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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와서 저는 정말 행복해요...

며느리 조회수 : 1,809
작성일 : 2005-12-27 13:16:19
올케와 시어머니의 얘기를 올린 글과 많은 리플들을 보고
오늘 아침 저도 참 놀라고 제 자신의 위치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전 34살 결혼 5년차 맞벌이 주부에요..
29에 콩깍지 씌워서 죽자사자 쫓아다니던 다섯살 많은 지금의 남편과 4달만에
초 스피드로 결혼했고 바로 이쁜 딸을 낳아서 지금 알콩 달콩 살고 있습니다.

여자에게 살면서 가장 큰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옛속담이긴 하지만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고들 하지요..
어떤 남자를 만나냐에 여자 인생이 정말 달라질수 있구요..

보름전에 일주일정도 병원에 입원하며 간단한 수술을 받았습니다.
절 가장 아껴주셨던 친정 어머니가 지난가을 하늘나라고 가시고
언니도 없고 여동생도 없는절 저희 형님들(남편에게 누나가 2분 계셔요..)과 우리 너무도 착한
동서가 서로 교대로 병원 와주고 우리딸 봐주시고 남편 뒷바라지까지...
시부모님께는 일부러 알리지 않았거든요.
저 아프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시골에서 오실 분들이라..나중에 다 나으면
그때 말씀드려야지 했어요..

작은형님 댁에서 점심을 먹는데 형님과 가장 친한 친구분이 놀러오셨어요..
간단하게 인사를 여쭈었더니...그 친구분이 저를 찬찬히 보시면서
매일 자랑하던 큰 올케냐며..^^궁금했다고...

그래서 형님이랑 설겆이 같이 하면서 "형님 나 잘한거 하나두 없는데 뭔 자랑을 그리 하셨데요?
웃으면서 슬쩍 물었더랬죠..."
저희 형님 그냥 웃으시더라구요..
집에와서 얼마나 뿌듯하고 기쁜지..울 남편한테 자랑하고...거바바..당신은 정말 결혼 잘한줄 알어..
그러면서 속으로 참 감사하고.앞으로 내가 더 잘해야지 하는 다짐을 했습니다.

저희도 결혼하면서 시댁이나 친정 모두 형편이 좋지 않으셔서 열심히 맞벌이하면서
이제 곧 새 아파트로 입주합니다...
시댁은 시골이라 시어머님 저만 보면 그러세요..
큰아들(저희 남편이요..^^)이 널 만나서 다 잘된다고...다른 여자들은 남자가 벌어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면서 편하게 사는데..친정부모님이 애지중지 곱게 키운딸 시집와서
이리 고생한다고...하늘에 계신 친정 어머니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고...
동네에서 소문났다고 우리 집안은 큰며느리가 잘 들어와서 모든일이 술술 풀린다며
복받았다구요..^^

저또한 이런 시집이 있는 며느리이고요..
저한테도 하나뿐이 오빠가 있어 올케언니도 있어요..
가끔씩 사고를 한두번씩 치는 오빠때문에 항상 저희 올케언니한테는 제가 죄인입니다.
그런데 저희 올케언니는 또 얼마나 착하냐면...참...
저때문에라도 오빠랑 헤어질 생각을 못하겠답니다.
올케언니도 자매가 없어서 저희는 서로 의지하면서 자매처럼 속얘기 하고 지내거든요.
특히 저희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올케언니한테 많이 감동도 받고..
올케 언니는 오히려 저한테 너무 미안하다 하더군요..
며느리인 자신이 해야할 일인데 저한테 짐을 주었다구요..

사는것도 형편이 나은 우리집과는 달리 오빠네는 많이 어렵습니다.
저희딸과 6개월 차이나는 조카가 있어서 옷이나 신발을 사도 똑같은거 두개사고..
제가 입을 옷을 사도 전 두개를 사서 언니한테 보내주곤 해요..
그럼 언니는 또 고맙고 미안해하고...

처음에 언니와 오빠가 결혼했을때 저희 언니도 돌아가신 친정엄마와 그리 좋은 사이는
아니였어요..당연하지요..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몇십년을 살다가
그야먈로 남편만 믿고 시집온 아무것도 모르는 새댁과...
엄마는 나름대로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
그때는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못된 시누이였구요..
저 역시 울 엄마같이 착한 시어머니는 세상에 둘도 없다라고 생가했었고
올케언니가 조금만 더 잘하지 하며 섭섭해 했었거든요.
그때는 철이 없던 아가씨라...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속이 좁았구나 싶네요.
하지만 저도 결혼을 하고 언니도 아이를 낳고 저 역시 아이를 낳고 엄마의 입장
며느리의 입장 올케의 입장이 되어보니 저희 언니를 서서히 이해하게 되더군요..
모든것을 떠나서 한 여자로서....많이 힘들었겠구나...나보다 경제적으로 힘든데
그 모든것을 혼자서 다 속앓이를 했을 생각을 하니 저또한 맘이 짠해졌어요.

