제가 주지 않은 것을 가져갔다는 게 싫은 건데..

솔직히 제 주변의 사람들도 이유없이 남한테 뭔가를 얻어 쓰는 사람들은 아니라서 룸메이트 얘기도 아무한테 못하겠어요. 제 친구들은 당연히 저와 같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룸메이트만 이상한 사람이 되거든요. 제발 누군가 이불이랑 쓰레기통 같은 사소한 거에 신경쓰지 말라고 말해주세요. ㅜ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새 쓰레기통을 사들고 가서 룸메에게 주고, 제 오빠걸 받아오는 걸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불은 안 사줘도 룸메가 많이 갖고 있으니 상관없을 것 같구요. 고작 이불이나 쓰레기통 같은 거에 집착하다니.. 제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는 정말 고지식한 거겠죠? -_ㅜ
(덧붙이자면, 그 쓰레기통은 오빠와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이 오빠에게 준 거였답니다..)









-----------
사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대학생 되고 나서 돌아가셨답니다. 룸메의 부모님은 룸메가 고등학생 때 사업에 실패하셔서 해외로 돈벌러 가셨구요. 그래서 룸메가 부모님 없이 힘들게 자랐어요. 자기가 진 빚이 아니라 부모님이 진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까지 되구요. 그렇게 힘든 세월을 이겨내 온 아이인데 이런 사소한 걸로 그 아이가 낮게 평가받는 게 싫어요. 룸메는 정말 힘들게 살아온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처럼 예의없는 행동을 한다는 게 정말 싫어요. 그건 그 애 가정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애의 환경 때문인데도요........ 그래서 제가 더 짜증이 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IP : 61.37.xxx.16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12.28 5:29 PM (211.178.xxx.185)

    결론까지 다 말씀해 버리셔서 할말은 더 없고요
    받을거 다 받으시고 그냥 잊으세요.
    그친구가 다시 댁에 와서 살것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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