저도 신혼때는 시댁에 자주 가는것이 그냥 막연히 싫었어요.
시댁식구들 모두 잘해주시만..왠지 모른 서먹서먹함과 살아온 가치관와 환경의 차이를
무시할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요...오히려 남편이 이번주엔 그냥 집에서 쉬자 할정도랍니다.
어느정도 동화되어가니....결혼초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경상도 김치도 이젠 맛있고
또 시댁은 시골이라서 쌀이며 반찬이며 야채며...무공해 농산물 1년내내 먹을수 있구요..
또 딸애한테도 어릴적 맘껏 뛰놀수 있는 농촌의 환경이 돈을 주고도 살수없는
아주 소중한 추억이니까요..

그래서 전 시집을 와서 참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이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은 없었겠구나 싶어서
스물 아홉 내세울것도 없는 제게 모든것을 아끼지 않고 데쉬해준
경상도 싸나이에게 평생 감사하면서 살아가렵니다..
IP : 220.77.xxx.23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12.27 1:29 PM (210.94.xxx.89)

    님이 복덩어리시네요.. 님이 너무 귀한 분이신것 같아요.. 무지 부럽습니다.

  • 2. ^^
    '05.12.27 1:32 PM (61.98.xxx.15)

    정말. 한문장 한문장에서.. 행복이 뚝뚝 떨어지네요 ..
    지금의 행복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 ^^

  • 3. 에버그린
    '05.12.27 1:33 PM (67.160.xxx.223)

    며느리님.. 글을 읽다 보니 그 마음씨에 감탄 안 할 사람 없겠는데요..
    저 내년에 소원이 아직 장가 못간 남동생..
    며느리님 같은 심성 가진 여자 만나 알콩달콩 사는 거 보는 거랍니다..
    늘 심성이 남 챙겨 주고 나보다 남이 먼저인 그 마음씨에 주위 분들이 모두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 마음 변치 마시고 늘 행복한 가정 일꾸어 가세요~

  • 4. 샘물
    '05.12.27 1:44 PM (222.99.xxx.174)

    너무 이쁘네요..^^

  • 5. 준다고
    '05.12.27 2:10 PM (218.147.xxx.229)

    아무나 다 님처럼 이쁘게 받는건 아닌것 같은데.
    사랑 주시는 분 받는 분 너무 다 이쁘네요.
    부럽사옵니다~~

  • 6. 핫핑크
    '05.12.27 2:28 PM (211.252.xxx.2)

    님의 시댁, 올케님도 모두 좋은 분들이지만
    저는 무엇보다 며느리님께 좋은 심성이며 사랑이 많이 느껴져요
    며느리님 주변에 있게 되면 모두들 그리 아름다워질 것 같아요
    오늘도 반성합니다
    내가 먼저 아름답게 생각하고 감사하고 사랑으로 가득차야 다른 이들도 사랑이 넘친다고요
    참 좋은 분이시고 좋은 주변 분들이십니다

  • 7. 티미
    '05.12.27 2:39 PM (222.98.xxx.46)

    행복한글에 .. 저또한 행복이 느껴지네요.

    근본이 아주 그릇된 사람이 아니라면 , 말 한마디에서 모든게 술술 풀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것 아닌일이라해도 .. 큰걱정없이 일이 풀린다면..
    새로들어온 사람 덕분이다..

    남들도 다 느끼는 일상의 행복일지라도
    내가 당신과 있으니 이런 행복을 느낀다..

    그저 대문대문한 올케라도..
    올케한테 참 미안하고 고맙다.
    부족한 동생과 살아줘서 고맙고.. 더 좋은 환경이 아니여서 미안하고..

    바라지 말고 , 기대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고맙고 , 미안하고 .. 또 사랑하고..

    특히.. 바라지말고 .. 기대하지말고..
    이것만 지키면 ..
    시어머니 며느리 딸 친정엄마 아들 사위 올케 시누 형님 동생..
    그저 수월히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자.. 자기 몫만 잘해내면 되지 싶은데..
    이게.. 참 쉽고 도 어려운 일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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